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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탈모약·여드름약 비급여 집중…약사 98% "비급여 의료쇼핑 변질"
20~30대 주류, 탈모약 77%·여드름약 68.5% 비급여 약 집중
"취약계층 위한 비대면진료 맞나"


실천하는 약사회가 7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약사 대상 비대면진료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실천하는 약사회가 7일 서울 서초구 대한약사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약사 대상 비대면진료 현황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비대면진료가 실제 현장에서는 탈모·여드름 등 비급여 의약품 중심의 '의료쇼핑'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약사사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약사 10명 중 9명 이상은 현행 제도가 민간 플랫폼을 통한 젊은 층의 비급여 진료 수요를 충족하는 데 편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천하는 약사회(실천약)'는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약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9월 18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약국 개설약사 및 근무약사 31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 정책 관련 전국 약사 설문조사' 결과와 부작용 사례를 공개했다. 조사에는 비대면진료 처방전을 한 건 이상 조제한 약사 2834명(89.4%)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행 비대면진료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지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8.7%가 "탈모, 다이어트, 여드름 등 비급여 의료쇼핑과 편의성 중심으로 변질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섬·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요양등급자, 등록장애인, 희귀질환자, 1·2급 감염병 확진자 등 5대 의료취약계층의 비대면 처방 건수에 대해 응답 약사의 91.8%(2909명)가 '월 0건'이라고 답했다.

반면 민간 플랫폼을 이용한 비대면 처방 환자의 주된 연령대를 묻는 질문에는 96.7%(2756명)가 '20~30대'를 꼽았다. 약국에 접수되는 주요 처방 의약품군 역시 비급여 탈모 치료제(77.0%), 비급여 여드름 치료제(68.5%), 감기·알러지약(38.6%), 인공눈물(32.9%) 순으로 집계됐다.

반복·과다 처방에 따른 환자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실천약에 따르면, 한 환자가 같은 날 서로 다른 7개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으며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를 각각 90일분씩 처방받아 하루 만에 총 630일분을 확보한 사례가 확인됐다. 동일 환자의 같은 의약품 처방이 여러 의료기관에서 반복됐음에도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게 실천약의 설명이다.

진단이나 검사 없이 전문의약품이 처방된 사례도 제시됐다. 실천약에 따르면 혈당 측정 없이 당뇨병 치료제 60일분을 처방받거나, 혈압 측정 없이 혈압약을 처음 처방받은 사례가 있었다. 안압 검사 없이 녹내장 치료용 안약이 처방된 사례와 전립선 관련 검사 없이 환자가 요청한 대로 피나스테리드 5㎎을 보험 처방받은 사례도 공개됐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 사례도 지목됐다. 한 의료기관에서 인공눈물 9통을 한 번에 비대면 처방해 진료비와 약제비를 합쳐 약 17만원의 건강보험 공단부담금이 발생한 경우다. 이 외에도 배우자 명의로 신청해 13초간의 전화통화만으로 처방전이 발급되는 등 본인확인 절차의 허점도 드러났다.

민간 플랫폼 중심의 현행 체계와 약 배송 확대 정책에 대해서는 약사사회의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99.9%(3,167명)가 약 배송 확대에 반대했으며, 주요 이유로는 민간 플랫폼 독점에 따른 보건의료 상업화 우려(91.6%), 약물쇼핑 증가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낭비(89.1%), 비급여 의약품 오남용 조장(70.9%) 등을 꼽았다. 응답자의 95.7%는 비대면진료 체계를 공공 플랫폼이 주도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정부가 민간 플랫폼에 약국 재고 등 민감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에는 97.2%가 반대했다.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비대면 처방의 최대 조제 일수를 '3일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이 85.0%에 달했으며, 약국 1곳당 하루 비대면 조제 건수를 '5건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도 66.8%로 나타났다.

실천약은 이날 정부를 향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료 공개 및 객관적 평가 △의료취약계층 중심으로 비대면진료 제도 재설계 △플랫폼의 의약품 쇼핑·환자 유인행위 규제 △반복·중복·과다 처방 관리기준 마련 △처방 제한 의약품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 △약 배송 확대 전 안전성 검토와 사회적 합의 △이동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방문약료 및 대면 복약관리 보장 △약국 재고·운영 등 민감정보의 민간 플랫폼 제공 금지 등을 요구했다.

황은경 실천약 부회장은 "현행 비대면진료는 환자가 원하는 대로 처방해 주는 '처방 자판기'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민간 플랫폼의 사업 확대가 아닌 환자의 건강과 안전, 의료 공공성을 중심으로 제도가 재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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