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배 20상자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전남광주시 광산구 하남동에 15년 동안 이름도 얼굴도 알리지 않고 선행을 이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 추석에도 나눔을 실천했다.
22일 하남동 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익명의 기부자는 지난 18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며 배 20상자를 남겼다.
이번이 벌써 29번째 나눔이다.
그의 선행이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 2011년 설이다. 당시 하남동 행정복지센터 앞에 20kg짜리 쌀 35포대가 놓여 있었다. 누가 가져왔는지 알 수 있는 이름이나 연락처는 없었다.
이듬해인 지난 2012년 추석에는 포도 50상자가 등장했다. 지난 2013년 추석에도 다시 포도 50상자가 놓였고 지난 2014년부터는 설과 추석을 앞두고 사과와 배 등 50상자 안팎의 과일이 꾸준히 전달됐다.
기부자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차량으로 직접 물품을 옮겨놓거나 배달을 이용했다.
지난 2016년 추석에는 연휴를 불과 이틀 앞두고 사과와 배 50상자를 놓고 가면서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려운 차상위계층에 전하면 좋겠습니다"는 취지의 짧은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행정복지센터 CCTV에 한 사람이 늦은 시간 차량에서 과일을 내리는 모습이 찍힌 적도 있지만 주민과 직원들은 익명으로 남고 싶어 하는 기부자의 뜻을 존중해 신원을 확인하지 않았다.
오랜 기간 이어지던 기부가 멈춘 적도 있었다.
지난 2024년 설까지 과일을 전달했던 기부자가 그해 추석에는 처음으로 모습을 보이지 않자 주민들과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은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하지만 이듬해 설 다시 샤인머스캣 50상자를 보내며 나눔을 재개했다. 당시 그는 "지난 추석 찾아오지 못해 죄송했다. 아쉬운 마음만큼 더 자주 더 많은 이웃을 돕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지난해 추석에는 배 35상자를, 올해 설에는 배 30상자를 전달했다. 이번 추석 배 20상자까지 더하면 지금까지 기부한 과일만 1299상자에 달한다.
첫 기부였던 쌀과 떡국떡 등까지 포함하면 15년에 걸친 그의 나눔은 하남동에서 명절을 알리는 하나의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기부 물품은 매번 지역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됐다.
올해 추석을 앞두고 도착한 배 20상자 역시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질 예정이다.
이상윤 하남동장은 "매년 명절마다 한결같이 나눔을 실천해 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부자의 따뜻한 마음이 돌봄이 필요한 이웃에게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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