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비주얼 새로운 가능성 담아
11일 오후 6시 발매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솔로 가수 류수정의 강점은 의외성에 있다.
러블리즈로 활동할 당시에는 그룹 특유의 아기자기하고 아련한 콘셉트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류수정은 굉장히 허스키한 보컬 톤을 지니고 있으며, 비주얼적으로도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169cm의 장신이다.
그래서 그런지 솔로 가수 류수정의 음악은 제법 딥하고 묵직한 편이다. 류수정 역시 "디렉터 분들이 나를 보면 멋지고 다크한 걸 만들고 싶어하더라. 내가 키도 생각보다 크고 음색도 허스키한 편이라서 (러블리즈 시절과) 또 다른 가능성을 열어주려고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류수정이 11일 발표한 네 번째 솔로 EP 'ALL THE COLORS I AM(올 더 컬러스 아이 엠)'은 이런 '멋있고 다크한 류수정'을 '현시점에서' 가장 잘 표현한 앨범이다.
'현시점에서'라는 단서를 붙인 이유는 자기 자신을 향한 류수정의 평가 때문이다.
"나는 원래 앨범을 낼 때마다 '의심의 여지없이 발전했다'는 생각 때문에 모든 앨범을 그 순간에는 내 정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류수정은 "이번 앨범도 (내가 발표한 앨범 중) 보컬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결국엔 또 무너지고, 울고, 절망하는 순간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앨범이 내 음악의 최종 결론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럼에도 내가 발전할 걸 알고 있고 내가 무너지는 모습까지 받아들이자는 내용이 이번 앨범의 메시지다. 20대의 나보다 지금은 훨씬 더 감정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단계에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더팩트>는 앞서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카페에서 류수정과 만나 'ALL THE COLORS I AM'에 담긴 그의 '지금'을 들어봤다.

류수정이 11일 오후 6시 발표하는 네 번째 EP 'ALL THE COLORS I AM'에는 타이틀곡 'Diamond(다이아몬드)'를 비롯해 'Crying to(크라잉 투)', 'Lucky Charms(럭키 참스)', 'shoulda woulda coulda(슈다 우다 쿠다)', 'Birthday Cake(버스데이 케이크)', 'Friendly Fire(프렌들리 파이어)'까지 6곡이 수록됐다.
이번 앨범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묵직하다'다. 전반적으로 얼터너티브 팝과 인디 팝, 힙합 등의 요소가 짙게 들어가 있으며 특히 신시사이저와 베이스를 굉장히 무겁고 둔탁하게 사용해 무게감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
타이틀곡 'Diamond' 역시 이런 작법을 그대로 들려준다. 저역 재생이 뛰어나지 않은 이어폰에서는 소리가 왜곡될 정도의 묵직한 베이스가 곡 전반에 배치됐으며, 날카로운 신스와 트랩 힙합 요소를 섞어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를 들려준다.
여기에 공기를 덜어내고 단단하게 조인 류수정의 보컬과 의외로 산뜻한 멜로디가 더해져 독특하면서도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K팝보다 로드(Lorde)의 'Royals(로얄스)'와 같은 얼터너티브 팝, 다크팝, 인디 팝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Diamond'를 두고 류수정은 "듣자마자 꽂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타이틀곡 후보가 5곡이 있었는데 1곡 빼고 전부 탈락시킨 다음 전부 다시 만든 끝에 나온 곡이다. 처음 듣자마자 나는 물론 회사 사람들 모두 '이건 타이틀곡'이라고 인정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재미있는 점은 무게감 있는 얼터너티브 팝 장르임에도 류수정은 'Diamond'를 '청량하다'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확실히 곡 사운드와 대비되는 후렴구 멜로디 라인은 이런 산뜻하고 청량한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류수정은 "내가 청량한 사운드를 좋아한다. 'Diamond'를 들으면 청량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며 "이번 작곡가가 대중적인 음악을 잘 쓰는 사람이고, 곡도 듣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고 힘을 줘 말했다.
'Diamond'의 작곡은 방탄소년단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코르티스, 르세라핌 등 유명 K팝 가수의 곡을 쓴 히스 노이즈(Hiss noise)와 슈렐(Shorelle)이 맡았다.

수정이 이번 앨범을 '보컬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앨범'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류수정은 이번 앨범의 보컬을 '허스키'보다 '단단함'이 잘 드러나도록 녹음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대한 목소리를 단단하게 내려고 했다.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그게 가장 어려웠다"며 "내 특징적인 음색이 허스키인데 (디렉터가) 그걸 빼라고 하니까 걱정됐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더 러프하고 단단하게 느껴지더라"라고 만족감을 보였다.
이어 그는 "사실 내 보컬이 허스키해서 듣기 좋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알맹이가 없다'라는 평가도 들었다. 그런데 이번 앨범에서는 그 아쉬움을 모두 충족한 것 같아 좋다"고 덧붙였다.
류수정이 사운드와 보컬에 많은 공을 들인 이유는 '가능성'을 열고 싶어서다. 그는 "내가 솔로로서 열심히 활동을 해도 여전히 '러블리즈 류수정'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물론 러블리즈 활동을 지우고 싶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단지 '솔로 가수 류수정'의 또 다른 가능성을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류수정이 'ALL THE COLORS I AM'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류수정은 "모든 색이 나 자체라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했고 여러 콘셉트를 소화했다. 그중에 '진짜 나와 가짜 나가 있나?'라는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며 "결국 전부 나 자신이고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나'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앨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류수정은 음악뿐만 아니라 이를 눈으로 보여주는 시각화 작업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수록된 6곡 전곡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고 이 뮤직비디오는 과거의 류수정과 현재의 류수정 사이에서 겪은 혼란과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또 뮤직비디오에서의 비주얼을 이어가기 위해 류수정은 음악방송에서도 맨발로 무대를 소화할 예정이다.

류수정은 "10년을 활동했는데 이제 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라며 "그렇지만 'ALL THE COLORS I AM'으로 음악과 비주얼 모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류수정이 이번 'ALL THE COLORS I AM'을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앨범으로 정한 데에는 그의 달라진 환경도 한몫을 했다. 류수정은 2일, 약 4년간의 독립 레이블 생활을 마치고 이해인이 이끄는 올마이애닉도츠에 합류를 결정했다.
또 공교롭게도 류수정의 이적 소식이 전해진 다음 날 러블리즈 멤버 유지애의 결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덩달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류수정은 "유지애 덕분에 나도 더 주목받은 것 같기도 하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유지애의 결혼 소식은 먼저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기사로 보니까 또 새롭더라"며 "축가는 내가 부르기로 했다. 유지애가 디핵의 'OHAYO MY NIGHT(오하요 마이 나이트)' 곡까지 정해서 먼저 부탁했다. 그래서 뭐든지 다 불러주겠다고 했다"고 돈독한 의리를 보여줬다.
다만 유지애의 결혼이 류수정의 음악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준 것은 아니다. 류수정은 "아직까지 결혼 자체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로지 음악에 집중하고 있고 기사도 컴백 소식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류수정에게 진짜 영향을 준 환경의 변화는 올마이애닉도츠로의 이적이다. 이번 앨범의 곡을 쓴 히스 노이즈와 슈렐, 아리네 카리미(Arineh Karimi) 등을 연결해준 것도 올마이애닉도츠고, 또 이해인은 음악을 향한 류수정의 열정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인 장본인이다.
류수정은 "나도 스스로 열정이 넘친다고 생각했는데, 이해인도 못지않게 열정이 넘치더라. 음악을 인생 1순위로 놓고 사는 사람이 의외로 흔치 않은데 이해인은 나보다 더 음악만 보고 살았다"며 "나보다 더 음악을 사랑하는 언니라서 제안을 받고 믿음이 갔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류수정은 올마이애닉도츠에서 활동 방향도 정해뒀다. 그는 "앨범을 가능한 끊임없이 내고 싶다. 그리고 공연, 특히 페스티벌에 많이 나가고 싶다. 지난해 '사운드 플래닛 페스티벌'에서 처음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는데 내 음악에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음악적으로는 이번 앨범의 결을 따르지만 조금 더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슈게이징이나 얼터너티브 쪽 음악을 더 해보고 싶다. 재즈나 보사노바도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이쪽 음악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류수정이 이토록 음악에 진심이고 열정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고, 자신의 음악으로 '좋다'라는 말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류수정은 "음악이라는 게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끝도 없더라. 그냥 '멋있다', '좋다'라는 말을 듣는 게 목표"며 "이번 'ALL THE COLORS I AM'도 좋은 앨범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많이 듣고 함께 좋은 추억 쌓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ALL THE COLORS I AM'을 시작으로 또 다른 '현시점의 정점'을 만들어갈 류수정의 행보에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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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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