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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 간다”...금메달 뒤 경솔한 환호가 부른 거센 '후폭풍'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아시안게임 일부 선수의 부적절한 언행, 우승의 감동을 병역특례 공정성 논쟁으로
성적에 치우친 스포츠 인성교육 돌아볼 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선수의 병역 혜택과 관련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일부 선수의 병역 혜택과 관련한 행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정치권에서 예술·체육 요원의 병역특례 제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기 위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축구대표팀 일부 선수들이다. 아시안게임 축구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 이후 흘러나온 일부 선수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당혹감을 넘어 헛웃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급기야 국방부마저 유감을 표하며 병역특례 제도의 감축·폐지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기에 이르렀다.

주장 이기혁의 "군대 안 간다"는 실언을 시작으로, 양민혁의 "금메달보다 병역면제만 보고 뛰었다"는 취지의 발언, 박승수의 비딱하게 쓴 전역모 사진, 그리고 최우진의 지뢰 폭발 사고 조롱 논란을 불러온 ‘절뚝 세리머니’ 영상까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이들의 선전을 응원하고 금메달이라는 성과에 함께 환호했을 때, 정작 이들의 머릿속에는 대한민국도, 국가대표라는 중차대한 책임감도 없었다. 오로지 ‘병역 면제’라는 사적 혜택에 집착한 나머지, 이를 마치 특권인 양 자랑하기에 바빴을 뿐이다.

최우진은 국군장병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그 행동의 부적절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신체적 불편함을 흉내 내 웃음거리처럼 소비하는 행동 자체가 과연 국가대표 선수에게 어울리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지난 4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KFA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이 지난 4일 인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KFA

비슷한 또래의 청년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의 한 페이지를 바치고 있을 때, 이들은 그 의무를 합법적으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에만 몰두하며 마치 자랑거리인 양 오만을 떨었다. 누구는 나라를 지키고, 누구는 그 바탕 위에서 자신의 이익만 탐한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어리고 젊은 선수 특유의 솔직한 표현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심성은 태도에서 드러나는 법이다. 이처럼 경솔하고 조심성 없는 태도는 그들의 행동이 국가대표로서 요구되는 책임에 미치지 못했다.

아무리 병역 혜택이 감격스럽다 한들, 온 국민이 신성시하며 이행하는 병역 의무에서 벗어났음을 전국민이 지켜보는 인터뷰와 SNS를 통해 눈치 없이 자랑하는 모습은, 이 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나 존중조차 결여되어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양민혁이 지난달 22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선발 출장해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볼을 몰고가고 있다./ 나고야(일본)=KFA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양민혁이 지난달 22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 선발 출장해 상대 수비수들 사이로 볼을 몰고가고 있다./ 나고야(일본)=KFA

우리가 국제무대 성적을 기준으로 선수들에게 병역 특례를 제공하는 까닭은 명확하다. 국방의 의무를 대신해 해당 분야의 전문요원으로 뛰며 국위를 선양하고 국격을 높이는 데 헌신해 달라는 국민적 합의이자 배려다. 거기에는 ‘애국심’과 ‘책임감’이 기본이자 절대적 전제 조건으로 깔려 있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 일부 선수들은 그 최소한의 기본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팀의 핵심 주력이 아니라, 대표팀 승선의 수혜를 덤으로 입은 이들에 가깝다는 점이 국민들의 허탈감을 더욱 부채질한다.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SNS에는 사과문이 잇따라 올라왔다. 하지만 이미 논란이 커진 뒤에 나온 사과만으로 국민들의 실망이 쉽게 가라앉기는 어렵다. 진정성 있는 반성이라면 말보다 앞으로의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다.

박승수가 지난해 8월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더팩트DB
박승수가 지난해 8월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뉴캐슬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더팩트DB

국민들은 이미 이들을 마음 속 응원 대상에서 지웠다. 우리 국민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뜨겁게 응원하지만, 선을 넘었을 때는 누구보다 차갑게 돌아선다. 지도자 한 사람의 자격 미달로 대표팀 전체에 등을 돌렸던 지난 월드컵의 경험을 잊었는가. 공감대 없는 운영과 선수단의 오만함은 한국 축구를 언제든 암흑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기혁, 양민혁, 박승수, 최우진. 한국 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영건이라 불리며 전국민적 기대와 사랑을 한몸에 받던 이들이다. 그러나 스스로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었다. 이들의 뒤늦은 반성이 진정성 있게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한, 향후 이들이 유럽 빅리그에 진출해 뛰어난 활약을 펼친다 한들 국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영달을 위해 태극마크를 이용하는 선수를 품어줄 국민은 어디에도 없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수비수 최우진(왼쪽)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이민성 감독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KFA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수비수 최우진(왼쪽)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이민성 감독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KFA

정작 국민들을 더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현행 법률상 이들의 부적절한 언행만으로는 이미 부여된 병역 혜택을 박탈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법적 한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서 ‘병역특례 제도 폐지’ 논의를 폭발적으로 촉발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결국 이들의 철없는 언행과 찰나의 오만은, 훗날 국가대표가 되어 국위선양을 꿈꿀 까마득한 후배들의 길마저 송두리째 막아버린 꼴이 됐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체육계 유망주들의 인성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떨어졌는가. 우리는 지금 스포츠 영웅을 키우고 있는가, 아니면 성적 뒤에 가려진 오만과 무책임을 키우고 있는가. 올해 고교야구 배재고 사태부터 야구 대표팀 노시환의 경솔한 발언까지, 한국 스포츠가 선수들의 기술과 성과에 앞서 기본적인 인성과 책임감을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엄중한 경고를 던졌다.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수비수 최우진(왼쪽)이 4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이민성 감독과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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