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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人터뷰] '돌려차기 수사' 김세희 "검사는 피해자 돕는 사람"
15년 피해자 보호 힘쓴 전직 성폭력 전담 검사
검찰 폐지 후 수사 지연·피해자 부담 가중 우려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더팩트 | 김해인·정예은 기자] '부산 돌려차기 사건' 수사 검사로 이름을 알린 김세희 변호사는 검사의 역할을 두고 "피해자를 위해 법정에 나서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김 변호사는 지난 9일 <더팩트>와 만나 "검사들은 피해자들을 위해 대신 법정에 나선다"며 "국가를 대신해 피해자를 돕는 역할에 대한 조명이 없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부분이 주목받기 전에 부정적인 모습이 많이 비춰지다 보니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도 검찰의 역할을 더 축소하는 쪽으로 이뤄진 게 아닌가 싶어 아쉬운 마음"이라고 했다.

지난 2007년 제4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39기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김 변호사는 2010년 검사로 임관해 15년간 수많은 형사사건을 맡았다. 2015년에는 대검찰청에서 아동성폭력 공인전문검사(2급) 인증을 받아 성폭력 사건을 전담했다. 지난해 4월 검사 생활을 마친 뒤에는 변호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과 사건 속에서 만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신간 '지키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를 펴냈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추천사에서 김 변호사를 가해자를 단죄하는 '칼잡이'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의 생명을 살리고 다시 살아갈 힘을 주는 '활인검(活人劍)'을 하는 검사로 표현했다.

김 변호사는 책에서 "못난 어른들에게 나는 자주 언성을 높여야 했다"고 썼다. 어린 피해자를 상대로 한 친족 성폭력 사건이 배당되면 "피해자의 말에 누구 한 명은 끝까지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있어야 건강한 사회라고 믿으며 미친 자처럼 날뛰는 1인을 자처했다"고 돌아봤다.

또 다른 대목에서는 피의자를 상대로 "적어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는 않아야하지 않겠느냐고,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에게 이럴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고 적었다.

초임 검사 시절 형부에게 성폭력을 당한 초등학생 피해자의 사건을 맡은 경험을 계기로 '피해자의 삶'에 주목하게 됐다. 가해자가 구속되자 가족들이 검찰청 복도에서 "얘(피해자)가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소리치는 모습을 직접 마주했다.

이후 성폭력 사건을 맡으면서 피해자의 학교생활이나 2차 가해, 심리상담 등 사건 기록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문제까지 살피게 됐다.

김세희 변호사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려 했던 수사의 사례로 꼽힌다./더팩트 DB
김세희 변호사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신하려 했던 수사의 사례로 꼽힌다./더팩트 DB

◆'기적의 연속' 돌려차기 사건 수사…"형사부 검사들의 일 그 자체"

김 변호사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역시 피해자의 목소리를 대신 한 수사의 사례로 꼽힌다.

당시 경찰은 피의자를 중상해 혐의로 송치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기록에서 성폭력을 의심할 만한 정황을 발견했다. 119 응급상황 기록에 피해자의 청바지 지퍼가 내려가 있었고, 피의자가 도주 과정에서 '강간'과 '강간살인' 등을 검색한 사실이 확인됐다. CCTV에도 7분간 행적이 확인되지 않는 공백이 있었다.

피해자가 병상에 있어 진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김 변호사는 피의자를 직접 불렀다. 피의자가 피해자가 여자인지 몰랐다고 반복해서 주장하자 의문이 커졌다.

김 변호사는 "사실 공격만 목적이라고 하면 피해자가 여자인지 남자인지 중요하지 않지 않느냐"며 "그걸 부인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 피해자가 여자여야만 되는 지점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피해자의 청바지 겉면 DNA만 확인된 것을 보고 속옷 감정 여부를 확인했다. 피해자 언니가 사건 이후 한 달이 지나도록 세탁하지 않은 속옷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냈다.

1심에서는 살인미수 혐의만 인정돼 징역 1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수사 방향을 다시 잡았다. 청바지 안쪽 약 120곳에 대한 재감정이 이뤄졌고 피의자의 DNA가 확인되면서 강간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형량은 징역 20년으로 늘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을 두고 "정말 기적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특별한 일을 한 것처럼 평가하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이건 정말 형사부 검사들이 하는 일의 방식 그 자체다. 그냥 검사들이 다 이렇게 일한다"며 "송치된 후에 좀 부족한 부분은 직접 보완을 하고, 피의자를 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런 평범한 사건인데 운이 좋게 실체적 진실 발견에 가까워지면서 긍정 사례로 언급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당시 피의자를 강하게 질책한 것도 피해자를 비난하는 태도 때문이었다고 했다. 피의자가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기억이 안 난다"거나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하면서 피해자가 자신을 째려봤다는 등의 주장을 스스럼 없이 이어갔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화가 났다. '경찰은 안 그랬는데 왜 나를 몰아세우냐'는 식으로 발뺌하자 폭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검찰청 폐지와 검사 수사권 박탈…"피해자 부담 커질 수 있어"

오는 10월2일로 검찰청이 사라지고 검사는 일절 수사를 할 수 없다. 김 변호사는 검사의 피해자를 위한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사건 종결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질 수 있는 증거를 피해자나 변호인이 직접 챙겨야 하는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특히 검사가 경찰이 놓쳤던 새로운 범죄 혐의를 발견하거나 경찰의 판단을 면밀히 들여다보기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다.

그는 "검사가 피해자를 위해 하는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권한을 축소하는 데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검찰을 둘러싼 논란이 일부 검사들의 문제를 넘어 조직 전체를 향할 때 무력감도 있었다.

김 변호사는 "사고는 몇몇이 쳤는데 집단이 매도 당해서 '너네 다 없애야 해' 이런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형사부 검사들 입장에선 억울하고 더 무기력해지는 일"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국민이 검사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계신데 그냥 아주 보통의 사람들"이라며 "그냥 직장이 검찰청이고 본인에게 부여된 업무가 국민들의 권익에 좀 맞닿아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평범한 검사들이 노력을 하고 '살림'을 살았기 때문에 형사사법 시스템이 그래도 큰 소리 나지 않게 돌아갔다"며 "그런 검사들이 있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저서 '지키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김세희 변호사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카페게더에서 <더팩트>와 인터뷰에 앞서 저서 '지키기 위해 지지 않기 위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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