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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략 보고회에 불쑥…김준기 DB 창업회장 잠행 깬 이유는?
이미지 쇄신 시도하나…10여년 만에 경영 행보 노출
'전문경영인과 융합·AI 사업 강화' 메시지로도 읽혀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에서 열린 AI 추진 전략 보고대회에서 AX 사업 계획을 듣고 있다. /DB그룹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오른쪽)이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에서 열린 AI 추진 전략 보고대회에서 AX 사업 계획을 듣고 있다. /DB그룹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갖은 논란 속에서 사실상 잠행 중이었던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이례적으로 경영 활동 모습을 외부로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기업인으로서 이미지 쇄신에 나서는 것으로 읽힌다.

1일 재계에 따르면 DB그룹은 지난달 29일 서울 대치동 DB금융센터에서 인공지능(AI) 추진 전략 보고대회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던 AI 전략을 공유하고 계열사별 AI 전환(AX) 사례를 소개하는 자리로, 김준기 창업회장과 이수광 그룹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주목할 대목은 김 창업회장의 사진이 공개된 점이다. 회사가 김 창업회장의 경영 행보를 카메라에 담아 자발적으로 사진을 배포한 것은 10여년이 지난 일이다. 사진 속 김 창업회장은 그룹의 AI 사업과 관련한 설명을 듣고 있다.

김 창업회장이 대외적으로 보폭을 넓힐 수 없었던 것은 그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무관치 않다. 대표적으로 김 창업회장은 2017년 가사도우미 피감독자간음 및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발돼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2021년 경영에 복귀했으나, 지금까지 어떠한 사업적 활동을 벌였는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무노동 보수' 논란을 빚었다.

김 창업회장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사이, 그룹 경영은 아들 김남호 회장이 도맡고 있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지난해 김남호 회장이 아버지보다 먼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김 창업회장의 측근인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이 그룹회장으로 선임되면서 '부자간 갈등설'에 불이 붙기도 했다. 해당 논란은 김 명예회장이 올해 3월 "창업자인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일단락됐다.

피감독자간음 및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았던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피감독자간음 및 비서 성추행 혐의를 받았던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2019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고 있다. /더팩트 DB

김 창업회장의 경영 행보가 외부로 노출되지 않았을 뿐,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줄곧 창업자, 그룹 총수의 역할을 이어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재계에서는 다소 몸을 움츠리고 있었던 김 창업회장이 이제 자신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기업가적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AI 전략 보고 사진을 공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이번 보고대회를 계기로 그룹 경영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총수와 전문경영인이 그룹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는 메시지다. 현재 김 창업회장은 미래 전략과 관련한 투자, 주요 의사결정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 그룹회장은 수익 구조 개선을 포함한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DB그룹은 과거부터 그룹회장직을 번갈아 가며 맡을 정도로 대주주와 전문경영인의 융합을 통한 성장을 지향해 왔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DB그룹은 일반 업무를 그룹회장이 맡고, 창업회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구조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창업회장의 등장은 총수의 강력한 의지 아래, 그룹 차원에서 AI에 더욱 힘을 싣겠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업무 효율화 도구를 넘어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의하고 있는 AI는 기업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DB그룹 역시 AI 시대를 맞아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앞서 DB그룹은 AI 조직과 자문단, 실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AI 관련 사업을 준비해 왔다. 김 창업회장에 대한 실무진들의 AI 추진 전략 보고는 중간점검 성격이다. DB그룹 관계자는 "시대를 이끌 첨단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 그룹 AI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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