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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6시간 수면’ 김주형, 1만㎞ 강행군 끝에 금메달 [박호윤의 IN&OUT]
7위-5위-단독선두-3타차 금메달... '내가 김주형이다'
단체전은 아쉽게 중국에 뒤져 은메달, 여자는 노메달


김주형(오른쪽)이 16년만의 남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가스가이(일본)=뉴시스
김주형(오른쪽)이 16년만의 남자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획득한 뒤 동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가스가이(일본)=뉴시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어진 살인적인 일정도, 14시간의 시차도, 제대로 된 휴식조차 허락하지 않은 강행군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김주형(24)이 마침내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개인전 정상에 섰다. 한국 남자골프가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김민휘 이후 16년 만이다.

김주형은 3일 일본 아이치현 가스가이 컨트리클럽 동코스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 골프 최종 4라운드에서 6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8언더파 262타를 기록, 경쟁자들을 3타차로 제치고 꿈에 그리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문도엽은 8언더파 272타로 공동 8위, 김성현은 1오버파 281타로 공동 24위에 랭크됐다.

개인전에서는 완벽한 해피엔딩이었다. 하지만 한국 남자골프 전체로 보면 마지막에 작은 아쉬움도 남았다. 김주형과 문도엽, 김성현이 나선 한국은 최종 라운드 후반까지 중국과 숨 막히는 단체전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합계 26언더파 534타로 중국(28언더파 532타)에 2타차로 뒤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임성재와 김시우, 장유빈, 조우영이 합작했던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지켜내지 못하면서 대회 2연패도 무산됐다.

#메디나에서 나고야 까지...살인 일정 뚫고 금메달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김주형이 보여준 여정은 금메달 하나 이상의 깊은 울림을 남겼다.

김주형은 대회 개막 불과 이틀전 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1만㎞ 넘게 떨어진 미국 시카고 메디나CC에 있었다.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나서 나흘간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치열한 승부를 벌인 뒤 숨 돌릴 틈도 없이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이동과 14시간의 시차까지 겹쳤다 현지에서 몸을 추스를 시간은 사실상 하루밖에 없었다. 첫날에는 최근 48시간 동안 잠을 6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피로가 극심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3언더파 67타로 공동 7위에서 출발했고 둘째 날에는 4타를 더 줄여 공동 5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몸이 조금씩 일본 시간에 적응하기 시작한 3라운드에서 5언더파 65타를 몰아쳐 중간 합계 12언더파 198타,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마지막 날에는 더 강했다. 우승에 대한 부담이 커질수록 오히려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를 잡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아 6타를 줄였다. 그야말로 세계 정상급 선수의 ‘클래스’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나흘이었다.

김주형인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파 퍼팅 성공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모자를 벗고 주목을 불끈 쥐며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가스가이(일본)=뉴시스
김주형인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파 퍼팅 성공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모자를 벗고 주목을 불끈 쥐며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가스가이(일본)=뉴시스

#항저우는 못갔고, 파리에선 울었다...마침내 금빛 피날레

이번 금메달이 더욱 특별한 것은 김주형과 종합대회의 질긴 인연 때문이다. 김주형은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출전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항저우 대회부터 프로 선수의 출전이 처음 허용되면서 한국은 프로 2명과 아마추어 2명으로 남자 대표팀을 구성했고, 대표 선발 당시 세계랭킹에서 앞섰던 임성재와 김시우가 프로 선수 두 자리를 차지했다.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사이 김주형은 PGA투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출전 자격 기준인 세계랭킹이 급상승했지만 이미 확정된 대표팀은 바뀌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첫 종합대회는 이듬해 파리올림픽. 김주형은 그곳에서 한국 남자골프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다. 나흘 내내 상위권에서 선전했지만 끝내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최종 성적은 단독 8위. 경기를 마친 뒤 김주형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프레지던츠컵을 마치자마자 태평양을 건너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과 극심한 시차, 수면 부족을 모두 이겨내고 끝까지 선두를 지켜냈다. 초인적인 체력과 집중력,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경쟁자들과 차이를 만들어내는 실력이 합쳐진 결과였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각별하다. 김주형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되면서 향후 세계 무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큰 변수였던 병역 문제에 대한 부담도 덜게 됐다. 그리고 한국 남자골프에는 16년 만에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을 선사했다.

다만 완벽한 피날레에는 딱 한 조각이 부족했다. 개인전 금메달은 김주형의 것이 됐지만, 마지막까지 손에 잡힐 듯했던 단체전 금메달은 중국에 돌아갔다. 개인, 단체 2관왕을 완성했다면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의 황금 역사를 16년 만에 다시 쓸 수 있었다. 그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도하에서는 김경태가 개인전 금메달을 따낸데 이어 강성훈, 동명이인인 김도훈 2명이 힘을 합쳐 단체전까지 정상에 올랐고 항저우에서는 김민휘가 개인전 우승, 이경훈 박일환 이재혁이 힘을 합쳐 단체전 까지 석권한 바 있다.

#첫날 버티고, 마지막날 압도했다...김부형의 금빛 드라마

그래도 이날 가장 빛난 이름은 김주형이었다. 첫날에는 버텼고, 둘째 날에는 따라붙었다. 셋째 날 선두로 올라섰고, 마지막 날 경쟁자들을 밀어냈다.

메디나에서 나고야까지 이어진 숨 가쁜 여정 끝에 파리에서 흘렸던 눈물은 2년 뒤 마침내 금빛으로 바뀌었다. 단체전 금메달 하나는 놓쳤지만, 김주형은 자신이 왜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고 세계 정상급 선수인지를 가장 어려운 조건에서 증명해냈다.

한편 여자부 경기에서는 양윤서가 개인전 4위에 그쳤고 나라별로 성적이 좋은 선수 2명의 합산 스코어로 경쟁하는 단체전서도 싱가포르, 태국과 함께 공동 4위에 그쳤다. 한국여자골프가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것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0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남녀 단체전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자 개인전은 프라나비 샤라트 우르스(인도)가 15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라 인도 여자선수로는 사상 처음 아시안게임 골프 개인전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주형인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파 퍼팅 성공으로 금메달이 확정되자 모자를 벗고 주목을 불끈 쥐며 화끈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가스가이(일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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