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8석·포스코 8명…내년 주총 변수 확대

[더팩트|윤정원 기자] 대형 상장사의 이사 선임 방식을 바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고려아연에서 먼저 표 대결이 벌어졌다. 9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과 MBK파트너스·영풍 측이 집중투표 대상 독립이사 4석을 2석씩 나눠 가졌다. 별도로 치러진 감사위원 선임에서는 최 회장 측 백인규 후보가 승리하면서 최종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2명 대 MBK·영풍 측 7명이 됐다.
집중투표 득표 순위에서는 MBK·영풍 측이 앞섰다. 심혜섭 변호사와 이준봉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각각 1·2위를 차지했고, 최 회장 측 이형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3·4위로 이사회에 진입했다. 집중투표는 이사 4명을 선임할 경우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의 4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주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주거나 여러 후보에게 나눠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날 독립이사 4명이 추가되면서 14명이던 고려아연 이사회는 18명으로 늘었고, 백인규 후보까지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되면서 최종 19명 체제가 됐다. 집중투표에서는 양측이 이사 자리를 나눠 가졌지만 감사위원 1석을 최 회장 측이 확보해 이사회 우위는 유지됐다.
◆ 10일부터 정관으로 못 막는다…210곳 주총 룰 바뀐다
고려아연에서 벌어진 표 대결은 하루 뒤부터 대형 상장사 전반의 문제가 된다. 개정 상법은 10일부터 최근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사가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한다. 법무부가 집계한 2025년 말 기준 대상 기업은 코스피 201곳과 코스닥 9곳 등 총 210곳이다.
집중투표가 모든 주총에 자동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주총 6주 전까지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기업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었지만 10일부터 대상 상장사는 이를 이유로 주주의 청구를 막을 수 없다. 개정 조항은 시행 이후 처음 이사 선임을 위해 소집되는 주총부터 적용된다.
감사위원 선임 방식도 함께 달라진다. 다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해야 하는 감사위원 수가 기존 최소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고려아연에서는 이날 별도 선출된 감사위원 한 석까지 최 회장 측이 가져가며 최종 이사회 구도가 12대 7로 확정됐다.
집중투표의 영향력은 한꺼번에 선임하는 이사가 많을수록 커진다. 주주가 '보유 주식 수×선임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갖기 때문에 지분율이 낮더라도 특정 후보에게 표를 집중하면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려아연에서도 경영권 분쟁 양측이 각각 추천한 후보 2명씩을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 내년 이사 대거 임기 만료…고려아연 9명·포스코 8명
고려아연의 집중투표 변수는 이번 주총으로 끝나지 않는다. 회사의 2026년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보면 박기덕 대표이사를 비롯해 강성두·김광일 기타비상무이사와 김보영·권순범·서대원·제임스 앤드루 머피·정다미·권광석 독립이사 등 총 9명의 임기 만료 예정일이 2027년 3월 28일로 같다.
선임 방식으로 나누면 집중투표 대상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이다. 집중투표 대상 8명 중 5명은 최 회장 측, 3명은 MBK·영풍 측 인사로 분류된다. 이날 집중투표에 걸렸던 4석보다 내년 정기주총에서 한꺼번에 선임할 이사 수가 두 배로 늘어난다.
POSCO홀딩스도 내년 이사 8명의 임기 만료가 예정돼 있다. 최신 기업지배구조보고서상 이사회는 독립이사 7명, 사내이사 4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등 총 12명이다. 이 가운데 장인화 회장과 이주태·정석모·김기수 사내이사, 이희근 기타비상무이사, 권태균·유영숙·박성욱 독립이사 등 8명의 임기 만료 예정일이 2027년 3월 21일이다. 현 이사회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POSCO홀딩스는 이번 법 개정으로 처음 집중투표를 적용받는 회사는 아니다. 2004년 이미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 내년 한꺼번에 8명의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집중투표가 이사회 구성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 사례다.
KT&G 역시 현재 이사 8명 가운데 방경만 사장과 이상학 사내이사, 곽상욱·손동환 독립이사 등 4명의 임기가 내년 정기주총에서 끝난다. KT&G는 2001년부터 집중투표제를 운영해왔다. 특정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 구조인 데다 행동주의펀드 FCP가 지배구조와 주주환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만큼 복수 이사 선임 시 주주 간 표 배분이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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