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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당선이 끝은 아니다…민선9기, 이제 '책임의 시간'
경북경찰청 전경. /경북경찰청
경북경찰청 전경. /경북경찰청

[더팩트ㅣ안동=김성권 기자] 민선9기가 출범한 지 두 달 남짓, 경북 지방정치권에 때아닌 '수사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포항시장과 경주시장, 안동시장, 예천군수, 봉화군수, 영덕군수를 비롯해 지방의원들까지 선거법 위반과 금품 제공, 정치자금, 수의계약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거나 고발·송치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물론 고발과 수사는 혐의의 확정을 의미하지 않는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누구도 유죄라고 단정할 수 없다. 당사자들 역시 상당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자수첩에 이 문제를 적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왜 민선9기 출범 초부터 지방정치권 곳곳에서 이런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가.'

선거는 끝났다. 유권자의 선택도 끝났다.

이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증명해야 할 것은 선거에서 누구를 이겼느냐가 아니다. 주민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행정으로 보여주는 일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민선9기 지방정치의 첫 과제다.

그런데 출범 두 달 만에 선거법과 금품, 정치자금, 계약 등을 둘러싼 의혹이 잇따르면서 행정의 성과보다 수사기관의 움직임이 더 주목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방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거나 공직자와 조직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끝낼 일이 아니다.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하고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훼손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의혹이 제기된 이후의 정치권 반응이다.

일부에서는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정치적 음해'나 '흑색선전', '경선 불복'이라는 프레임부터 꺼내 든다.

억울한 고발이라면 수사기관의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밝히면 된다. 떳떳하다면 수사에 협조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가장 빠르고 확실한 해법이다.

정치적 공방으로 상대를 공격한다고 해서 제기된 의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다.

'당선되면 끝'이라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선거는 권력을 쟁취하는 과정이 아니라 주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는 과정이다. 따라서 당선된 순간부터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시장·군수와 지방의원은 일반인보다 훨씬 큰 권한을 행사한다. 인사와 예산, 각종 인허가와 사업 결정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권한이 큰 만큼 책임도 커야 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는 도덕성의 기준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민선9기 출범 초기다.

새로운 행정의 청사진을 내놓고 지역의 미래를 이야기해야 할 시점에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선거법·금품·계약 의혹이 정치권의 주요 뉴스가 된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주민들이다.

수사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수사 대상이 누구인지, 어느 진영에 속했는지를 떠나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가려야 한다. 정치적 고려가 개입할 여지도, 정치권의 공방에 휘둘릴 이유도 없다.

이번 사안들이 단순히 누군가의 당락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가르는 사건으로 소비돼서도 안 된다.

오히려 민선9기 경북 지방정치가 선거 때마다 반복돼온 금품·조직·편법 논란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결국 신뢰의 정치다.

주민들은 거창한 구호보다 약속을 지키는 행정을 원한다. 수사기관에 출석하는 단체장이나 고소·고발을 주고받는 정치권의 모습보다 일 잘하는 시장·군수, 책임지는 지방의회, 원칙을 지키는 지방정치를 기대한다.

민선9기는 이제 막 출발했다.

출범 두 달 만에 드리운 수사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권 스스로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억울한 부분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당당하게 밝히면 된다. 수사기관은 정치적 고려 없이 사실관계를 규명하면 된다.

그리고 정치권 전체는 이번 일을 남의 일처럼 넘겨서는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의 작은 편법과 잘못된 관행 하나가 당선 이후에는 행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이제 선택에 책임질 차례다.

민선9기의 진짜 평가는 선거가 아니라 지금부터 시작된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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