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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료로 사망하면 의사 형사책임 면제…"수용 의무 없고, 책임만 면제"
국회 복지위 '중과실 없으면 면제' 법안 처리
수용 거부해도 제재 없어, 실효성 논란
국민 생명 직결...공론화 필요성


2024년 3월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환자가 119 구급대원에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더팩트DB
2024년 3월 11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종합병원을 찾은 환자가 119 구급대원에 도움을 받아 응급실로 들어가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응급의료로 환자 사망시 의사 처벌을 필요적으로 감면 또는 면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법으로도 임의적 감면이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는데도 불구하고 필요적으로 책임을 면제해 환자 보호 측면을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민 생명과 직결된 법안을 공론화 등 국민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용하는 병원이 없어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한 경우 정부가 지정하는 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했지만 지키지 않아도 제재 조치는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응급의료 거부 사유를 규정했지만 추후 대통령령으로 사유를 확대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개정안은 응급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길에서 사망하거나 분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의 형사 처벌 부담을 낮추고 정부가 지정한 병원이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가 중증응급환자를 받는 병원이 신속하게 정해지지 않을 경우 중증응급의료센터나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해 수용하도록 했다. 다만 수용하지 않아도 제재는 없다.

또한 개정안은 의사가 제공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죽거나 다친 경우 중대 과실이 없으면 의사에 대해 형을 감면하거나 형사상 책임을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형사처벌 감면을 '면제할 수 있다'로 임의 규정인데 이를 '면제한다'는 필요적 규정으로 바꿨다.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도록 지정된 병원 의사가 제공한 응급의료로 환자가 죽거나 다치면 중대 과실이 없는한 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규정도 새로 만들었다.

응급 의료 기관이 응급의료를 거부하거나 기피할 수 있는 사유도 구체적으로 정했다. 응급의료기관의 시설·장비·인력 등이 모두 운용 중이라 추가 응급 환자에 적절한 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다. 다른 중증응급환자 최종진료를 수행 중이거나 다른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예정된 수술 등 수행 시간이 새로운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최종진료에 소요되는 시간과 겹치는 경우도 포함한다. 또한 이에 준하는 사유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도 법안에 포함했다. 추후 대통령령으로 응급의료 거부 사유가 추가될 수 있다. 이같은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되면 6개월 후 시행한다.

이러한 법안 통과에 시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의사에게 중과실이 아닌한 과실이 있어도 형사 책임을 면제함으로써 환자 권리를 제약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변호사는 "이미 기존 법에 의사들에 대해 형을 감면하거나 면제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데 필수적으로 면제시킴으로써 피해자 보호 측면은 고려하지 않고 의사들 요구에 중점을 뒀다"며 "응급의료 시 중과실이 아닌한 의사에 대한 형사 책임을 면제하면 국민 입장에서 원통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 해결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에 의해 지정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해도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자녀를 잃은 손성관씨는 "의무수용 내용이 필요하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채 전문 지식이나 장비 없는 간호사나 응급구조사 말을 전화로만 듣고 수용을 거부해 길위에 방치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먼저 수용을 해서 전문 지식을 가진 의사와 대면을 한 상태로 진단을 받고 진료 가능한 상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대구에서 손 씨 아내인 쌍둥이 산모는 조산 징후를 보였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4시간을 길에서 헤매다 경기도 성남까지 이동했다. 아이 한 명이 사망하고 남은 아이는 뇌손상을 입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5년 10월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 해결 방안을 '중증 응급환자 즉각 수용 의무 강화'(29.5%), '중증 응급환자 수술·시술 가능 인력 확충'(26.4%), '실시간 병상·환자 진료정보시스템 구축'(19.9%) 순으로 꼽았다.

2025년 6월 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25년 6월 4일 서울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법안은 응급의료 거부 사유를 규정했지만 추후 대통령령으로 사유를 확대하거나 병원이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손 씨는 "119에서 응급환자 이송 병원을 지정해도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병원이 수용을 거부할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며 "병원이 언급한 사유가 타당한지는 법정 공방으로 가지 않는한 병원이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매일 일을 나가는 일반 국민에게 법적 공방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응급의료 거부 사유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추가 사유를 정할 때 배후 진료가 없는 경우 등 사유까지 반영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 회장은 "이 법안은 병원과 의사가 응급환자를 안 받아도 문제가 없고, 중대 과실이 없는한 환자가 죽어도 책임이 없는 것"이라며 "응급의료라고 해도 환자가 진료 중 죽어도 형사 책임을 안지면 의사에게 절대전능한 특권을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데도 거짓으로 병원이 응급환자를 거부하면 행정처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법안이지만 국민들에게 충분한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법안을 처리하는 데 비판이 나왔다. 박호균 변호사는 "국민 목숨과 관련된 법이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오랜 기간 알리지 않고 공론화 없이 이렇게 처리하면 안된다"며 "법안 추진을 중단하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 의견을 듣는 공론화 먼저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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