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지역의 농특산물과 공간이 청년들의 창업 아이디어와 만나 새로운 사업 모델로 거듭나고 있다.
경북 영주시는 서울시와 함께 추진하는 지역상생형 청년 창업사업 '넥스트로컬 8기'를 통해 영주시를 사업 대상지로 선택한 서울 청년 창업 3개 팀이 2단계 사업화 과정에 진출했다고 11일 밝혔다.
'넥스트로컬'은 서울 청년들이 지역에 직접 머물며 지역 자원과 특성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단순히 지역의 특산품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의 시각으로 지역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창업으로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에 2단계 사업화 과정에 진출한 팀은 '베러라벨', '베러하루', '포포문' 등 3개 팀이다.
이들은 지난 2개월 동안 영주시에 머물며 지역 곳곳을 살피고 지역 자원을 직접 조사했다. 현장 조사와 자원 분석을 통해 영주만이 가진 소재와 이야기를 발굴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했고, 1단계 지역자원조사 평가를 통과하면서 서울시 전체 2단계 진출 33개 팀에 이름을 올렸다.
◇부석태에서 단백질 셰이크까지…청년이 다시 본 '영주의 맛'
'베러라벨'은 영주시의 대표 콩 품종인 부석태에 주목했다.
부석태가 가진 품질과 영양적 가능성을 젊은 소비자들이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단백질 셰이크로 제품화한다는 구상이다.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익숙했던 농특산물이 청년 창업가의 눈을 거치면서 새로운 소비재로 변신하는 셈이다.
김혜진 베러라벨 대표는 "영주에 머물며 지역을 직접 살펴보는 과정에서 부석태가 가진 품질과 가능성을 새롭게 발견했다"며 "좋은 지역 농산물이 젊은 소비자들에게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부석태의 장점을 살린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베러하루'는 영주시의 대표 농산물 가운데 하나인 부사 사과를 활용해 탄산 사과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젊은 소비층의 취향을 고려한 제품으로 재해석해 영주 사과의 소비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포포문'은 영주시의 식재료와 지역 공간을 결합한 지역 다이닝 사업을 추진한다.
영주시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를 활용하고 지역의 공간과 이야기를 연결해 방문객에게 새로운 미식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농산물이라는 '자원'에 공간과 콘텐츠를 더해 지역 자체를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특산물 판매 넘어 지역의 이야기까지 상품화
이번 사업의 핵심은 영주시의 자원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지역의 가치와 이야기를 창업 아이디어에 녹여내는 데 있다.
부석태와 사과 같은 농특산물은 물론 지역의 식재료와 공간까지 청년 창업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기존과 다른 상품과 서비스가 만들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외부 청년들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현장을 직접 경험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책상 위에서 지역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산 현장을 둘러보고 주민과 지역 관계자를 만나면서 지역이 가진 강점과 한계를 파악하고, 그 과정에서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특산품을 일회성 관광 상품으로 소비하는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청년 창업을 통해 지역 자원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나아가 새로운 소비층과 지역을 연결하는 통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청년의 아이디어에 지역의 자원을 더하다
2단계에 진출한 3개 팀에는 서울시가 최대 2000만 원의 초기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또 전문 창업교육과 맞춤형 상담, 투자 상담 등 사업화에 필요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앞으로 약 5개월 동안 시제품 개발과 지역 연계 초기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게 된다.
이후 성과 평가를 거쳐 최종 3단계 후속 지원도 이어질 예정이다.
영주시 역시 청년 창업팀이 지역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역 자원 연계와 행정적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영주시 관계자는 "영주의 우수한 자원에 서울 청년들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새로운 지역 상생 사업 모델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청년 창업팀이 지역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지역 내 자원 연계와 필요한 행정적 지원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지역소멸 시대, '외부 청년'이 지역의 가능성을 찾다
지역소멸과 청년인구 유출이 지방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넥스트로컬'은 지역과 청년이 만나는 새로운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청년에게는 지역이 새로운 창업 무대가 되고, 지역에는 외부의 참신한 시각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원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영주시의 부석태와 사과, 지역 식재료와 공간 등이 청년들의 아이디어와 결합하면서 '지역에 있는 것'을 '지역에서만 가능한 것'으로 바꾸는 실험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 청년들이 영주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농특산물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역에서 생산되고 축적된 자원에 새로운 소비 방식과 콘텐츠를 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결국 지역 상생의 성패는 지역의 자원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보다, 그 자원을 누가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영주시를 선택한 세 팀의 도전이 단순한 청년 창업을 넘어 지역의 농산물과 공간, 이야기까지 새로운 가치로 바꾸는 성공 모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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