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도로·상하수도·안전 '살 수 있는 섬' 대전환

[더팩트ㅣ울릉=김성권 기자] 울릉도가 다시 한번 국가의 시선 한가운데 섰다.
행정안전부가 수립한 '제1차 국토외곽 먼섬 종합발전계획(2026~2030)'을 통해 경북 울릉군이 울릉도·죽도·독도 3개 섬을 대상으로 21개 사업, 총 4804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전국 6개 시·도, 12개 시·군, 138개 사업에 투입되는 1조 942억 원 가운데 울릉군 몫이 약 44%에 달한다. 숫자만 놓고 봐도 울릉도가 이번 계획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더 주목할 대목은 21개 사업 가운데 13개가 신규 사업이라는 점이다.
울릉공항 건설을 비롯해 봉래길 도로 확장, 사동~옥천 간 순환도로 선형 개량, 저동2리 까끼등 진입도로 개설, 평리도로 확·포장 등 교통망 확충이 추진된다. 여기에 공공하수처리시설, 노후 정수장과 상수도관망 정비,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증설, 하수찌꺼기 처리시설 등 주민 생활과 직결된 기반 시설도 대폭 보강된다.
복합대피시설과 교육·복지시설, 공중화장실 개선 등도 포함됐다.
이쯤 되면 이번 계획을 단순한 울릉도 개발사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울릉도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온 접근성, 생활 인프라, 정주 여건, 재난 대응 능력을 한꺼번에 손보겠다는 국가 차원의 청사진에 가깝다.
울릉도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독도라는 상징성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섬이다. 그러나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불편과 비용의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육지와의 접근성은 날씨에 좌우됐고, 의료·교육·생활 인프라는 늘 부족했다.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 못지않게 주민들이 '살 수 있는 섬'을 만드는 일이 절실했던 이유다.

이번 4804억 원의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항과 도로를 놓는 것만으로 울릉도의 미래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하수도와 환경시설, 복지와 교육, 안전시설이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정주 가능한 섬이 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섬을 넘어 주민들이 떠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섬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섬 발전의 출발점이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
울릉도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대한민국 영토의 동쪽 끝을 지키는 전략적 거점이자 독도를 지키는 전초기지다. 때문에 울릉도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지역개발을 넘어 해양영토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국가의 영토 주권을 강화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종합발전계획은 울릉도에 대한 국가적 책임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정부와 경북도, 울릉군은 사업비 확보라는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계획에 반영된 21개 사업이 실제 주민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대규모 SOC 사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생활 인프라 확충이 정주 인구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사업 간 연계성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울릉공항과 도로망 확충이 관광객 증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의료·교육·복지·물류 등 주민 생활 전반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4804억 원은 울릉도에 내려진 거액의 예산이 아니라 울릉도의 미래에 대한 국가의 투자다.
관광객이 잠시 머무는 섬에서 주민이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섬으로, 외딴 섬에서 대한민국 해양영토의 전략적 거점으로. 이번 종합발전계획이 울릉도의 오래된 숙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5년을 여는 실질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결국 섬의 미래는 돈의 규모보다 그 돈이 주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울릉도의 진짜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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