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특전사령관이었던 정호용 전 국방부 장관이 숨지면서 당시 군 지휘부의 의사결정 과정과 발포 경위 등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당사자의 증언으로 확인할 기회가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5·18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정 전 장관은 지난 13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향년 94세다.
1932년 대구에서 태어난 정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1기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동기다. 12·12 군사반란 직후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뒤를 이어 특전사령관에 올랐으며 이듬해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3·7·11공수여단을 예하에 두고 있었다.
정 전 장관은 5·18 기간 여러 차례 광주를 찾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정 전 장관이 광주에서 공수여단장 등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하고 진압작전 상황을 보고받은 정황 등을 확인했다.
또 5월 26일 밤 광주에 내려와 이튿날 새벽 옛 전남도청 등에 대한 계엄군 재진입작전에 필요한 물품 확보와 배분에 관여한 사실 등도 과거 재판과 진상조사 과정에서 다뤄졌다.
사법부는 1997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내란 사건에서 정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확정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과 함께 특별사면됐다.
다만, 정 전 장관은 생전 자신이 5·18 당시 공수부대의 작전 지휘계통에 있지 않았고 인사·군수 등 행정 분야만 담당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유지했다.
2021년에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자신의 책임 여부를 다시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으나 기존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조사위는 군 기록과 관계자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정 전 장관이 공수부대 지휘계통과 무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정 전 장관의 사망으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황영시 전 육군참모차장,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 등 5·18 당시 신군부 핵심 인사들 중 다수가 세상을 떠났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 사망했다. 생전 5·18에 대한 직접적인 공개 사죄는 없었지만 사후 아들 노재헌 씨가 고인의 유언을 전하면서 5·18 희생자 등에 대한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용서를 구한다는 취지의 뜻을 밝혔다.
같은 해 11월 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은 생전 5·18 당시 자신에게 군 작전 지휘권이 없었다며 유혈진압 책임을 부인했다. 광주에서 열린 재판 과정에서도 5·18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하지 않았다.
황영시 전 육군참모차장은 2022년 4월, 이희성 전 계엄사령관은 같은 해 6월 각각 세상을 떠났다. 이들 역시 5·18 관련 조사와 증언 과정에서 자신의 책임 범위를 제한적으로 설명하거나 책임을 부인하는 취지의 입장을 보여왔다.
신군부 핵심 인사들이 잇따라 사망하면서 5·18 관련 단체와 지역 사회에서는 당시 군 지휘부가 알고 있던 내용을 직접 확인할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발포의 최종 의사결정 과정과 지휘 체계, 암매장 의혹 등 아직 규명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남아 있는 군 기록과 관계자 증언을 토대로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18 단체 관계자는 "당시 핵심 지휘부 인사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는 당사자의 입을 통해 진실을 확인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며 "희생자들을 위해서라도 신속한 조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1997년 5·18 진압과 관련한 신군부의 행위를 내란행위로 판단했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도 4년간의 조사를 통해 민간인 집단살해와 계엄군 발포, 인권침해 등에 대한 여러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발포의 최종 의사결정 과정과 일부 암매장 의혹 등은 여전히 추가 규명이 필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정 전 장관의 사망을 계기로 생존 당사자가 더 줄어든 상황에서 확보된 기록과 증언에 대한 신속한 조사와 국가 차원의 후속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