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열 발전·탄소포집 결합시 온실가스 최대 72%↓

[더팩트ㅣ울산=손연우 기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냉각 비용이 새로운 에너지 문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서버와 발전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을 다시 전력 생산과 탄소 포집에 활용해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동시에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는 새로운 발전설비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서버를 식히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얼마나 다시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분석돼 향후 AI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시스템 설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따르면 임한권 탄소중립대학원 교수팀은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를 데이터센터의 전력원으로 사용하고 발전과 서버 냉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각각 이산화탄소 포집과 전력 생산에 재활용하는 통합 에너지 시스템을 설계해 경제성과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많은 서버와 GPU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한 냉각설비에도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연구자료에 인용된 딜로이트의 2024년 자료를 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가운데 서버 운영이 약 40%, 냉각이 약 39%를 차지해 서버를 가동하는 것과 거의 맞먹는 전력이 냉각에 투입된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열'이다. 우선 데이터센터 인근에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설치해 전력을 직접 공급하고 연료전지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열은 이산화탄소 포집에 다시 사용한다. 이산화탄소를 특수 액체에 흡수시킨 뒤 연료전지의 폐열로 액체를 가열해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고 흡수액은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도 버리지 않는다. 서버를 식히고 뜨거워진 냉각수의 열로 낮은 온도에서도 끓는 특수 냉매를 증발시킨 뒤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유기 랭킨 사이클(ORC)을 적용해 냉각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력 일부를 자체적으로 충당한다.
연구팀은 GPU 2만 개가 설치된 데이터센터를 가정해 기존 전력망과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공랭식과 유기 랭킨 사이클 냉각, 탄소 포집 적용 여부를 조합한 8가지 시스템을 만들고 한국과 미국, 유럽연합(EU)의 에너지 가격과 전력 생산 구조를 반영한 총 24개 시나리오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연료전지와 탄소 포집, 유기 랭킨 사이클 냉각을 결합한 통합 시스템은 기존 전력망과 공랭식 냉각을 사용하는 방식과 비교해 총비용을 약 48%,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72%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버 폐열을 활용하는 유기 랭킨 사이클은 지역에 관계없이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국과 미국, EU 모두 경제성과 환경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연간 냉각에 투입되는 전력 비용을 최대 1900만 달러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연간 약 8만~15만t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 배출에 비용을 부과하는 EU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제도까지 반영하면 연간 약 500만~1000만 달러의 탄소 비용을 추가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번 연구는 연료전지가 모든 지역에서 기존 전력망보다 유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에서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이용해 데이터센터 인근에서 직접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이 경제적이었지만 천연가스 가격이 높은 한국에서는 비용 절감을 우선할 경우 기존 전력망에서 전기를 공급받는 편이 유리했다. 기존 전력의 탄소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EU에서는 연료전지에 탄소 포집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의 경우 비용과 탄소 감축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느냐에 따라서도 최적의 조합이 달라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우선하면 연료전지와 탄소 포집, 유기 랭킨 사이클을 결합한 방식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비용 절감을 우선하면 기존 전력망에 유기 랭킨 사이클 냉각을 결합하는 방식이 1위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는 연료전지와 유기 랭킨 사이클 냉각을 기본으로 적용하되 탄소 감축을 우선할 경우 탄소 포집을 추가하는 방식이 가장 유리했다. 세 지역 모두 비용과 환경 가운데 어느 기준을 우선하더라도 최적 조합에는 유기 랭킨 사이클 냉각이 포함돼 서버 폐열 활용의 효과가 공통적으로 확인됐다.
이동현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가 늘면서 전력 공급과 냉각에 드는 에너지, 탄소 배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연구는 전력 공급과 폐열 활용, 탄소 포집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어 평가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한권 교수는 "데이터센터에 적합한 에너지 시스템은 지역별 에너지 가격과 전력 생산에 따른 탄소 배출량에 따라 달라진다"며 "이번 연구는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지역 여건에 맞춰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이는 에너지 시스템 설계와 ESG 전략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지난달 14일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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