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 금융사고가 올해 들어 7개월 만에 1700억원을 넘어섰다. 직원 횡령·배임뿐 아니라 외부인 사기와 해외점포 사고까지 유형이 복잡해지는 만큼 은행권도 단순한 규정 강화에 그치지 않고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외부 제휴사 검증, 이상거래 탐지 등 현장 통제체계를 촘촘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금융사고는 올해 1~7월 47건, 1708억2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금융사고는 2023년 33건·696억9000만원에서 2024년 69건·1835억6500만원, 지난해 134건·3143억8100만원으로 급증한 데 이어 올해도 7개월 만에 17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직원이 직접 돈을 빼돌리는 전통적인 횡령·유용뿐 아니라 외부인이 개입한 사기 사고가 두드러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에서 최근 10년간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81건, 5495억2800만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사기 사고는 149건, 3036억700만원으로 금액 기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반복되는 유형은 허위 증빙을 이용한 대출사기다.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공모해 허위 분양계약서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차주 정보를 조작해 대출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소득·재직증명서를 위조하거나 담보평가액을 부풀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에는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이 부동산 시행사와 허위 분양자 등이 공모한 외부인 대출사기와 관련해 총 490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잇따라 공시했다.
사고 유형이 국내 영업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도 부담이다.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 금융사고 증가 배경으로 소득·재직증명서 위변조 등 외부인 사기와 함께 본점 내부통제가 상대적으로 닿기 어려운 해외점포 관련 사고 증가를 지적했다. 실제 지난 7월 공시된 기업은행 중국법인 금융사고는 833억7600만원 규모에 달했다.
국내 은행들이 해외법인과 점포를 늘리고 현지 금융사·플랫폼과의 제휴를 확대하면서 내부통제가 다뤄야 할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해외법인은 현지 규제와 영업관행, 외부 제휴사 관리 등 국내 영업점보다 통제해야 할 변수가 많아 본점이 사고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기 쉽지 않다. 거래상대방 검증과 이상거래 모니터링, 현지법인과 본점 간 보고체계를 사업 확대 속도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금융사고가 증가한 데에는 사고 수법이 복잡해진 영향과 함께 과거 취급된 부실·부당 대출이 뒤늦게 적발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 과정에서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부당대출이나 배임 사례가 추가로 확인되면서 통계상 사고 건수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외부인 사기는 당사자들이 사전에 공모해 정상적인 계약서와 유사한 서류를 만들 경우 은행이 대출 실행 단계에서 이를 가려내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도 최근 사고가 단순한 개인 일탈을 넘어 내부통제 체계 전반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은행연합회장·8대 은행지주 회장 간 간담회에서 내부통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조직문화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주문했다. 특히 최근 외부인 사기와 본점 통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해외점포 관련 사고가 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별 직원의 위규행위만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평가·보상체계의 적정성과 조직 차원의 유인 여부 등 사고의 근본 원인까지 살펴볼 방침이다. 과도한 실적 압박이나 성과보상 구조가 부당대출이나 금융사고를 유발했는지 등을 함께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은행권도 사고 발생 이후 적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사전 예방 중심으로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외부인 사기가 늘어나는 만큼 대출 실행 단계에서 분양·매매계약서와 소득·재직자료 등 핵심 서류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실행 이후에도 자금 흐름과 담보 상태를 점검하는 사후관리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 해외법인과 외부 제휴업체를 통한 거래 역시 거래상대방 검증과 이상거래 모니터링, 현지법인과 본점 간 보고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충분한 인력과 자원을 배치하고 책무구조도 역시 임원별 책임을 문서로 나누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영업 현장의 통제와 연결하는 것이 과제"라며 "특히 최근에는 해외지점에서의 사고가 늘어나는만큼 외부 제휴사와 해외법인 관리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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