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 무진성 되고파"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무진성은 정말 '말하는 대로'다. 2024년부터 세 번의 만남 동안 무진성은 매번 새로운 목표를 꺼냈고 다음 만남에서는 어김없이 그 말을 현실로 만들어 돌아왔다. 물론 그 모든 순간은 우연히 찾아온 행운이 아닌 매 작품 새로움을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한 시간이 쌓여 만든 결과였다. 그렇기에 무진성의 다음 페이지가 매번 궁금해진다.
무진성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극본 김은희, 연출 윤종호)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천재 해커 기영도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무진성을 처음 만난 건 2024년 여름이었다. 당시 그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폭군'을 마친 뒤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듬해 겨울 다시 마주했을 때 그 바람은 현실이 돼 있었다. tvN 토일드라마 '태풍상사'라는 좋은 작품을 만나 이전과는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줐다. 그래서인지 그때의 무진성은 한발 더 나아가 "2026년에는 한 작품이 아니라 여러 작품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26년 가을, 세 번째 만난 무진성은 또다시 자신이 했던 말을 현실로 만들어 놓은 채 취재진 앞에 앉았다. MBC 금토드라마 '유부녀 킬러'에서는 냉철하면서도 어딘가 허술한 천재 해커가 됐고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들쥐'에서는 속내를 좀처럼 읽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회계사로 변신했다.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낯설 정도로 두 작품 속 얼굴은 달랐고 두 작품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물론 말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무진성이 했던 말이 하나둘 현실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히려 선명하게 보인 것은 그 결과 뒤에 자리한 그의 노력이었다. 주어진 캐릭터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자신만의 얼굴을 하나 더 꺼내기 위해 고민하고 작은 장면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무진성을 만들었다.
다만 '유부녀 킬러'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부담도 있었다.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살벌한 직업을 가진 어느 '워킹맘'(아이를 키우면서 직장일을 하는 여성)의 고군분투 '워라벨'(일과 개인 삶 사이의 균형) 사수기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총 14부작으로 지난 12일 종영했다.

특히 무진성이 분한 기영도는 원작 속에서 '냉미남' 비중을 담당하는 인물이었다. 무진성은 원작의 그림체를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헤어스타일부터 의상까지 스태프들과 끊임없이 의견을 나눴다. 그는 "구현돼 있지 않은 부분을 어떻게 채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말투와 톤, 표정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천재 해커를 연기하는 과정 역시 만만치 않았다. 기영도는 '킹피셔' 유보나(공효진 분)의 작전을 지원하며 사건 해결에 힘을 보태는 핵심 인물로, 뛰어난 해킹 실력과 빠른 판단력을 바탕으로 각종 정보를 찾아내며 팀의 든든한 브레인으로 활약하는 인물이다.
기영도에게는 모니터 앞에 홀로 앉아 해킹하는 장면이 많았지만 실제 촬영 다시 화면은 대부분 후반 작업을 통해 구현됐다. 그는 "모니터 화면이 다 CG로 제작되기 때문에 앞에 있다고 상상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굉장히 힘들었다"며 "유보나 선배랑도 인이어와 무전을 통해 얘기하는 장면이 많았어서 그 모든 걸 상상하면서 연기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컴퓨터 앞에서 혼자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까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는 것보다 혼자서 해야 하는 신이 많아서 힘들었어요. 하루에 26개 신을 몰아서 촬영한 적도 있었죠. 모니터 위치부터 어디를 봐야 하는지, 어느 타이밍에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해야 하는지까지 다 정해져 있었어요. 후반 작업과 맞아야 하니까 그것까지 외우고 계산하면서 연기해야 해서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극 초반 유보나를 향한 기영도의 특별한 감정도 무진성만의 해석을 거쳤다. 그는 "사랑이 아닌 존경심이라고 생각했다"며 "권태성(정준원 분)을 향한 질투도 내가 존경하는 사람이 가정 생활을 하며 누군가에게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생기는 불편한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기영도는 권세아(이은샘 분)를 향한 마음을 키워간다. 다만 기영도는 권세아 앞에서는 유난히 뚝딱거렸다. 머리로는 모르는 것이 없는 천재 해커지만 정작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마음도 몸도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그 매력이 가장 잘 드러난 장면 중 하나는 13회에 등장한다. 권세아와 범성훈(최우성 분)이 편의점에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한 기영도가 업무 중 목이 마르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오는 장면이다. 곧장 편의점으로 들어가려던 기영도는 잠긴 문을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부딪힌다. 이는 대본에는 없던 무진성의 아이디어였다.
"기영도가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매력적인 남자로 다가갈까를 고민했던 것 같아요. 대본에는 그냥 '목말라서요'라고 하고 편의점에 들어가는 것으로 돼 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조금 밋밋할 것 같았죠. 질투심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당황한 마음을 극대화하고 싶어서 현장에서 편의점 문을 잠가주시면 어떻겠냐고 부탁드렸어요. 감독님께 여쭤봤더니 좋은 방향인 것 같다고 해보자고 하셨고 방송에도 그 장면을 써주셨죠. 기영도라는 인물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던 것 같아 좋았어요."
이처럼 '유부녀 킬러'를 통해 냉철한 판단력과 우직함, 허술함과 서툰 설렘까지. 무진성은 작품 안에서 여러 얼굴을 꺼내 보였다. 그리고 같은 시기에 공개된 '들쥐'에서는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었다. 회계사 손수현으로 분해 선과 악 어느 한쪽으로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얼굴로 서늘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무진성은 "배우로서 완전히 반대되는 인물을 또 한 번 보여드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양면성을 가진 전혀 다른 인물을 비슷한 시기에 보여드릴 수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순간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무진성이 세웠던 목표와 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024년에는 좋은 작품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만난 뒤에는 여러 작품으로 시청자들께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그 말마저 현실이 되자 무진성은 또 한 번 새로운 얼굴을 약속했다.
"새해에는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더 많은 작품에 나와서 '무진성에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죠. 계속 더 많은 분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세 번의 만남 동안 무진성의 목표는 조금씩 커졌고 그의 얼굴도 그만큼 다양해졌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매번 만남마다 지난번 꺼내놓은 바람이 현실이 돼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캐릭터의 작은 행동 하나까지 허투루 넘기지 않고 자신만의 답을 찾아온 무진성의 치열한 고민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꺼낸 "무궁무진 무진성이 되고 싶다"는 말에도 힘이 실린다. 매번 말한 것을 자신의 노력으로 증명해 온 그가 다음 작품에서는 또 어떤 얼굴로 취재진을 놀라게 할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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