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아파트 주차장까지 침범·생활 안전 위협

지난달 28일 오후 이재명 대통령은 인천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을 마치고 연수구 옥련시장을 방문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박찬대 인천시장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인천 연수구갑)·정일영(인천 연수구을) 의원의 영접에 이어 지역 주민의 환대를 받았다. 이 대통령의 옥련시장 방문은 지난 2024년 3월 12일 당대표 시절 당시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의 유세 지원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하지만 이 지역은 중고차 수출집적지(단지) 주변의 고질적인 교통 무질서, 번호판 없는 수출 전 중고차(무판 차량)의 무단 방치 등으로 지역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6일부터 시작되는 이번 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일영 의원은 처음으로 무판 차량과 관련된 국토교통부 질의에 나선다.
중고차 수출단지 주변을 살펴보면 옛 송도유원지 로터리 도로 등에서의 장기 정차 중고차 영업, 불법 주정차, 난폭운전 등 주민생활을 위협하는 행위들이 증가하는 현실이다. 중고차 업체에 종사하는 일부 외국인들이 운행하는 티코, 모닝 등 노후 경차와의 접촉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만 경찰의 교통질서 확립 역량도 미흡하다. 중고차 수출단지의 안전, 환경 등 방치된 슬럼화를 살폈으면 한다. 수출을 담당한다는 미명 아래 주민의 삶이 침해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연수구 옥련동 능허대로는 무판 차량의 방치와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 곳이다. 뿐만 아니라 송도GC 부근,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주변 청량로, 송도힐즈로 등 옥련동, 동춘동 일대의 나대지, 주택가 이면도로, 공영주차장까지 무판 차량이 버젓이 차지해 교통안전 정책이 무색할 정도다. 심지어 옥련동 중고차 수출단지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도 중고 차량을 교묘히 갖다 버려 흉물로 방치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주민 생활공간이 무판 차량의 장기 주차장으로 돌변해 불법 복마전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방치된 무판 차량들은 경고장을 붙여도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단속을 장기간 피해가는 등 법망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무판 차량 무단 방치는 주민 안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이지만 정부와 인천시, 기초단치단체와 경찰 등 당국은 속수무책이다. 단속을 강제할 법제화가 시급하다. 우선 번호판 없는 수출 전 중고 차량의 보관 장소 신고, 관리책임자 표시, 식별표지 부착 등에 관한 규정이 필요하다.


정 의원이 국감을 앞두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아 지난달 26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전국 중고차 수출 물량이 집중된 인천 연수구에서 2024년 처리한 중고차는 23만 8467대로 전국 수출 물량의 43.5%에 달한다. 또 연수구에서 최근 5년간 번호판 없는 수출 중고차 관련 민원 발생 건수는 총 3827건으로 이동 경고장이 부착된 차량은 9532대였으나 실제 견인은 12.9%인 1228대, 폐차는 6.7% 634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까지 발생한 중고차 민원은 756건이다. 이미 지난해 접수된 766건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올해 1000여 건에 다다를 것으로 전망되는 무판 차량 문제는 지역의 현안을 넘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중고차 수출단지의 발전적인 이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심화되는 원도심·신도시의 불균형 도시발전 등도 AI 글로벌 혁신도시를 내세우고 있는 인천의 민낯이다.
국토교통부와 인천시, 연수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중고차 수출업체는 4854개로 연간 54만 7745대를 수출해 4조 8000억 원의 수출액을 달성했다. 송도국제도시 송도동과 원도심 옥련동 경계의 아암대로에 걸쳐 있는 중고차 수출단지의 1596개 업체를 중심으로 인천시에는 2320개 업체가 중고차 수출에 종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중고차 수출 대수는 31만 5447대로 수출액은 약 3조 원에 달한다. 연수구는 중고차 23만 8467대를 수출해 2조 2000억 원의 수출액을 달성해 전국 수출액의 46.3%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지역이다.
그러나 1960~1970년대의 일방적인 경제 개발 시기와는 달리 국민복리가 앞서는 시대다. 그럼에도 수출 목적 등록말소 차량이 최근 2년간 2배 이상인 6만여 대로 증가하고 있으나 주민 생활 편의와 안전은 여전히 뒷전이다. 연수구가 지난 2025년 3월 국토교통부에 수출업체 등록·관리제와 수출용 번호판 도입 등을 건의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도 개선은 나온 게 없다고 한다. 중고차 수출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뿐만 아니라 지역 정치인들이 관심을 기울여 주민 복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중고차 수출단지가 형성된 옛 송도유원지 일대는 박찬대 인천시장의 의원 시절 지역구였고, 이번 6·3 보궐선거에서 송영길 의원이 당선된 지역이다. 지역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선거 결과라고 풀이된다. 송도석산개발, 중고차수출단지 이전 문제 등은 옥련동 지역에서 지난 30여 년 동안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이 내놓은 단골 공약이었다. 그동안의 헛된 공약(空約)을 넘어 인천시의 최대 현안으로서 도약적인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이 실현돼야 할 때다.
정일영 의원은 "중고차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과 주민의 주차·교통·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함께 가야 할 사안"이라며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관리 실태를 점검하고, 수출 대기 차량의 보관 장소와 관리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실효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질적인 지역 현안을 풀어내는 것이 민생정치다. 무판 차량 문제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중고차 수출단지 이전에 대한 중앙·지방정부와 기초자치단체, 지역 기관·단체, 광역·기초의회, 중고차 업체 등의 적극적인 역할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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