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원까지 최저임금"…20만원 못 갔는데 정상 보수 복귀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카카오페이 주가가 상장 초기 고점 대비 80% 넘게 증발하면서 신원근 대표의 책임경영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2021년 11월 24만8500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 중반까지 내려앉으며 당시 주가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 대표는 이른바 '카카오페이 먹튀 사태' 이후 무너진 신뢰와 기업가치를 회복하겠다며 2022년 3월 대표에 올랐다.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는 책임경영 방안까지 내놨지만 취임 4년여가 지난 현재 주가는 오히려 당시의 약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신 대표가 내걸었던 20만원에 도달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상 보수체계로 복귀했고, 취임 이후 대규모 개인정보의 중국 알리페이 제공 문제와 서비스 장애 등 신뢰를 흔드는 논란도 이어졌다. 장기간 주가 부진까지 겹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24만8500원→4만5800원…고점 대비 81.6% 증발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 카카오페이는 4만5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상장 초기 고점인 2021년 11월 30일 24만8500원과 비교하면 81.6% 떨어졌다. 당시 주가의 18.4%만 남은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2021년 11월 3일 공모가 9만원으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다. 상장 첫날 19만3000원에 거래를 마친 뒤 같은 달 30일 24만85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긴 내리막길을 걸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다. 고점에서 1000만원을 투자해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평가금액은 단순 계산으로 약 184만원까지 줄었다.
주가 부진은 신 대표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신 대표가 대표에 오른 2022년 3월 당시 14만원대였던 주가는 현재 4만원대로 내려왔다. 취임 당시와 비교하면 약 3분의 1 수준이다.
◆ '먹튀' 수습 맡은 신원근…본인도 주식 매도 당사자
신 대표가 카카오페이 대표에 오른 배경에는 상장 직후 터진 경영진의 대규모 주식 매각 사태가 있다.
2021년 12월 10일 류영준 당시 대표를 비롯한 카카오페이 경영진 8명은 스톡옵션으로 취득한 주식 약 44만주를 한꺼번에 처분했다. 상장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경영진이 대규모 주식을 매각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먹튀'라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신 대표 역시 당시 기업전략총괄로 주식 3만주를 매각해 약 61억원을 현금화했다.
이후 류 전 대표가 물러나고 2022년 3월 신 대표가 대표에 취임했다. 주식 매도 당사자 중 한 명이었던 신 대표에게 경영진의 주식 매각으로 무너진 주주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신 대표는 취임 직후 '신뢰회복을 위한 실행 방안'을 내놓으며 책임경영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신을 포함한 경영진의 주식 매도로 발생한 차익을 회사 주식 재매입에 활용하는 방안도 내놨다.
◆ "20만원까지 최저임금"…4년 뒤 현실은 4만원대
당시 신 대표가 책임경영의 상징적인 기준으로 직접 제시한 숫자는 '20만원'이었다.
신 대표는 카카오페이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등 모든 보상을 포기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신 대표는 "책임경영을 강화해 대내외적 신뢰를 회복하고 회사가 '제2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취임 4년여가 지난 현재 주가는 신 대표가 제시한 20만원의 22.9% 수준에 머물고 있다. 20만원을 회복하려면 현재보다 약 4.37배로 올라야 한다. 상승률로는 약 336.7%가 필요하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주가가 20만원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신 대표의 '최저임금 CEO'가 이미 종료됐다는 점이다.
카카오페이는 2025년 초부터 신 대표에게 정상적인 보수를 지급하고 있다. 회사는 이사회와 카카오그룹 준법과신뢰위원회, 사내 지속가능협의체 등의 권고와 동의를 거쳐 대표이사 보상체계를 정상화했다.
그러나 신 대표가 2022년 책임경영 방안을 내놓을 당시 시장에 제시했던 최저임금 수령의 기준은 '주가 20만원'이었다. 결과적으로 해당 가격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 보수체계로 먼저 돌아간 셈이다.
정상 보수체계 복귀 사실이 별도의 공시나 공식 발표를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점도 눈에 띈다. 취임 당시 시장에 강하게 각인시켰던 '20만원까지 최저임금'이라는 책임경영 메시지와 실제 보상체계 사이에 간극이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4000만명 정보 알리페이로…'신뢰 회복' 흔든 개인정보 논란
신 대표가 취임 당시 가장 강조했던 단어는 '신뢰'였지만 이후 카카오페이에서는 대규모 개인정보 제공 문제까지 불거졌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카카오페이는 2018년 4월부터 2024년 5월까지 중국 알리페이에 카카오 계정 ID와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카카오페이 가입·거래내역 등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상은 누적 약 4045만명, 제공된 정보는 약 542억건에 달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페이가 전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정보주체 동의 없이 알리페이에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해당 정보가 애플이 알리페이에 위탁한 'NSF 스코어' 모델 구축 등에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NSF 스코어는 이용자의 결제대금 부족 가능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페이에 시정명령과 함께 약 59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카오페이는 애플 앱스토어 결제 서비스를 위한 정상적인 개인정보 처리 위탁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은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법원은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 이용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용자들이 애플의 결제능력 평가를 위해 자신의 정보가 활용되는 데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동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애플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안드로이드 이용자 등을 포함해 전체 이용자의 정보가 제공된 점도 판단에 반영됐다.
결국 '신뢰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출범한 신원근 체제에서도 대규모 개인정보 문제를 둘러싼 당국 제재와 법적 분쟁이 이어지면서 책임경영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했다.
◆ 서비스 장애 등 잡음 지속…주주들 "경영진이 망친다"
카카오페이를 둘러싼 문제는 개인정보에 그치지 않았다. 2022년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카카오 주요 서비스가 장시간 중단되면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인 만큼 서비스 안정성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주주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장기간 이어진 주가 부진이다. 신 대표가 직접 '20만원'을 책임경영의 기준으로 제시한 지 4년여가 흘렀지만 현재 주가는 4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 카카오페이 종목토론방에서는 경영진을 향한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한 투자자는 "좋은 주식을 경영진이 다 망친다"고 토로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오를 때는 안 오르고 내릴 때는 미친 듯이 내린다"고 적었다.
고점에서 카카오페이 주식을 매수했다는 투자자는 "이것을 왜 고점에서 사서 이토록 고생을 할까"라며 장기 보유에 따른 피로감을 드러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투자자들은 장기간 주가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 대표는 경영진의 주식 매각으로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4년여가 지난 현재 주가는 취임 당시보다 크게 낮아졌고, 스스로 책임경영의 기준으로 내세웠던 20만원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다. 여기에 목표 달성 전 정상 보수체계로 복귀한 데다 개인정보와 서비스 안정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취임 당시 내걸었던 '신뢰 회복'이라는 약속도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신 대표는 경영진 주식 매각 사태 이후 신뢰 회복을 전면에 내걸고 대표에 오른 만큼 결국 주가와 주주가치로 책임경영의 결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특히 본인이 직접 20만원이라는 상징적인 기준까지 제시했던 만큼 이제는 말보다 주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기업가치 회복 방안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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