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공주=김형중 기자] 충남대학교와 국립공주대학교의 통합이 결국 벽에 부딪혔다.
양 대학 구성원들이 통합신청서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충남대에서 반대가 53.42%로 과반을 차지했다. 공주대에서는 찬성이 과반을 넘었지만 한쪽 대학의 반대만으로도 통합신청서안을 교육부에 제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통합 논의를 지켜본 입장에서는 이번 결과가 단순한 '찬반투표의 숫자'로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몇 달간 쌓여온 불신이 숫자로 확인된 것에 가깝다.
통합 논의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속도'였다. 양 대학은 글로컬대학30이라는 시간표 안에서 통합을 추진해야 했다. 그러나 대학 통합은 몇 개월짜리 행정사업이 아니다. 대학의 이름과 정체성, 조직과 캠퍼스, 구성원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공주 지역에서 특히 문제가 됐던 것도 이 지점이었다.
공주시민과 공주대 구성원들은 교명을 비롯해 법적 소재지, 통합본부의 위치, 사범대 학과 배치 등 자신들의 대학과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놓고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통합신청서안에 교명은 '충남대학교'로, 법적 소재지는 대전시로 정하는 방안이 알려지면서 공주 지역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통합본부를 공주시로 옮기고 사범대 일부 학과를 공주시에 배치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지역 사회가 원하는 만큼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속도보다 신뢰"를 강조했지만 정작 중요한 결정이 이뤄진 뒤 시민과 구성원에게 설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지난 8월 말 통합추진위의 찬반 표결 과정에서 공주대 측 일부 위원들이 회의장을 떠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충분히 알지 못하고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어 공주시의회까지 통합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이제 결과가 나왔다. 공주대는 찬성했지만 충남대는 반대했다.
통합에 찬성한 공주대 구성원에게도, 반대한 충남대 구성원에게도 이번 결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
무엇보다 양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컬대학30 사업이 걸려 있다. 1차 연도 사업 기간은 오는 10월 21일까지다. 이 기간 안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면 2차 연도 교육부 평가에서 D등급을 받을 수 있고 사업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
통합이 무산되면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거액을 투입해 추진한 글로컬대학 사업의 성과와 신뢰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양 대학이 통합을 전제로 세웠던 각종 혁신 계획과 투자 계획도 다시 짜야 한다. 이미 통합을 전제로 기대를 키웠던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혼란도 적지 않다.
공주대 입장에서는 더 복잡하다.
공주대가 지역의 핵심 교육·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통합 논의 자체가 지역의 미래와 직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통합을 통해 대학 경쟁력을 키우고 지역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기대와 함께, 반대로 공주대의 정체성과 지역 거점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결국 어느 쪽이든 통합의 성패는 지역에 상당한 흔적을 남기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누구 때문에 통합이 안 됐느냐'를 따지는 일이 아니다.
왜 구성원들이 통합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는지, 왜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했는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특히 통합을 주도한 대학 당국은 통합 무산 가능성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업 기한이라는 현실적인 압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대학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 사안을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고 설득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대학 통합은 총장과 몇몇 추진위원의 결정으로 완성되는 일이 아니다. 결국 구성원이 동의하고 지역사회가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투표가 보여준 것은 바로 그 상식이다.
통합은 무산될 수 있다. 글로컬대학 사업도 흔들릴 수 있다. 이미 투입된 시간과 행정력, 구성원의 기대도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실패는 통합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이제 대학 당국이 해야 할 일은 통합을 밀어붙이던 때와는 달라야 한다.
왜 실패했는지부터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구성원과 지역 사회가 제기했던 의문에 답해야 한다. 그리고 통합이든 독자 생존이든 공주대와 충남대가 앞으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다시 논의해야 한다.
통합은 무산됐지만 대학의 미래까지 무산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남긴 교훈만큼은 분명하다.
대학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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