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채권서 글로벌채권 전환…3만개 종목 액티브 운용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은행이 국내 자산운용사에 맡기는 외화자산 운용 방식을 손질한다. 선진국 주식 패시브 운용은 줄이고, 약 28개국·3만개 종목을 다루는 글로벌 채권 운용을 확대한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 대상 외화자산 위탁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2억1000만달러다. 2012년 처음 1억달러를 맡긴 이후 13년 만에 30배 넘게 커졌다. 위탁 운용사도 2곳에서 5곳으로 늘었다.
한은은 그동안 국내 운용사의 해외투자 경험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2012년 중국 주식을 시작으로 2019년 선진국 주식, 2022년 미국 종합채권까지 위탁 대상을 확대했다. 장기간 자금을 맡기면서 해외투자 전담 조직과 리서치, 리스크 관리, 결제 등 관련 인프라 구축도 지원했다.
이제는 단순히 위탁 규모를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운용 난도를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튼다. 민간의 해외주식 투자가 빠르게 커지면서 주식 부문의 정책적 지원 필요성이 예전보다 줄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해외주식펀드 순자산은 2020년 27조7000억원에서 올해 6월 163조원으로 약 6배 불었다. 특히 해외주식형 ETF는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126조30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한은은 해외주식 부문에서 초기 목표였던 '양적 기반 조성'이 상당 수준 달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선진국 주식 패시브 펀드에 대한 위탁 비중은 줄이고 채권 위탁은 확대한다. 기존 '미국 종합채권' 전략도 '글로벌 종합채권(Global Aggregate)' 전략으로 전환한다.
투자 난도는 크게 높아진다. 미국 종합채권은 미국 한 국가에서 약 1만개 종목을 다루는 반면 글로벌 종합채권은 약 28개국, 3만개 종목이 투자 대상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글로벌 경기 사이클, 환율 변동 등까지 함께 분석해 초과수익을 내야 한다. 단순 벤치마크 추종보다 운용사의 판단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구조다.
한은은 글로벌 종합채권 전략을 통해 국내 운용사의 액티브 운용 역량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해외 운용사와 성과를 직접 비교할 수 있어 국내사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보완하기에도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채권 거래 중개 역량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재편이 한은 외화자산 전체의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국내 운용사에 맡기는 자금 안에서 비중을 조정하는 것으로, 한은 전체 외화자산의 주식·채권 배분에는 변화가 없다.
한은은 향후 주식 부문에서도 AI 기반 퀀트 전략 등 고난도 운용 분야에 대한 지원을 검토할 방침이다. 양적 지원을 넘어 국내 운용사가 해외 운용사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수준까지 운용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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