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개 에피소드…오는 18일 공개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이미 한 차례 영화로 만들어진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든다는 건 배우와 제작진 모두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스캔들'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대신 8부작 시리즈라는 형식 안에서 인물들의 관계와 욕망을 더 깊게 파고든다. 여기에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각기 다른 색으로 세 인물을 완성하며 2003년 영화와는 또 다른 '스캔들'을 예고했다.
넷플릭스 새 시리즈 '스캔들'(극본 이승영·안혜송, 연출 정지우) 제작발표회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정지우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스캔들'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조씨부인(손예진 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 분)이 벌이는 발칙하고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희연(나나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 감독은 작품에 관해 "어린 시절부터 깊은 유대 관계가 있던 남녀가 마음에 미련이 남아 게임을 시작하고 그 게임에 말려든 새로운 얼굴이 등장한다. 세 사람의 관계가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드러나는데 예측할 수 없는 속마음이 보이고 일련의 사건에 휘말리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스캔들'은 원작이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작가의 1782년 소설 '위험한 관계'에서 시작됐으며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겨와 각색했다. 앞서 한국에서는 2003년 배용준 이미숙 전도연 주연의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도 개봉된 바 있다.
때문에 영화인 작품을 8부작의 시리즈로 새롭게 각색한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정 감독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조선은 섬세하고 세련된 사회인 것 같다"며 "다만 이 작품의 시작은 어디까지나 원작이었다. 그로부터 세 인물의 관계를 다시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영화와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중에서도 조씨부인과 희연의 관계는 원작에서도 없는 내용이다. 그 관계를 생생하게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차별화를 강조했다.

시리즈화 각색은 배우들의 출연을 이끈 주요 포인트이기도 했다. 손예진은 "영화로 본 기억이 있는 작품이 어떻게 긴 이야기로 풀릴지 호기심이 생겼다"며 "그렇게 읽게 된 대본에서는 조씨부인의 매력이 너무 컸고, 나로서도 이제는 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았다"고 밝혔다.
지창욱은 "고전 소설인 원작에 담긴 인물의 미묘한 감정이나 인물들 간의 관계 자체도 흥미로운데, 2026년에 재해석해서 시리즈로 만든다는 점도 궁금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의 오랜 팬이었다는 나나는 "'감독님은 원작이 있는 작품을 어떻게 리메이크할까'라는 궁금증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손예진이 뛰어난 전략가이자 세 사람이 얽힌 은밀한 내기를 시작하는 조씨부인 역으로 활약한다. 시대의 한계 때문에 이루지 못한 꿈과 욕망을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특히 손예진은 이번 작품을 통해 2002년 영화 '취화선'과 드라마 '대망' 이후 약 24년 만에 사극 장르를 소화한다. 그는 "정말 오랜만에 사극을 한다는 점도 '스캔들'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며 "인간의 욕망을 이야기하면서 욕망이 금기시된 조선이 배경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작품 주된 서사의 원인이 되는 인물이자 극의 중심을 잡아야 하는 캐릭터인 만큼 손예진의 역할은 여느 때보다 중요했다. 실제로 정 감독은 "손예진을 조씨부인으로 작업하는 마음부터 캐스팅을 진행했다"며 "예전부터 이야기와 캐릭터를 입고 전체 드라마를 책임지는 슈퍼히어로 같은 배우라고 생각했기에 조씨부인이라는 어려운 역할을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예진도 쉽지 않은 촬영이었다. "조씨부인이 내뱉는 대사와 짓는 표정이 미묘하게 다 달랐다. 때문에 섬세하게 디자인하지 않으면 안 됐다"며 "한 땀 한 땀 디테일 장인 정신으로 완성해야만 하는 캐릭터였다. 조씨부인은 진짜 마음은 무엇인지에 대해 숙제처럼 풀어갔던 어렵지만 재밌었던 경험"이라고 돌이켰다.

지창욱이 조선 최고의 바람둥이 조원 역을 맡는다. 그는 명망 높은 가문의 아들이지만 출세보다 눈앞의 쾌락과 재미를 추구하는 인물이다. 정작 가장 원하는 여인의 마음만은 얻지 못해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품고 있던 중 조씨부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은밀한 내기에 뛰어든다.
지창욱에게도 쉽지 않았던 캐릭터였다. 그는 "조원은 혼돈 그 자체인 인물이었다. 작품을 끝내놓고 보니 과연 이 친구가 최고의 연애꾼이 맞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촬영만큼은 재밌었다고. 지창욱은 "손예진과 나나라는 색깔이 다른 두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재밌는 경험이고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나나가 조씨부인과 조원의 내기에 얽혀 삶의 변화를 겪게 되는 희연을 연기한다. 혼례를 올리기도 전에 남편을 잃어 과부가 된 그는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단념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조원에게 점차 이끌리며 처음으로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품게 된다.
나나는 "희연이는 내 유년 시절의 성격과 닮았다. 나 또한 부모의 그늘에 기대 세상을 무서워하고 사람을 경계하면서 살아왔던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었던 때가 있었다"며 "당시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이입하려고 했고 덕분에 희연의 감정과 상황을 수월하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세 배우 모두 이미 한 차례 비슷한 작품을 소화한 선배 배우들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뒤따를 법도 했다.
이에 손예진은 "영화가 2003년 작품이다 보니 보지 못했던 분들도 많고, 기억을 못 하는 분들도 있을 테니 새롭게 봐주지 않을까 싶다"며 "또한 우리는 시리즈로 풀어 각 캐릭터의 서사가 훨씬 많이 들어가 있다 보니 사실 배우로서는 더 욕심이 나는 매체였다"고 부담보다는 기대가 앞섰다고 밝혔다.
지창욱은 "당연히 앞서 했던 선배들의 연기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내가 연기하는 조원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됐을 정도로 너무 다르게 표현된다. 나 역시 감독님과 나만의 조원을 만드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나나는 "원작을 좋아해 주는 팬들은 오히려 저희 작품의 다름과 신선함을 느끼고 비교하며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자신했다.
총 8부작으로 구성된 '스캔들'은 오는 18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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