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경 전환·독립기관 설립·정부 직접 예산 요구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정부가 4대 항만공사와 산하 자회사의 통합을 추진하는 가운데 부산항보안공사노동조합이 항만공사 자회사 통합에 환영 입장을 보였다.
기관의 이름과 조직만 합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통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4대 항만공사 노조가 항만별 자율성과 전문성 훼손을 우려해 반발하는 것과 달리 자회사 노조는 통합을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불안정한 고용, 모회사에 종속된 지배구조를 개선할 기회로 보고 있어 항만 노동계의 반응이 엇갈리는 양상이다.
◇항만공사 노조는 반대…자회사 노조는 '조건부 환영'
이번 통합 대상에는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의 보안·시설관리 자회사와 여수엑스포관리가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공공기관 기능 개편 방안에서 4대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합치고 기존 공사를 지역지사로 재편하는 구상을 발표했다. 산하 보안·시설관리 자회사도 하나의 기관으로 묶는 방안이다.
4대 항만공사 노조는 항만별 특성과 역할이 다른 상황에서 조직을 하나로 묶으면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전문성과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부산항만공사 자회사인 부산항보안공사노조는 보안·시설관리 자회사 통합을 계기로 복잡한 인력구조와 분산된 보안업무, 모회사에 종속된 경영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항만보안 체계 일원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해양수산부와 4대 항만공사는 과거 국정감사에서 분산된 보안체계의 비효율성이 지적되자 2022년 약 2억5000만 원을 들여 '효율적 항만보안 운영체계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어 2023년에는 4대 항만보안 자회사와 노동자 대표 등이 참여해 보안인력과 조직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부산항보안공사노조 역시 약 3년 전부터 자회사 통합과 항만보안 체계 일원화를 요구해 왔다.
◇인력난·높은 이직률…통합 기대하는 이유
자회사 노조가 조건부 환영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높은 이직률, 기관별로 나뉜 보안 체계가 있다. 모회사와 자회사 사이의 불공정한 계약구조와 장기간 이어진 법적 분쟁도 현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6월 발표한 '수출절차 및 항만보안 체계 정비 방안'에 따르면 부산항보안공사는 총연장 61.9㎞에 달하는 부두를 관리하고 있지만 매일 51.2명의 보안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권익위는 4대 항만 보안인력의 중도퇴사율이 2022년 84%, 최근 5년간 약 69%에 달해 항만보안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분산된 보안조직에 따른 비효율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울산항에서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과 울산항만공사 소속 청원경찰, 울산항만관리 특수경비원이 같은 건물 안의 3개 상황실에서 각각 근무하고 있다.
노조는 기관과 고용형태에 따라 보안인력이 나뉘면서 지휘 체계가 복잡해지고 중복 업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사 간 법적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인천항보안공사에서는 청원경찰 전환 합의의 이행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며 부산항보안공사에서도 임금 관련 소송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모·자회사 간 불공정한 위·수탁계약을 변경하도록 여러 차례 권고했다. 노조는 자회사가 독립 법인임에도 인사와 조직, 예산을 모회사에 의존해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꼬집었다.
4개 항만보안 자회사 노동조합은 이 같은 요구를 공동으로 전달하기 위한 대응 체계도 구축했다.
심준오 부산항보안공사 노조위원장은 "부산항보안공사노조를 비롯한 4개 노조는 최근 초기업노동조합을 설립했다"며 "향후 통합 논의 과정에서 고용승계와 인력 운영, 처우 개선 등 노동조건 전반을 주요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항만공사 자회사 노조 "명패만 바꾸는 통합은 안 돼"
자회사 노조는 특수경비원의 청원경찰 전환과 보안인력 일원화, 독립적인 항만보안기관 설립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예산 구조도 주요 쟁점이다. 통합기관이 가칭 한국항만공사로부터 예산을 배정받는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경우 모회사에 종속된 지배구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는 재정당국이나 해수부로부터 직접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항만 특수경비원의 법적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국가중요시설 '가'급인 항만에서 검문·검색과 신분 확인 등 공권력에 가까운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이에 상응하는 권한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심 위원장은 "최고 등급인 국가중요시설 '가'급에는 자회사나 용역·위탁회사 소속의 정규직, 무기계약직, 계약직,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특수경비원을 배치하고 오히려 국가중요시설 '나·다'급에는 경찰관의 처우에 준하는 국가가 직접 채용한 국가직 청원경찰을 배치하는 현재의 구조는 엄청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의 최전선이자 대한민국의 국경 관문 역할을 하는 항만의 보안체계를 더 이상 임시방편적인 자회사 구조와 불안정한 인력체계에 맡겨서는 안 된다"며 "이번 통합을 계기로 비정상적인 항만보안 인력 및 지배구조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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