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시간' 벼루·상여·악보·선으로 확장 독창적 조형세계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작가 이상용이 삶의 순간순간 마주한 만남과 이별, 오래된 사물에 켜켜이 쌓인 시간과 기억을 ‘운명’이라는 시선으로 풀어낸 개인전을 연다.
이상용 개인전 '운명, 점 하나의 시작'이 오는 10월 2일부터 12월 12일까지 경기도 파주 갤러리끼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0월 2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는 오프닝 리셉션도 마련된다.
이번 전시는 2010년부터 이어온 이상용의 ‘운명’ 작업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벼루와 상여, 악보와 선, 인물 형상과 다양한 오브제 등 서로 다른 재료와 형식의 작품들이 ‘어떤 만남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는가’라는 하나의 질문 아래 연결된다.
작가에게 운명은 이미 정해진 결말이 아니다. 어느 날 자신에게 도착한 사물, 자연에서 발견한 작은 움직임,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작업실을 떠난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순간까지 모두 운명을 만들어가는 사건이다.

전시 제목에 등장하는 ‘점 하나’는 이러한 작가의 작업관을 함축한다. 이상용은 순간순간 찾아오는 만남을 하나의 점으로 바라본다. 수많은 점이 모여 과거와 미래를 잇는 선이 되고, 다시 관계를 이루면서 하나의 입체적인 운명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특히 벼루는 이상용의 작업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매개다. 아버지의 붓글씨와 20대에 다녔던 서당, '명심보감'을 반복해 읽고 쓰던 경험은 작가에게 '선'과 '시간'의 의미를 깊이 새겼다. 오래된 벼루의 마모와 표면에 남은 흔적 역시 지워야 할 결함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이 지나간 기록으로 받아들인다.
악보와 테이프를 활용한 작업, 상여를 소재로 한 설치, 무수한 선으로 이어지는 드로잉 역시 같은 맥락에 놓인다. 음악의 기록인 악보는 사람의 실루엣과 군중의 희로애락으로 확장되고, 상여는 죽음이라는 끝을 넘어 삶의 존엄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조형적 장치가 된다.

이상용의 작업에는 자연과 함께했던 어린 시절의 감각도 중요한 바탕으로 자리한다. 시냇가의 조약돌과 바람, 나무와 자연의 소리를 경험하며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가던 기억은 오늘날 버려진 쇠 조각이나 낡은 사물과 대화하는 작업 방식으로 이어졌다.
이광기 갤러리끼 대표는 초대글을 통해 "삶 속에서 스쳐가는 만남과 이별, 오래된 사물에 깃든 시간과 기억을 ‘운명’이라는 시선으로 풀어낸 이상용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다"며 이번 전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상용은 1970년 충남 공주 출생으로, 뉴욕과 서울을 비롯한 국내외 전시 공간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이어왔다. 2013년 뉴욕 워터폴 갤러리 개인전을 비롯해 2019년 갤러리 그림손 기획초대전, 2024년 갤러리 전 개인전, 2025년 아트뮤지엄 려 특별전 등에 참여하며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해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기억에 머물던 ‘점 하나’가 관객과 만나는 또 하나의 운명으로 이어지는 자리다. 관객은 이상용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스쳐간 만남과 이별, 그리고 오래된 사물에 남겨진 시간까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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