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카드 키운 시장, 신용카드 확장…카드사 수익성 주목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해외여행 시장에서 카드업계의 주력 상품이 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로 다시 이동하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를 앞세운 트래블 체크카드가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항공·호텔·공항 라운지·마일리지 등 혜택을 세분화한 신용카드가 해외 결제 수요를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17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해외 신용카드 이용액은 12조58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체크카드 이용액은 16.5% 감소했다. 전체 해외 카드 승인액은 15조9304억원으로 5.8% 늘었다. 해외 카드 소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체크카드에서 신용카드로 수요가 이동한 셈이다.
지난해에는 흐름이 정반대였다. 지난해 1~7월 개인 체크카드 이용액은 3조64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2%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신용카드 일시불 이용액 증가율이 0.7%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체크카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연회비 부담 없이 발급·유지가 가능하고 해외 결제 및 환전 수수료까지 면제되는 트래블 체크카드가 해외여행 수요를 빠르게 흡수한 결과다.
해외 결제에서 체크카드 시장의 급성장을 이끈 대표 상품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다. 지난 2022년 7월 환전·인출·결제 등 모든 소비 과정에 필요한 수수료를 업계 최초, 무료로 전환했다. 출시 초기 코로나19 여파에 해외여행 수요가 반등하지 못하면서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과거 이호성 하나은행장이 하나카드 사장으로 재직했던 당시 공격적인 마케팅을 단행하면서 가파른 속도로 가입자가 유입됐다.
트래블로그의 성공 이후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도 잇따라 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선보이며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나카드는 시장 선점 효과를 바탕으로 2024년 해외 개인 체크카드 결제 시장에서 46.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2위 신한카드(31.6%)를 앞섰다.
다만 무료 환전과 해외 결제 수수료 면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체크카드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졌다. 카드사들은 항공권과 호텔, 공항 라운지, 마일리지 등 여행 관련 혜택을 세분화하며 신용카드 상품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일본·중국 등 인기 여행지를 겨냥한 특화 상품을 내놓는 사례도 늘었다.
실제 하나카드의 해외 체크카드 이용액도 감소세다. 올해 7월 말 기준 하나카드의 체크카드 승인잔액은 1조22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점의 1조6372억원보다 25.1% 줄었다. 시장 점유율은 43.1%로 여전히 1위를 유지했지만 지난해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상품 선호도에서도 신용카드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카드고릴라가 지난 4월 발표한 '2026년 1분기 트래블카드 톱10'에서는 현대카드 '아멕스 골드'가 1위를 차지했다. 신한카드 '쏠트래블 체크카드'가 2위, KB국민카드 '트래블러스 체크카드'가 7위에 올랐다. 상위권에는 신한 쏠트래블을 제외하면 신용카드형 상품이 다수 포함됐다.
카드업계에서는 해외여행에서 여러 장의 카드를 나눠 쓰기보다 여행 관련 혜택을 한 장에 집중하려는 수요가 커진 점을 배경으로 꼽는다. 무료 환전이 보편화하면서 체크카드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수수료 면제 효과가 약해진 만큼, 항공·숙박·라운지·마일리지 등 부가 혜택을 앞세운 신용카드로 선택 기준이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래블카드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체크카드형 트래블카드는 해외 현지 통화를 환전하거나 인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실제 결제에서는 할인이나 마일리지 적립 등 혜택이 큰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체크카드형 트래블카드가 해외여행 카드 시장을 열었다면, 시장이 성숙하면서 결제 영역에서는 신용카드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는 모습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도 신용카드 중심의 시장 재편은 수익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체크카드는 해외여행 고객을 확보하고 결제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수익 창출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트래블카드를 통해 확보한 고객을 신용카드로 확장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트래블카드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서 국내외에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라며 "혜택별로 여러 장의 카드를 나눠 쓰기보다 필요한 기능과 혜택을 한 장에 담은 '똘똘한 한 장'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kimsam11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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