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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약 '미프진' 처방은 의사 마음…여전한 불법유통 유혹
의사 판단 따라 처방 거부 가능
온라인서 35만원에 버젓이 판매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정식 도입하는 가운데 처방 여부는 의사 판단에 맡기면서 불법 유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정식 도입하는 가운데 처방 여부는 의사 판단에 맡기면서 불법 유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더팩트 ┃ 정인지 기자] 정부가 먹는 임신중지 약물 '미프진'을 정식 도입하기로 했지만 처방 여부는 의사 판단에 맡기면서 불법 유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도 중절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환자가 직접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미프진도 처방 가능한 병원을 찾기 어려울 경우 결국 온라인을 통한 불법 거래를 찾는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26일 한 온라인 사이트는 '믿을 수 있는 낙태 알약', '100% 정품 보장', '직수입' 등 문구를 내걸고 미프진을 판매하고 있었다. 임신 7주 이전 35만원, 7~12주 55만원이었다. 임신 7주 이전용 제품을 주문하자 13분 만에 35만원을 입금하라는 계좌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왔다. 별도의 진료나 처방 절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안전성 안내는 오락가락했다. 사이트에는 '과다출혈이 발생하면 매우 위험하므로 반드시 전문병원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상담원은 "과다출혈이나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며 "생리 한 번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약의 제조일자와 유통기한을 묻자 "입고 시기마다 달라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정부는 내년 1분기부터 미프진을 도입한다. 하지만 미프진을 모든 병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응급의료가 아니라면 강요하기 어렵다"며 "의사의 판단에 따라 약을 처방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사용 대상은 임신 9주(63일) 이하로 제한했다. 도입 후 2년간은 의료기관에서 처방과 조제를 모두 하는 '원내 조제' 방식으로 운영된다. 복용 후 7~14일 안에 다시 병원을 찾아 효과와 부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서예원 기자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서예원 기자

이에 처방 가능한 병원이 적으면 온라인 불법 유통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는 "접근을 제한하면 이용자는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음성 유통 약물에 의존하거나, 비용·이동·거부의 장벽 때문에 임신중지 시기를 늦추게 된다"고 했다.

과거 중절 수술을 받았다는 박모(28) 씨는 "검진까지 받았는데 '중절 수술은 하지 않으니,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면 다시 오라'는 말을 듣고 돌아선 병원이 여러 곳이었다"며 "미프진도 병원을 여러 군데 알아봐야 한다면 온라인을 통해 구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했다. 현재 중절 수술 역시 모든 산부인과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임신중지를 원하는 여성들은 병원에 직접 문의하거나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수술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다.

처방 가능한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정부의 공식 정보 제공 시스템에 가까운 임신중지 의료서비스 제공 기관에 대한 안내와 임신중지 후 건강 관리와 피임에 관한 안내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프진 도입이 결정된 것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7년5개월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임신한 여성과 낙태 시술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 2020년 말까지 법을 개정하도록 했지만 국회가 입법 시한을 넘기면서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었다.

inj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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