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비겁하고 찌질한 연기"

[더팩트 | 문채영 기자] 배우 김재철이 찌질남 연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간 가볍고 코믹한 캐릭터에 목마름이 있었던 그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에서만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망가졌다. 자제하지 않고 밉상 성격을 과감하게 드러내고자 했던 그의 선택이 역할이 가진 인간적인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김재철은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극본 정은경, 연출 이창희, 이하 '지금 불륜')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피부과 의사이자 아내 안수정(조여정 분)과 이혼 소송 중인 주보성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4일 막을 내린 '지금 불륜'은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면서 폭주하는 연쇄 충돌 블랙코미디를 그린 드라마다. 총 8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공개 기간 내내 쿠팡플레이에서 인기 1위의 자리를 지켰다.
김재철은 현재 작품의 인기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촬영하면서 배우끼리는 '전개가 재밌는 작품이다. 결과물이 좋을 것 같다'고 얘기를 나눴지만 그저 바람으로 끝날까 봐 걱정이 있었다"면서도 "작품이 공개된 후 시청자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작품이 잘되길 바라는 건 모든 배우가 같은 마음일 거예요. 바람대로 좋은 성적을 거둬서 기쁜 마음이에요. 보면 분명 작품을 인정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직 안 보신 분들도 많을 텐데 전편이 공개됐으니 몰아보시면 더 재밌을 거예요."

김재철이 연기한 주보성은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 때문에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한없이 가벼운 인물이다. 김재철은 주보성을 "겁도 많고 인간적인 면이 많은 인물"이라며 "여유 있는 환경에 비해서 나약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보성은 김재철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주보성은 김재철이 처음으로 연기하는 찌질하고 미운 캐릭터다. 그간 무게감 있는 역할들을 많이 맡아오며 주보성 같은 캐릭터에 목마름이 있었단다. 그는 "전작에서 맡았던 역할들과 여러 부분이 달라 매력적이었다"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래서 그는 주보성을 연기하는데 특히 더 많은 정성을 들였다. 김재철은 "캐릭터가 밉상일수록 진짜로 망가져야 귀여운 매력이 추가돼서 덜 미워 보인다"며 "그래서 '이래도 되나?'싶을 정도로 찌질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멋있어 보이려는 욕심을 내는 순간 오히려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더 망가지려고 했다는 설명이다.
"주보성은 임재홍보다 5배 더 찌질한 인물이에요. 후반부로 갈수록 활약이 많아지는데 비겁하고 찌질해 보이도록 연기 연구를 많이 했어요. 이런 부분을 감독님과 작가님이 많이 응원해 주셨어요. 거기에 힘입어서 더 열심히 찌질하게 망가졌죠."

김재철은 극 중 아내 역할을 맡았던 조여정을 향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작품 흐름상 단란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이 없어서 친해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 그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선배란다.
살가운 성격으로 처음 만난 순간부터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조여정 덕분에 훨씬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김재철은 조여정을 "어릴 때 한 골목에 살았던 것만 같은 친근한 누나"라고 칭했다.
조여정이 고마운 누나라면 김혜수는 잊지 못할 은인이다. 김재철과 김혜수는 2020년 SBS 드라마 '하이에나'로 처음 호흡을 맞췄으며 작품이 종영한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아 왔다. 이에 김재철은 "선후배보다 애틋한 관계"라며 "'하이에나' 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지금 불륜'도 함께하게 되면서 은인을 다시 만난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다만 김재철은 '지금 불륜'에서도 '하이에나'에서처럼 김혜수와의 로맨스를 이루지 못했다. 이에 그는 세 번째 작품으로 다시 김혜수를 만나게 된다면 꼭 사랑을 완성시키는 관계로 만나기를 바랐다. 그는 직접 김혜수에게 '다음 작품에서는 마음을 훔치는 역할을 맡겠다'는 문자까지 남겼다고.
"김혜수 선배는 제 첫 드라마 '하이에나'의 상대역이었어요. 심지어 오디션에서 저를 보시고 직접 추천까지 해주신 은인이시죠. 제가 연기를 다시 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감사한 분이에요. 이번 작품 역시 김혜수 선배와 함께할 수 있어서 더 신나게 연기했어요. 다음에는 꼭 이뤄지는 관계로 만나고 싶어요."

김재철은 주보성의 결말에 대한 만족감도 드러냈다. 주보성은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두 가족에게 큰 금액의 돈을 꾸준히 입금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에 김재철은 "결과적으로 좋은 것 같다"며 "헛돈 쓸 일이 없어서 안타깝긴 하지만 이제 철이 들 때도 됐다. 앞으로 연애는 못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생각하는 '지금 불륜'의 핵심은 '인간 군상'을 밀도 있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중요한 사건들이 연달아 발생하고 이야기는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그 가운데 인물의 행동과 심리는 가볍고 유치하다"며 "처절한 인간 군상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블랙코미디의 묘미가 잘 담겼다"고 말했다.
또한 김재철은 작품의 제목과 연관된 재미 포인트도 짚었다. "'지금 불륜'은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인간성을 버리는 내용"이라며 "그게 불륜보다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즉 블랙코미디라는 장르로 인간이 나약해지고 비겁해지는 순간을 실감 나게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감히 2026년에 새로운 블랙코미디 장르를 구축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창희 감독님이 멋지게 포문을 연 거죠. 감각적인 요즘 시대의 블랙코미디예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제가 출연하지 않았어도 똑같이 느꼈을 거예요. 시청자분들도 그렇게 봐주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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