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 의사결정·독자 보상체계 구축…'시장 점유율 10%' 달성 목표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보령(옛 보령제약)이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전문의약품(ETC) 영업·마케팅 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한다. 단순한 영업망 분리를 넘어 사업개발(BD)과 유통까지 한데 묶어 외부 대형 품목을 적극 도입하는 '커머셜 전문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ETC 영업·마케팅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인 '보령파마솔루션(BPS)'을 설립하기로 결의했다. BPS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2027년 1월 4일 비상장 법인으로 출범하며, 정웅제 보령 영업부문장(부사장)이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분할 이후 보령은 연구개발(R&D), 제품 개발, 생산·품질관리와 글로벌 사업 등에 집중하고 BPS는 국내 ETC 영업·마케팅, 사업개발, 유통을 담당한다. 핵심 완제의약품 생산시설과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 특허·상표권 등 주요 지적재산권은 존속법인인 보령에 그대로 남는다. 신설법인 BPS로 이동하는 인력은 영업·마케팅 및 BD·유통 조직을 포함한 약 700명으로, 보령 전체 임직원의 40%가 넘는다. 다만 BPS로 이전되는 자산은 전체 자산의 3.8% 수준인 약 570억원(현금 500억원 포함)에 불과하다. 보령 관계자는 "내년 1월1일 출범 이후 매출이 바로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수익 내에서 임금 등의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PS의 가장 큰 변화는 영업조직이 하나의 독립된 사업 단위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영업·마케팅 인력과 예산을 생산·R&D 등 전사 투자계획과 함께 조정해야 했지만, 별도 법인이 되면 시장성과 판매 가능성을 기준으로 제품을 선정하고 인력과 미케팅 비용을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게 된다. 영업직군의 성과에 맞춘 평가·보상체계를 별도로 설계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보령 관계자는 "환경 변화에 대응해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하에 분할을 결정했다"며 "영업사원들의 처우나 보상 문제도 분할 조직에서 최대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BPS는 보령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외부 제약사의 제품을 직접 도입해 판매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존 영업대행(CSO) 수수료 모델에서 벗어나 제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커머셜 유통 모델이다. 제품의 시장성 검토부터 도입 조건 협상, 출시 전략, 마케팅, 병·의원 영업, 유통, 출시 이후 성과관리까지 국내 커머셜 사업 전반을 담당한다. 대형 제품 확보→영업력 강화→추가 대형 품목 유치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 국내 의약품 시장 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물적분할은 보령이 2030년까지 추진 중인 대규모 포트폴리오 확장 계획과 맞물려 있다. 보령은 2030년까지 자사 제품 26건과 외부 도입 상품 16건을 추가해, 외부 도입 상품을 현재 16건에서 32건으로 2배 늘릴 계획이다. 대형 외부 품목이 대거 유입되는 시점에 맞춰 커머셜 조직의 전문성과 속도를 극대화할 최적의 거버넌스를 선제적으로 구축한 셈이다.
최근 외부 품목을 늘려온 것도 이 같은 전략의 기반이 됐다. 보령은 2024년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동판매를 시작한 데 이어 빅씽크의 너랑스·풀베트, 알리코제약의 스토가 등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오츠카제약의 무코스타·프레탈,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엑스브릭, DKSH의 뉴라스타·그라신 등을 확보했고, 2021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삼페넷과 온베브지를 추가했다. 최근에는 한국오가논의 아토젯과 나조넥스 판매도 맡고 있다.
ETC 사업은 이미 보령의 핵심 매출원으로 자리잡았다. 보령의 ETC 매출은 2023년 7173억원에서 2025년 약 8650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결 매출은 8596억원에서 1조174억원으로 늘어 ETC가 전체 매출의 약 85%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ETC 품목 매출 합계는 약 469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7.8%에 달했다. BPS가 외부 고객과 사업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여 이익을 늘리면 보령의 연결이익 증가와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기존 제품의 노후화도 외부 품목 확대의 필요성을 키운다. 아이큐비아 기준 보령의 2025년 의약품 유통액 가운데 2020년 이전 출시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4.1%였다. 카나브 계열의 유통액은 약 1400억원으로 전체의 4분의1에 가까웠다. 안정적인 매출원인 동시에 장기적으로 제네릭 진입과 약가 인하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신규 품목 확보가 중요해진 셈이다.
또한 이번 분할로 존속법인 보령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제고와 리스크 분리 효과도 기대된다. R&D 및 생산 역량에 집중하는 보령은 고부가가치 제약 기업으로 시장에서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된다. 영업 조직 운영에 따른 높은 인건비 부담과 유통·계약 관련 법적 리스크, 리베이트 등 내부통제 우려를 신설 법인으로 분리함으로써, 모회사는 저리스크·고수익 파이프라인과 생산 인프라라는 우량 자산 중심의 투명한 재무 구조를 갖추게 된다.
보령 관계자는 "내년 70주년을 맞아 조직을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강점인 영업·마케팅 분야를 고도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BPS를 대한민국 최고의 커머셜 플랫폼으로 육성해 기업가치 제고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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