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필요성엔 공감…지금은 시기·절차 따져야"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르면 다음 달 1일 처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법' 상정을 보류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논란이 됐던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할 방침이지만, 당내 의견 수렴을 거쳐 국정감사 이후 처리 여부를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특검 추진을 둘러싸고 그간 제기돼 온 '국민적 공감대 부족' 신중론을 완전히 넘어서지 못한 모습이다.
29일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조작기소 특검법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1일 본회의 상정을 검토하며 처리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이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당내 여론을 수렴해 국정감사 이후에 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처리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조작기소 특검법은 윤석열 정부 당시 검찰 등의 조작수사·기소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지난 4월 민주당 주도로 발의됐다. 특검 수사 대상은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비리와 성남FC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등 총 12개로, 상당수가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이다.
민주당은 당초 법안을 발의하며 5월 중 처리를 검토했지만 특검이 기존 기소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까지 결정하도록 한 조항을 두고 사실상 이 대통령 관련 재판의 공소취소를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6·3 지방선거 이후로 처리를 미뤘다. 지방선거 이후에도 당내에서 특검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 법안 처리는 약 5개월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멈췄던 특검 추진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것은 이 대통령이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공개 요청하면서다. 이 대통령은 기존 기소 사건의 처분은 특검 대상에서 제외하되 조작기소 의혹 자체에 대한 진상 규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공소취소 관련 조항을 삭제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수정해 처리를 재추진해왔다.

그러나 공소취소 논란과 별개로 특검 자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는지를 둘러싼 당내 우려는 남아 있는 모습이다.
김한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달 27일 "일차적으로 조작기소라는 부분에 대해 국민들이 '정말 심했다'라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며 "조작기소 특위가 활동했음에도 그 정도로 여론이 저희한테 우호적으로 조성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공감대가 있어야 추진할 수 있는 일"이라며 특검법 처리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더팩트>에 "아무래도 앞서 해소되지 못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 문제가 이번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취소 조항을 삭제하더라도 특검 추진 자체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지뢰 폭발 사고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조작기소 특검을 당장 처리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당내 분위기도 크게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지금은 꼭 해야 할 때가 아니다"라며 "더 시급한 민생 현안들이 많고 목함지뢰 문제처럼 국민적 분노가 있는 상황에서 이를 빨리 수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특검 필요성 자체에 대해서는 "조작기소가 있었는지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가릴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당내에서도 다 인정한다"며 "국민적 설득의 문제라기보다는 시기와 절차, 방법과 상황이 적절하냐를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을 하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작기소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는 만큼 법안 추진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 나온다. 다만 국감 이후로 처리가 미뤄진 데다 구체적인 일정도 정해지지 않으면서 법안 내용과 처리 시기를 둘러싼 당내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chae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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