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지던츠컵 끝나자마자 아시안게임
P컵측도 마지막날 앞조 배정 배려

[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13시간의 장거리 비행과 14시간의 시차, 그리고 단 하루 조차 보장되지 않는 코스 적응까지, 24살 김주형이 이 같은 살인적인 스케줄을 이겨내고 꿈에 그리던 금맥을 캘 수 있을까
김주형은 23일부터 27일(현지시간)까지 나흘간 미국 시카고 메디나CC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김시우, 임성재 등과 함께 인터내셔널팀 대표로 출전한다. 2022년, 2024년에 이어 세 번째 출전이다. 2024년에 이어 이번에도 본인 능력으로 자동 출전권을 따냈다.
#가장 중요한 대회 앞두고 '살인 일정'...김주형의 금빛 도전
그런데 달력상으론 사흘이지만 실제로는 이틀 뒤, 김주형에게는 어쩌면 프레지던츠컵보다 더 절실할 지도 모를 또 하나의 국가대항전이 시작된다. 30일부터 10월 3일까지 아이치현 가스가이CC 이스트코스에서 열리는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골프다.
일정이 기가 차다.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날인 27일에는 12명 전원이 싱글 매치를 치른다. 현지시간 오전 11시2분부터 오후 1시19분까지 차례로 출발한다. 시카고보다 일본이 14시간 빠르다는 것을 감안하면 김주형이 앞 조에 편성된다 하더라도 경기를 마칠 무렵 일본은 이미 28일 새벽이다.
김형태 한국대표팀 감독에 따르면 프레지던츠컵 측에서도 김주형의 사정을 고려해 마지막 날 싱글 매치에서 가능한 한 앞쪽 조에 배정하고, 경기 후 벌어질 시상식도 양해 하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시카고 오헤어 공항으로 이동해 도쿄행 비행기를 탄다.

#예정된 항공 스케줄 차질 없어야 단 하루 준비할 수 있어
현재 예약된 항공편은 28일 밤 10시께 도쿄에 도착하고 이어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나고야로 이동한다. 이 일정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진행된다면 29일 하루를 아시안게임 준비에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살인적인 일정임에는 변함이 없다.
프레지던츠컵은 체력을 비축하며 적당히 치를 수 있는 대회도 아니다. 더구나 김주형은 이번 인터내셔널팀의 핵심멤버다. 김시우와 김주형은 지난 두 차례 프레지던츠컵에서 함께 2승1패를 기록한 검증된 조합이다. PGA투어 역시 두 사람을 인터내셔널팀의 가장 역동적인 조합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이들을 붙여 쓸 것인지 여부가 대회 전부터 관심사일 정도다.
그런 김주형에게 어렵사리 주어진 29일은 단순한 연습일 하루가 아니다. 프레지던츠컵에서 쌓인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털어내야 하고, 장거리 비행 뒤 굳은 몸도 풀어야 한다. 14시간의 시차도 극복해야 한다. 그러면서 처음 접하는 코스의 공략 지점과 그린까지 익혀야 하는 시간이다.
#김주형, 김성현에 더 절실한 금메달...단체전 2연패로 해결
더욱이 이번 아시안게임의 무게는 남다르다. 현행 병역제도에서 올림픽은 3위 이상, 아시안게임은 금메달만 체육요원 편입 대상이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은메달과 금메달의 차이가 그만큼 크다. 김주형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8위에 그쳤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이다. 현재 세계랭킹도 31위까지 올라왔다.

그렇다고 금메달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는 없다. 골프는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늘 우승하는 종목이 아니다. 지난 항저우 대회가 바로 그랬다. 당시 한국은 임성재, 김시우, 장유빈, 조우영을 앞세워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에서는 홍콩의 타이치 코가 임성재를 단 1타 차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도 타이치 코가 다시 나온다. 개최국 일본도 나카지마 게이타와 히가 가즈키라는 프로 두 명에 아마추어 모토 다이시를 내세운다. 일본이 아시안게임 남자 대표팀에 프로 선수를 선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주형이 메디나에서 혈전을 치르고 태평양을 건너오는 동안 이들은 자국에서 아시안게임을 준비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절실한 것은 김주형 뿐이 아니다. 함께 출전하는 김성현 역시 군 복무 문제를 안고 있다. 1998년생으로 이미 28세다. PGA투어를 주 무대로 뛰고 있는 그에게도 이번 아시안게임이 갖는 의미는 김주형 못지않다. 최근 신한동해오픈에서 컨디션 난조로 기권하면서 걱정을 샀지만 이후 충분히 쉬었고 현재는 정상 컨디션을 되찾았다.
문도엽까지 포함한 세 명이 모두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있다. 이번 대회 남자 단체전은 항저우 때와 달리 엔트리가 3명이다. 매일 세 선수 가운데 좋은 두 명의 스코어를 합산하고, 나흘 동안의 합계로 메달을 가린다. 한 명의 부진은 지울 수 있지만 두 명이 동시에 흔들리면 그대로 팀 성적에 반영된다.
김성현·김주형·문도엽. 현재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조합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나서야 항저우에서 따낸 단체전 금메달을 지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 대표팀은 이 세 명으로 2회 연속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2010 광저우 대회 김민휘 이후 16년 만의 남자 개인전 금메달에 도전한다.
#여자는 아마 국가대표 3명 출전, 인뤄닝 등 프로 정상들과 한판 승부
여자부도 쉽지 않은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박서진·김규빈·양윤서 등 아마추어 국가대표 3명으로 나선다. 중국은 최근 LPGA투어 FM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투어 6승의 강호 인뤄닝을 비롯해 류옌, 장웨이웨이를 출전시켜 금메달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고, 항저우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휩쓴 태국은 개인전 디펜딩 챔피언 아르피차야 유볼 등이 건재,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다.
그래도 이번 아시안게임 골프에서 가장 극적인 출발선에 서 있는 선수는 역시 김주형이다. 프레지던츠컵 출전은 영광이다. 세계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영광이 선수 인생에서 가장 절실할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대회를 준비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됐다.
김주형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가장 먼저 넘어야 할 상대는 타이치 코도, 나카지마 게이타도 아닐지 모른다. 프레지던츠컵의 피로와 14시간의 시차, 태평양을 건너는 긴 여정, 그리고 너무나 짧은 준비시간이다. 첫 티샷은 30일이지만 김주형의 아시안게임은 시카고 메디나에서 일지감치 시작되는 셈이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