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870명 중 388명 부산 거주…시의회, 전액 국비 지원 촉구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이 국가폭력으로 공식 인정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배상을 받기 위해 여전히 각자 소송을 벌이고 있다. 법원이 인정한 배상액은 2000억 원을 넘어선 반면, 피해회복을 위한 특별법은 국회에 계류돼 있고, 생계·의료 지원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예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부산시의회는 11일 열린 제339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형제복지원 등 집단수용시설 국가폭력 피해회복 특별법 제정 및 국비 지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송상조 부의장이 대표발의하고 시의원 48명 전원이 찬성한 결의안에는 국가 정책과 공권력으로 발생한 피해의 배상과 지원을 지방정부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경찰과 행정기관이 '부랑인 단속'을 명분으로 시민들을 강제로 붙잡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수용한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건이다.
단속에는 법률이 아닌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동원됐다.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거리에서 생활한다는 이유뿐 아니라 신분증이 없거나 옷차림이 남루하다는 이유로 끌려간 사람도 있었다. 시설 안에서는 불법 감금과 폭행, 강제노역 등 심각한 인권침해가 자행됐다.
사건은 1987년 검찰 수사로 세상에 알려졌지만 당시 법원은 내무부 훈령에 따른 수용이었다는 이유 등으로 시설 운영자의 특수감금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면서 국가와 행정기관의 책임은 오랫동안 규명되지 못했다.
전환점은 2022년에 마련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공식 사과와 피해 지원, 명예회복 대책 등을 권고했다.
이후 법원에서도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2024년에는 피해자 13명에게 국가가 모두 45억여 원을 지급하도록 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처음 확정됐다.
그러나 피해자가 배상을 받으려면 직접 소송을 제기해 수용 사실과 피해 기간을 입증해야 하는 실정이다. 관련 자료 대부분을 국가와 시설이 작성·관리했다는 점에서 수십 년 전 피해의 입증 책임을 당사자에게 지우는 방식이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피해자 대부분이 고령이라는 점도 문제다. 소송이 길어질수록 피해 당사자가 생전에 배상과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별 판결을 기다리는 현재 구조를 대신해 통합적인 배상·보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는 이유다.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형제복지원 등 집단수용시설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판결로 인정한 배상액은 124건, 피해자 858명에 걸쳐 2148억 원에 달한다. 진행 중인 소송 결과에 따라 전체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 870명 가운데 388명은 부산시에 거주한다. 부산시는 올해 약 16억 원의 자체 예산을 편성해 위로금과 생활안정지원금, 의료비 등을 지급하고 있다.
법원의 판결 인용액 2148억 원은 부산시의 한 해 피해자 지원 예산보다 약 134배 많다. 국가 차원의 배상 체계 없이 지방재정만으로 장기간에 걸친 피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의회의 판단이다.
국회에는 국가 책임을 중심으로 배상·보상 절차를 간소화하고 의료·생활 지원과 명예회복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관련 특별법안 4건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법안들은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시의회는 결의안을 통해 국회에 관련 특별법의 조속한 심사와 의결을 요구했다. 정부에는 피해자 지원사업을 전액 국비사업으로 신설하고 특별교부세 등 재정지원으로 지자체의 부담을 줄일 것을 촉구했다.
국가폭력 관련 손해배상금을 국가가 전액 부담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범정부 피해회복 체계에 그동안 피해자 지원을 맡아온 지자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담았다.
송 부의장은 "부랑인 단속이라는 명목으로 죄 없는 시민을 가두고 폭력과 죽음으로 내몬 주체는 명백히 국가"라며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피해의 청구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기는 것은 국가의 책임 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송 부의장은 이어 "피해자들의 고령화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가는 지자체와의 비용 분담 문제로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특별법 제정과 국비 지원으로 피해회복의 책임을 조속히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