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금리 24년 만에 최고

[더팩트|우지수 기자]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원유 운송량이 전쟁 전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지만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다. 중동산 정제유가 부족하고 해상 운송비가 크게 오른 데다 추가 공격 우려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에너지 가격이 물가를 밀어 올리면서 미국 국채금리도 함께 오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원유보다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정제유 부족이 더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원유 수송이 정상화되면 유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는 약해졌고 이런 상황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4.4% 오른 배럴당 102.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갤런당 4.41달러를 넘었다. 중국 정유업체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했다는 소식과 미국이 중동에 병력을 더 보낸다는 계획이 전해지면서 가격이 더 크게 올랐다.
원유 공급은 회복하는 추세다. 모건스탠리는 중동의 원유 수출량이 전쟁 전보다 7% 적은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정제유는 사정이 다르다. JP모건에 따르면 중동의 휘발유·경유·항공유 수출량은 여전히 전쟁 전보다 40%가량 적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정유시설이 피해를 입자 10월까지 경유 수출을 막았다. 이 때문에 뉴욕 시장에서 경유 선물 가격은 원유의 약 두 배까지 올랐고 두 제품의 가격 차이는 역대 가장 크게 벌어졌다.
해상 운송비도 크게 올랐다.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일부 유조선이 아프리카 남쪽 끝을 돌아가거나 호르무즈해협 밖에서 원유를 다른 배로 옮겨 싣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 정보업체 아거스에 따르면 중동에서 중국까지 약 21일 동안 원유를 실어 나르는 비용은 최근 배럴당 35달러 수준이다. 전쟁 직전 7달러에 못 미쳤던 것과 비교하면 약 5배로 올랐다.
추가 공격 우려도 유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최근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 3척이 발사체에 맞았다고 밝혔다. 주요 소비국의 원유·연료 재고가 전쟁 초기에 많이 쓰여 줄어든 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다. 공급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꺼내 쓸 재고가 많지 않고 앞으로 비어 있는 재고를 다시 채워야 하는 부담도 있다.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일 한때 5.34%까지 올라 2002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최근 3개월 동안 오른 폭은 1994년 이후 가장 크다. 미국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7%를 넘었다. 시장에서는 연료비가 오르면 운송·농업 등 여러 산업의 비용이 늘고 소비자 가격까지 오르면서 물가와 금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UBS 글로벌 경제·전략 책임자 아렌드 캅테인은 "중앙은행의 관점에서는 원유뿐 아니라 정제 석유제품도 중요하다"며 "정제제품의 수급은 매우 빠듯하다"고 WSJ에 말했다. 유가가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채권시장은 이미 큰 폭의 재정적자와 인공지능(AI) 관련 채권 발행 증가로 금리가 오르기 쉬운 상황이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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