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정 쉽고 세수 확보·유해 소비 억제 위한 합리적 선택"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액상형 전자담배의 실제 니코틴 함량이나 판매가격과 관계없이 용액 부피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현행 방식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17일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전자담배에 1ml당 628원의 담배소비세를 부과하도록 한 구 지방세법 조항과 1ml당 370원의 개별소비세를 정한 구 개별소비세법 조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각 합헌 결정했다.
지방세법 사건은 법원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이고, 개별소비세법 사건은 수입·판매업자들이 낸 헌법소원 사건이다.
전자담배 용액 수입업자들은 중국 등에서 제조된 니코틴 원액을 사용한 전자담배 용액을 들여오며 니코틴이 '연초의 줄기'에서 추출됐다는 취지로 신고하고 담배소비세 등을 납부하지 않았다. 당시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물품을 담배로 규정했다.
하지만 과세당국은 해당 물품에 '연초의 잎'에서 추출된 니코틴 용액이 포함돼 담배에 해당한다며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 가산세 등을 부과했다.
업자들은 과세처분 취소 소송을 내는 한편, 용액 부피를 기준으로 고정세율을 적용하는 세법 조항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재는 "니코틴 용액의 부피가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하고 측정도 쉬워 과세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봤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통·판매될 때 니코틴이 용액에 희석된 상태로 존재하는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담배 유형별 최종 유통 형태에 맞춰 과세기준을 정한 입법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고정세율 역시 조세행정의 효율성과 법적 안정성을 위한 입법재량 범위 안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소비자에 대한 전가 여부나 전가하지 못한 경위·귀책 정도 등을 감면 사유로 삼으면 과세기준의 명확성과 예측 가능성이 훼손되고,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의 분쟁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판매업자가 실제 판매가격에 세액을 얼마나 반영했는지는 납세의무 성립 여부를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다"고 봤다.
원료 가격과 소비세액을 합한 금액보다 낮은 가격에 팔았더라도 세금을 감면할 이유가 되지 않으며, 과세 대상인지 확인해 정확히 신고하는 것도 수입판매업자의 책임이라고 했다.
헌재는 용액 1ml당 담배소비세 628원, 개별소비세 370원의 정액세율이 안정적인 세수를 확보하고 담배 소비를 억제해 국민 건강을 보호한다는 중대한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옛 담배사업법의 '연초의 잎' 부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은 각하했다.
제청법원은 옛 담배사업법이 '줄기 추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하는 물품을 담배 정의에 포함하지 않은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헌재는 "해당 물품이 실제로 연초 잎에서 추출된 니코틴 용액을 함유한 것으로 확인되면, 법 조항의 위헌 여부와 무관하게 여전히 담배에 해당해 과세 대상이 된다"며 재판의 전제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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