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l 순천=김영신 기자] 8억 4000만 원. 전남광주 순천시가 지난 2011년 조곡동 장대공원 일원에 인공폭포를 조성하면서 투입한 예산이다. 가로 24m, 세로 20m, 480㎡ 규모의 인공암벽에 거대한 사자 머리를 만들고, 사자 입에서 물이 쏟아지도록 했다.
당시에는 시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도시의 새로운 명소를 만들겠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문제의 '사자상 인공폭포'는 2011년 당시 노관규 시정에서 추진됐다. 15년이 지나서 현 민선9기 순천시가 시민들의 오랜 불편과 경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뒤늦게나마 손을 대고 있는 셈이다.
사자상 인공폭포는 조성 직후부터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동천과 장대공원, 죽도봉으로 이어지는 자연경관 속에 거대한 사자 형상의 인공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경관 부조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2012년에는 주변에 등나무 등을 심어 시설을 가리기까지 하는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됐다. 시민들을 위한답시고 돈을 들여 조성한 시설물을 경관 논란이 일자 인공 천막과 나무를 심어 오히려 가리려고 했던 것이다.
순천시가 흉물 취급을 받던 이 시설물을 부분 철거와 도로 원상복구 등으로 시민 불편을 최소화한다고 한다.
시민이 '봉'인가. 처음부터 충분히 검토했다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또다시 불필요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해야 한다.
좋은 정책이나 시설은 지속성을 갖추고 시민들과 함께해야 하고, 예산 낭비가 될 것 같은 불필요한 시설이나 공간은 애초에 조성하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만들어진 시설 하나가 10년, 20년 동안 도시의 공간을 차지하고 시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 또다시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결국 사자상 인공폭포가 주는 교훈은 시민들이 치른 대가가 8억 4000만 원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시는 이런 행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사업을 추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무엇인가를 만들어야만 성과가 난다'는 착각이다.
눈에 보이는 시설 하나를 만들고 준공식을 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 시설이 10년 뒤에도 필요한지, 주변 도시경관과 어울리는지, 시민들의 이용에 불편을 주지는 않는지, 유지관리 비용은 감당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훨씬 어렵다.
그래서 더 철저해야 한다. 한번 만들어진 공공시설은 쉽게 없앨 수 없다. 잘못 만들어도 시민들이 사용해야 하고, 문제가 생겨도 관리해야 한다.
공공사업은 단체장의 업적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왜 만들어야 하는가'가 먼저다. 시설을 하나 만들더라도 '내 임기 안에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아니라 '시민들이 20년 뒤에도 이 시설을 필요로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사라지는 것은 사자 얼굴이지만 교훈까지 사라져서는 안 된다.
민선9기 손훈모 시장 체제에서는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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