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마트도 굿즈·완구로 승부수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명절 선물의 대명사이던 한우와 굴비, 통조림 캔 사이로 캐릭터와 굿즈가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식품업계는 전통의 선물세트에 인기 캐릭터 옷을 입혔고, 편의점과 프랜차이즈는 자체 굿즈를 선물 본품으로 내세웠다. 대형마트는 완구 할인 행사를 연휴 이후까지 연장하며 '키덜트'와 가족 단위 수요 공략에 나섰다. 명절 선물의 기준이 '격식'에서 이른바 '덕심(개인 취향과 재미)'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스팸·참치캔에 캐릭터…식품업계, IP 협업 전면 배치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올해 추석 카카오·포켓몬 IP(지식재산권)를 스팸 선물세트에 접목했다. 캐릭터와 굿즈를 활용해 '받는 재미'와 '소장 가치'를 더한다는 취지다. 특히 올해 30주년을 맞은 포켓몬 협업 세트는 이마트, CJ더마켓, 카카오 등 주요 온·오프라인 채널에서 판매한다. 소비자가 스티커로 선물세트를 직접 꾸밀 수 있도록 했으며 온라인 구매 고객에게는 포켓몬 키링을 증정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추석에도 '벨리곰' 협업 스팸 세트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 추석 선물세트 라인업은 역대 최다인 260종으로, 지난 설보다 50여종 늘어났다.
참치캔도 캐릭터를 입었다. 동원F&B는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를 적용한 '동원참치 라인프렌즈 에디션'을 새로 출시했다. 방탄소년단(BTS) 진과 협업한 '슈퍼참치 선물세트'도 연속 판매에 나섰다. 해당 세트는 앞선 두 차례 명절 동안 누적 판매량 4만세트를 돌파한 대표 히트 상품이다.
패키지에 유명 작가의 작품과 명화를 담은 감성형 선물도 늘었다. 대상 청정원은 그래픽 아티스트 차인철과 손잡고 온라인 전용 선물세트 21종을 선보였다. 1960년대 미원 선물세트의 디자인을 복원한 레트로풍 틴케이스 세트도 함께 공개했다. 애경산업은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 꽃',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클로드 모네의 '양산을 든 여인' 등 명화를 생활용품 선물세트 겉면에 입혔다.

◆ 편의점은 굿즈 자체가 본품…팬덤·완구로 확산
편의점은 캐릭터와 굿즈 자체를 독립 선물로 구성하며 차별화에 나섰다. CU는 '피카츄 사과세트'(2만9800원) 등 과일·음료 세트 3종, '포켓몬 캡슐 뽑기 머신'(6만5000원) 등 완구 9종, '잠만보 텐트 패키지'(14만9000원) 등 캠핑용품 3종, '피카츄와 친구들 골프공 12구'(4만1500원)를 포함해 총 20종의 포켓몬 선물세트를 마련했다.
세븐일레븐은 헬로키티 자수 버선 키링과 봉제인형 키링, 마그네틱 카드지갑, 글라스 세트 등 단독 굿즈 9종을 내놨다. 방한 외국인 관광객과 캐릭터 마니아들의 반응을 겨냥했다.
팬덤 맞춤형 구성도 등장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더벤티는 18일부터 콜드브루와 아로마 드립백, 스텐 머그컵에 브랜드 모델 박지훈의 엽서 3종을 동봉한 선물세트를 판매한다.

대형마트 완구 매장은 대목 공략을 위해 행사 일정을 연휴 뒤로 늘렸다. 롯데마트 토이저러스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역대 최장인 23일간 '해피 토이저러스 데이'를 연다. 레고 260여종을 최대 40%, 헬로카봇과 포켓몬스터 시리즈를 각각 최대 50%, 30% 할인한다.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등 닌텐도 스위치 게임 타이틀 40종도 최대 1만5000원 할인 판매한다. 완구 수요가 집중되는 명절 특수와 가족 놀이 수요를 동시에 겨냥한 조치다.
이색 취향형 상품의 인기는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CU에 따르면 지난 설 당시 오예스 보조배터리, 버터링 충전기, 쌍쌍바 손난로 등 이색 펀(Fun) 상품이 인기를 끌며 설 선물 매출이 전년 대비 13.8% 늘었고, 10만원 이상 고가 상품 매출은 39.2% 뛰었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추석 유명 맛집 협업 상품과 화장품 세트가 호조를 보이며 선물 매출이 17% 증가했다.

◆ 수집욕 겨냥한 초고가 상품 등장…'실속형'에도 캐릭터 결합
수집욕을 자극하는 초고가 희귀 상품도 라인업에 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은 도멘 르로아 끌로 드 부조 GC 98(2150만원), 도멘 드 라 로마네 꽁띠 로마네 생 비방 GC 98(1494만원) 등 희소 와인을 선보였다. GS25는 안중근 의사 금메달(110만원), 이중섭 은지화 은메달 등 메달 상품과 화투 문양 카드형 금메달(6만6000원)을 출시했다.
편의점 이색 경쟁은 로봇으로까지 번져 CU는 3100만원 상당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GS25는 감정 인식 '소셜로봇리쿠'(550만원)를 카탈로그에 올렸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처음으로 뷰티·리빙 상품을 도입하고 맞춤형 AI 쇼핑 어시스턴트 '헤이디'를 가동했다.
다만 전통 신선식품의 위상이 흔들린 것은 아니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매출은 전년 대비 14.9% 증가했으며, 5만원 미만 가성비 세트(33%)와 10만원대 신선 세트(16%)가 고루 성장했다. 이마트24도 한우·굴비 등 신선식품 상품 수를 전년보다 30%가량 늘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신선식품 수요가 견고하게 유지되는 가운데, 가성비를 앞세운 실속 선물세트까지 캐릭터를 입히며 젊은 소비층을 흡수하고 있다"며 "명절 선물이 단순한 인사치레를 넘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진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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