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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 12명 뽑은 모레노...대표팀 ‘이름값’을 지웠다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이동경 정승원 김건희 조현택 박태준 등
‘해외파 선입견’을 넘어 경기력과 역할에 무게를 둔 대표팀 선발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4일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모레노호 1기 대표팀 명단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천안=KFA
대한민국축구대표팀 임시감독으로 선임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14일 코리아풋볼파크에서 열린 모레노호 1기 대표팀 명단발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천안=KFA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세계 최고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해외파 선수들이 대표팀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 평가가 때로는 ‘해외파’라는 타이틀 자체에 지나치게 무게를 싣는 관성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매주 국내 그라운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K리거들을 놓치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의 선발 기준은 해외파냐 K리거냐가 아니라, 현재의 경기력과 감독의 축구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있어야 한다.

14일 로베르트 모레노 임시감독이 발표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1기 명단(30인)은 이러한 오랜 관성을 흔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체 명단의 40%에 달하는 12자리를 K리그 소속 자원으로 채운 것은 단순한 인원 배분을 넘어, 대표팀 선발의 기준이 ‘이름값과 기존의 평가’에서 ‘현재 경기력과 활용 가능성’으로 옮겨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과감한 선택이다. 2026 북중미월드컵 홍명보호의 최종 엔트리 26명 가운데 K리거가 7명(27%)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12명 발탁이 보여주는 변화의 폭은 더욱 선명하다.

모레노호의 1개 대표팀 명단./KFA
모레노호의 1개 대표팀 명단./KFA

◆ 넓어진 관찰의 폭, K리거에게 열린 대표팀의 문

이번 명단은 단순한 이벤트성 발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모레노 감독은 취임 직후부터 국내외 선수들을 폭넓게 관찰했고, 상당한 규모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영상과 데이터를 활용해 선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0인 명단은 그 과정에서 K리그 선수들도 대표팀 경쟁의 주요 대상으로 놓고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이동경의 전방 공격수(FW) 발탁이다. K리그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동경(울산)을 기존의 미드필더 이미지에만 가두지 않고 전방 자원으로 분류한 것은 그의 활용 가능성을 새롭게 바라본 선택으로 읽힌다. 또한 최준(서울), 김건희(인천), 조위제(전북), 조현택(울산) 등 최근 경기력이 돋보이는 자원들을 발탁한 것은 국내 선수들을 폭넓게 살펴본 결과로 볼 수 있다.

울산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플레이메이커 ‘이동경’. 모레노호 1기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했다./K리그
울산의 연승 행진을 이끌고 있는 플레이메이커 ‘이동경’. 모레노호 1기 멤버로 대표팀에 합류했다./K리그

◆ 변수 속에 넓어진 선택지, 그리고 아쉬운 탈락자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차출로 인해 배준호, 엄지성, 양민혁 등 영건들이 U-23 대표팀으로 향하면서 A대표팀 전력의 공백이 우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모레노호는 이 악재를 도식적인 해외파 백업 대신 K리그 자원들의 에너지로 채워 넣으며 대표팀의 깊이를 한층 더 두텁게 만들었다.

2선과 하프스페이스를 활발히 오가는 정승원(서울), 3선에서 활동량과 균형을 제공할 수 있는 박태준(김천)과 김봉수(대전)의 가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들의 기동력과 활동량은 대표팀의 중원 운영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 K리그에서 경쟁력을 보여온 선수들의 가세는 대표팀 내부의 경쟁을 넓히고, 기존 주전들에게도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아쉬운 탈락자도 있다. 경기 흐름이 꼬였을 때 좁은 공간에서 개인 능력으로 판을 바꿀 수 있는 이승우(전북)의 부재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중원에서 활동량과 수비 가담을 제공할 수 있는 서재민(인천)의 이름이 빠진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 측면 돌파는 물론 중앙에서의 타격까지 기대할 수 있는 송민규(CD 나시오날)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열렸다. 결국 이번 대표팀 선발은 선수의 이름값보다 현재의 경기력과 역할, 그리고 감독이 구상하는 경기 방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맨 가운데)를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스태프가 14일 코리아풋볼파트에서 열린 9~10월 친선경기 대표팀선수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천안=KFA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맨 가운데)를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스태프가 14일 코리아풋볼파트에서 열린 9~10월 친선경기 대표팀선수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천안=KFA

◆ 뿌리가 튼튼해야 해외파의 가치도 빛난다

해외파의 선진 축구 경험과 K리거들의 절실한 실전 에너지는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다. K리그라는 든든한 뿌리에서 실력이 입증된 선수들이 대표팀에 끊임없이 공급되어 치열한 내부 경쟁을 만들 때, 비로소 해외파 핵심들의 가치도 극대화될 수 있다. 최후방을 책임질 조현우(울한) 송범근(전북) 구성윤(서울) 등 베테랑 GK 3인방을 비롯해 전 포지션에 고르게 포진한 K리그 12인의 뼈대는 모레노 감독이 추구하는 경기 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이번 명단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대표팀은 이제 이름값이라는 선입관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한다. K리그에서 매주 경쟁하며 경기력을 증명하고 있는 선수들을 제대로 발견하고, 이들에게 대표팀 경쟁의 문을 열어두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외파와 K리거가 서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해외파와 K리거의 경계를 넘어, 경쟁을 통해 대표팀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출발점일 것이다.

6경기 한정 임시감독이라는 한계는 분명하지만, 모레노 감독은 첫 번째 대표팀 명단을 통해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대표팀의 문은 이름값이 아니라 현재의 경기력과 경쟁력에 의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맨 가운데)를 비롯한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스태프가 14일 코리아풋볼파트에서 열린 9~10월 친선경기 대표팀선수명단 발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천안=K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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