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신중한 심리만으론 설명 못 해"

[더팩트ㅣ국회=정채영 기자]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뒤 4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이 42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장기 사건은 7년 넘게 심리가 이어지면서 장기 미제 해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제출받은 헌재의 '장기미제 사건 및 심리 지연 현황' 자료에 따르면 4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은 미제사건은 42건으로 집계됐다.
4년 경과 미제사건은 2021년 41건, 2022년 46건, 2023년 20건, 2024년 55건에서 지난해 74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7월까지 42건이 4년 이상 장기 미제로 남아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장기 미제사건은 345건이다. 이 가운데 접수 후 2년이 지났지만 3년이 되지 않은 사건이 207건으로 가장 많았고, 3년 이상 4년 이내 사건도 96건에 달했다.
특히 일부 사건은 6~7년 가까이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헌재가 제출한 '4년 경과 미제사건 최장기 5건' 자료를 보면 가장 오래된 사건은 2019년 2월 12일 접수된 형법 제41조 제1호 등 위헌소원이다. 2019년 6월 28일 접수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19조 위헌확인'도 아직 심리 중이다.
이 밖에도 2020년 3월 접수된 기소유예처분취소 사건 2건과 같은 해 6월 접수된 불기소처분취소 사건 1건 역시 6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가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헌재가 이를 강제적 처리 기한이 아닌 '훈시적 규정'으로 보고 있어, 180일을 넘겨도 이를 제재하거나 결정 선고를 강제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장기 미제 문제는 최근 법원의 사법심사 대상이 됐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6월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사건 항소심 과정에서 헌법소원 심리가 장기간 지연된 것이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헌재에 진행 경과 등에 관한 의견을 요청했다. 헌재의 심리 지연을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은 첫 사례다.
헌재는 장기 미제사건이 발생하는 이유를 헌법재판의 파급효과가 큰 만큼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헌법재판 판례와 입법례, 국내외 연구자료를 수집·분석하고 관련 기관의 의견을 취합하는 등 절차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해 심리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사건마다 쟁점과 심리 여건이 다를 수 있지만, 기본권 구제를 위한 헌법소원의 결론을 4년, 길게는 7년 넘게 기다리는 상황을 단순히 '신중한 심리'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며 "현재 남아 있는 장기 미제 사건을 면밀히 점검하고, 기본권 구제가 수년씩 지연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장기 미제 해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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