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전당대회 지원 대가로 금품 제공"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지원을 대가로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팀은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의원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김 의원과 배우자 이 모 씨에게 징역 1년과 징역 6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두 사람이 김 여사에게 제공한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의 몰수도 요청했다.
특검팀은 "이 사건 명품 가방은 사적인 친분관계에서 주고받는 통상적 선물로 볼 수 없다"며 "대통령 배우자의 지위와 영향력을 전제로 이뤄진 금품 제공으로, 공직사회와 정당 정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부부가 여당 당대표 경선에 관여해 특정 후보의 당선을 지원했다는 사정이 사건 배경에 있고, 김 의원은 그 지원을 바탕으로 여당 대표 지위에 오른 뒤 감사의 표시로 대통령 배우자에게 고가의 명품 가방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저질렀다면 참회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며 "두 사람은 국민에게 사과 한마디 없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데 급급했고,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 측은 대통령 부부가 당대표 선거에서 김 의원을 지원했다는 특검 주장이 언론 보도에 의존한 추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당원 투표 100% 반영, 관저 만찬,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 등을 들어 선거 지원이 있었다고 보지만, 윤 전 대통령이나 김 여사가 김 의원 당선을 위해 어떤 구체적 행위를 했는지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편지에 적힌 '긴 여정'이라는 표현도 당대표 선거 지원에 대한 답례로 단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2018년 울산시장 선거 낙선 뒤 2020년 국회에 재입성하고, 2021~2022년 원내대표로 대선을 지원한 뒤 당대표에 당선하기까지 겪은 정치적 시련과 재기의 과정을 포괄한 표현이라는 취지다.
가방 구매와 전달, 편지 작성 과정에도 김 의원이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김 의원 측은 "가방을 사기 위한 카드 결제 알림은 이 씨 휴대전화로 갔고, 김 의원 명의 급여 계좌와 카드도 실질적으로 이 씨가 관리·사용했다"며 김 의원의 공모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아내와 40년 넘게 만나며 서로 신뢰를 쌓았고, 정치에 입문한 뒤에는 수입과 지출을 각자 알아서 관리하기로 했다"며 "당대표 당선 직후에는 전국 행사와 현안으로 매우 바쁜 시기여서 아내와 충분히 대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달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고, 바쁜 재판부에 부담을 안긴 점도 죄송하다"며 "2004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20년 넘게 정치하면서 부정부패와 연루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언 기회를 얻은 이 씨는 "김 여사에게 선물을 드린 사실은 있지만 당대표 선거와 관련이 없고 어떤 대가를 바란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편이 당대표가 된 뒤 배우자끼리 사회적 예의를 갖추는 차원에서 단순히 선물을 전달한 것이라 남편과 의논할 성격의 일도 아니었다"며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었다는 점을 헤아려달라"고 울먹였다.
선고공판은 내달 30일 오후 2시에 열린다.

김 의원 부부는 지난 2023년 3월17일 김 여사에게 267만 원 상당의 로저비비에 클러치백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특검팀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던 중 클러치백과 함께 이 씨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발견했다.
당시 편지에는 '긴 여정이었지만 대통령님과 영부인께서 곁에 계셔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맡겨진 날 동안 총선 압승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내조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가방을 대통령 직무와 관련해 제공한 선물이라고 보고 이 씨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가방 결제 대금이 김 의원 세비 계좌에서 지출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김 의원도 함께 기소됐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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