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클램차우더부터 '문학빵'까지…텍스트힙 공략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가을을 맞아 유통업계가 책과 먹거리를 결합한 이색 상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최근 독서 자체를 하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로 즐기는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가 읽는 문화를 새로운 소비 콘텐츠로 확장하는 모습이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의 뷔페 브랜드 '테이크'는 콘텐츠형 공간 '팝업테이블'에 문학을 접목했다. 오는 11월 10일까지 'TAKE BOOK CLUB'을 운영하며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테이크만의 메뉴로 재해석해 선보인다.
대표 메뉴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 등장하는 '클램차우더' △아베 야로의 '심야식당'에서 착안한 '소시지 나폴리탄' △테라사와 다이스케의 '미스터 초밥왕'에서 영감을 받은 '장어 오이 호소마끼' 등이다. 팝업테이블은 브랜드 협업 메뉴와 콘텐츠를 일정 기간 운영하는 공간으로, 이번에는 테이크 1호점이 위치한 영풍빌딩의 입지를 활용해 영풍문고와 협업했다.
아워홈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작품을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계관과 감성을 일상에서도 경험하고 싶어 한다"며 "취향을 중시하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을 굿즈, 공간, 식음료 등 다양한 형태로 접하는 경험 자체가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독서 문화의 변화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19~29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75.3%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았다. 전체 성인 독서율은 역대 최저치인 38.5%까지 떨어진 가운데 20대의 독서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문학을 먹거리와 결합하는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연세유업은 지난해 교보문고에 이어 독서 플랫폼 kt 밀리의서재와 협업해 '연세우유 밀리의 생크림빵'을 지난 9일 출시했다. 텍스트힙 트렌드에 주목해 보다 쉽고 재미있게 책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오는 14일까지 연세유업 공식 인스타그램에서는 신제품 출시 기념 이벤트도 진행한다. 공식 계정을 팔로우한 뒤 생크림빵을 먹으면서 함께 읽고 싶은 베스트셀러를 댓글로 남기면 참여할 수 있으며, 당첨자에게는 CU 편의점 상품권을 제공한다.
협업은 실제 판매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연세유업이 지난해 9월 북 커버를 연상시키는 질감의 생크림빵 속에 진한 헤이즐넛 프랄린 크림을 가득 채운 '연세우유 교보문고맛 생크림빵'은 출시 2주 만에 25만개가 판매되면서 인기를 입증했다.
GS25가 출판사 민음사, 디자인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선보인 '문학빵' 4종도 지난 9일까지 누적 77만개가 판매됐다. 지난달 21일 출시 이후 1주일 만에 20만개가 팔린 데 이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동네GS 앱 내 누적 검색량은 600만건에 달했다.
GS25는 최근 소비자들이 상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와 취향을 일상에서 즐기고 공유하는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텍스트힙 트렌드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독서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도서전이나 '텍스트힙' 등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자연스럽게 문학과 먹거리를 결합한 상품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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