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하되 할 말은 하는 의회…시민 잇는 다리될 터"

[더팩트ㅣ세종=김형중 기자] "의장 임기가 2년이잖아요. 7월 30일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655일 정도 남았습니다. 그 기간 안에 행정수도 완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더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안신일 세종시의회 의장은 자신의 임기를 날짜로 계산하고 있었다. 취임 두 달 남짓 만에 전국 시·도의회를 찾아다니고 국회를 오가며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행보를 이어온 그가 남은 임기 동안에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뛰겠다"고 했다.
15일 <더팩트>와 만난 안신일 의장은 "몸은 힘들지만 시민이 계신 곳이 곧 의회가 있어야 할 자리라는 믿음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의장은 취임 이후 세종시의회가 의회 안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국회를 직접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전국 시·도의회를 찾아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공감대를 넓혔고, 국회 앞에서는 1인 릴레이 피켓 시위에도 나섰다.
그가 임기 동안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분명했다.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의 첫 삽을 뜨는 순간이다.
"십수 년 전 행정수도 완성 시민대책위 활동을 할 때부터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200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크게 좌절했던 순간도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국회세종의사당 설치라는 성과도 만들어냈습니다."
안 의장은 행정수도 완성을 단순한 지역 현안으로 보지 않았다.
"세종은 처음부터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기능을 나누고 국토 균형발전을 이끌 새로운 중심 도시로 만들어졌습니다. 중앙행정기관 상당수가 이전했지만 행정수도로서의 법적·제도적 지위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재정 문제나 자족 기능 부족 문제도 결국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큰 과제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세종시의회는 개원 직후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완성 추진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첫 입법 과제로 발의했고, 행정수도완성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안 의장 역시 직접 발로 뛰었다. 경기·인천·충북·대전·전북·경북·서울 등 전국 시·도의회를 찾아 행정수도 완성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8월 세종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에서는 전국 시·도의회 의장들과 행정수도특별법 연내 제정에 뜻을 모았다.
"행정수도 완성이 세종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계속 알리고 싶습니다. 세종의 꿈이 충청의 꿈을 넘어 대한민국의 꿈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집행부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협력과 견제의 균형'을 강조했다.
"한마디로 '협력하되 할 말은 하는 의회'입니다. 협력과 견제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한 몸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생 현안에서는 조상호 시장이 이끄는 집행부와 충분히 대화하고 긴밀히 협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예산과 정책은 소속을 떠나 철저하게 따져야 합니다."
세종시 재정 문제도 행정수도 완성과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세종은 단층제 행정구조에다 국가가 계획해 만든 도시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다른 지자체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행정·재정 수요가 큰데 자치권과 재정 특례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통교부세 재정특례 문제도 안정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들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라는 이른바 3고가 계속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고 봅니다. 위로의 말보다 손에 잡히는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가용 예산이 부족하더라도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확보해 상가와 마을에 다시 활기가 돌도록 해야 합니다."
신도심과 읍·면 지역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안 의장이 의회 운영에서 강조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상호존중'이다. 취임과 동시에 '의원-공무원 상호존중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원과 공무원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시민을 위해 함께 일하는 동반자입니다. 자료 요구나 언어와 태도, 업무지시에서부터 서로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지방의회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권한도 강화돼야 한다고 했다. 지방의회법 제정과 자치입법권 확대, 의회 사무기구 조직권 확보, 정책 지원 전문인력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의장의 정치철학은 의외로 '정치'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사실 정치인이 되는 게 꿈은 아니었습니다. 마을이 꿈이었고 세종시가 꿈이었습니다."
그는 세종시 초기 한솔동 주민으로 활동하면서 동대표와 주민자치, 마을학교, 마을도서관, 마을카페 등 다양한 마을 일에 참여했다. 당시의 경험이 지금 의정활동의 뿌리가 됐다고 했다.
"한솔동에서 마을 일을 할 때는 민원을 많이 넣었던 주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의회에 와보니 공무원의 언어도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주민들은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데 공무원은 절차와 제도 때문에 바로 답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는 자신의 경험이 시민과 공무원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세종의 역사도 잊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처음 세종이 만들어질 때는 금남면이나 조치원, 장군면 등 인근 읍·면 주민들과도 그냥 이웃으로 지냈습니다. 그때는 원주민과 이주민, 신도심과 원도심 같은 구분도 지금처럼 크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도시가 많이 성장했고 새로운 시민들도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세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했는지를 기억하고 이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자신에게 늘 되새기는 말은 '지혜롭고 겸손하자'다.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의장이 된 뒤에도 늘 지혜롭고 겸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안 의장은 취임 두 달을 돌아보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의장 자리를 편안히 앉아 있으라는 자리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민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고 현장으로 더 자주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뛰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안 의장은 잠시 말을 고른 뒤 답했다.
"시민 여러분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응원해 주셔서 과분한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자리를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가 바라는 세종시의회 의장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은 화려하지 않았다.
"'일 앞에서는 겸손했고, 시민 앞에서는 지혜로웠던 의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화려한 말보다 꾸준한 실천으로 행정수도 완성과 시민 삶의 향상이라는 두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온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는 다시 행정수도를 이야기했다.
"행정수도 완성은 시민 여러분께 보답할 수 있는 의장으로서 가장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은 대한민국 16개 광역시·도가 함께 만든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세종시가 잘돼야 결국 대한민국의 미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 의장은 자신의 남은 임기를 다시 떠올렸다.
"656일입니다.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습니다. 시민이 계신 곳에 언제나 의회가 함께 있겠습니다. 따뜻한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고, 때로는 따끔한 질책으로 채찍질해 주십시오. 시민과 함께 걷는 의회라는 약속을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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