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지도부와 차별화…의원 소통에 방점
'수첩' 신경전…친청 지지층 포용 과제

[더팩트ㅣ국회=정채영·서다빈 기자] '민생·실용·확장'을 앞세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취임 한 달동안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넓히는 ‘구조적 다수’ 구축에 속도를 내며 자신의 색깔을 빠르게 드러냈다. 다만 전당대회에서 맞붙었던 정청래 전 대표와의 관계는 좀처럼 봉합되지 않으면서 당내 화합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지지층까지 끌어안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8·17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거머 쥔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첫 일정으로 수해 피해를 본 경남 거제를 찾으며 민생 행보로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현장 일정을 이어가는 동시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집권여당의 역할을 강조하며 당정 간 보조를 맞추는 데 방점을 찍었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취임 후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이러한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민생을 최우선하며, 모든 지역의 성장을 추진하겠다"며 "민생 실용 확장으로 큰 책임정당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진보세력과의 연대뿐 아니라 중도·보수까지 아우르는 외연 확장을 강조하며 ‘구조적 다수’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야당을 향해서도 협치를 강조하는 등 대여 투쟁보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과 성과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 운영 방식에서는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전임 정청래 지도부에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추진 과정에서 당내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발이 나오면서 내홍을 겪은 바 있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의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는 등 당내 소통을 강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더팩트>에 "정 전 대표 때는 주요 사안이 이미 정해진 뒤 의원들에게 통보되는 식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며 "반면 김 대표는 의원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소통하려고 노력한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당내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강조하는 협치나 통합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취임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김민석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지금보다는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앞선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김 대표와 정 전 대표 간 갈등에 대한 우려는 아직 해소되지 않은 모습이다. 치열한 당권 경쟁 과정에서 드러난 두 사람의 노선 차이가 전당대회 이후에도 이어지면서다. 특히 김 대표가 중도·보수까지 외연을 넓히는 ‘확장’을 강조하면서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물론 전대에서 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당원·지지층까지 아우르는 화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27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서는 두 사람의 신경전이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김 대표가 중도 확장의 필요성을 설명하며 정 전 대표를 ‘중도는 없다’론자로 거론하자, 정 전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규정했다며 "마이크 독재"라고 반발했다. 전당대회 이후에도 두 사람의 노선 차이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난 대목이다.
갈등은 이른바 ‘수첩 사건’을 계기로 다시 부각됐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김 대표의 수첩에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정 전 대표를 가리키는 ‘청래’ 등이 적힌 모습이 포착되자 정 전 대표는 "지난번에는 마이크 잡고 농락하더니 이번에는 수첩으로 때리느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가 이튿날 서울시장 ‘필승 카드’를 고민하며 거론되는 인사들을 적어둔 것이라고 수습했지만, 정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는 화합을 강조하면서 오히려 정 전 대표를 잇달아 자극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불만도 나왔다.
당내에서는 취임 초 여러 의제를 동시에 추진하기보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당내 화합에 보다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것 같다. 대표의 무게에 맞게 말을 좀 아끼고 무엇이 중요한지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자신의 정치를 펼칠 때라기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도와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 전 대표와도 맞서려고 하기보다 둘이 손잡고 잘 가야 한다"며 "계속 두드려 패하면서 단합해야 한다고 하면 그게 말로 되겠느냐. 김 대표도, 정 전 대표도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다만 그는 "김 대표는 아이디어가 많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많이 듣는 사람"이라며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조바심이 있는 것 같은데, 전체 판을 보면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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