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전남광주=최치봉 기자] "정치는 정치, 예술은 예술이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언론 인터뷰에서 윤범모 광주비엔날레재단 대표가 한 말이다. 파빌리온 '대만관' 논란으로 중국 측 작가들이 철수하면서 빚어진 파행에 대한 언급으로 보인다.
그는 "파행을 막기 위해 노력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시인했다. 개막식에 앞선 지난 3일 중국 작가 철수에 대한 의견을 묻는 <더팩트>의 질문에도 "내손을 떠났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윤 대표는 우리나라 예술계의 원로이자 국립현대미술관장까지 지낸 행정가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 정관에는 당연직 이사장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대표이사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예술총감독인 전시기획자를 임명한다.
대표가 선임한 예술총감독은 행사의 주제와 전시구성은 물론 전시종합계획과 결과보고서 작성, 참여 작가 및 작품 선정 등을 담당한다고 광주비엔날레 규정집에도 명시돼 있다.
즉, 대표이사가 전시와 참여 작가 선정, 조직관리, 인사, 인사 회계 등 모든 행정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파빌리온 대만관 명칭 변경 승인으로 중국과 외교적 마찰로 비화한 지난달 26일 이후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대만관을 승인했는 지, 주요 안건이었던 만큼 이사회 소집 등을 요청했는지, 당연직 이사장과는 어느 수위까지 협의가 이뤄졌는 지는 '깜깜이'이다.
대만관 명칭 변경 승인만 일방적으로 발표했을 뿐 배경에 대한 궁금증은 낱낱이 설명되지 않았다.
당시 지역 예술계 등이 "예술에 대한 정치적 검열"이라며 대만관 승인 압박 분위기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럴수록 총행정가로서의 신중함이 요구됐던 것이다.
중국 정부가 대만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명칭·대외 활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이후 민형배 전남광주시장과 다이빙(戴兵) 주한 중국대사의 만남이 이어졌지만 결국, 파빌리온 중국관 작가 철수와 외교적 갈등만 남긴 채 반쪽짜리 행사로 개막했다.
중국 광저우시 대표단의 전남광주시 방문 일정이 취소됐고,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참여할 예정이던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관계자들도 인천공항에서 자국으로 되돌아갔다.
파빌리온 명칭에서 시작된 갈등이 다른 국제행사와 도시 간 후호 협력까지 흔들어 놓았다. 향후 팬더 곰 광주우치동물원 유치와 로봇과 AI 등 도시간 문화.첨단산업 교류에도 악 영향이 우려된다.
지난 2018년부터 국가관과 기관관 형태로 운영되는 특별전 방식의 파빌리온이 정착돼 가는 마당에 벌어진 이번 사태는 미리 예방도 가능했다. 그런 대목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대만은 13회 때 기관관으로 처음 참여했고, 올해가 두번째다. 중국은 14~16회 연속으로 국가관으로 참여했다.
이번 중국 양안간 같은 행사 참여는 처음이다. 전시기관 초청과 형식 등을 미리 점검하고 갈등의 불씨를 제거했어야 했다. 아무리 사과를 하고 제도를 개선한다고 호들갑 떨어봤자 사후약방문이다.
이미 '엎어진 물'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 전시를 총괄하는 대표 행정가와 이사장 또는 지역 예술계간 소통 부족이 애먼 외교갈등과 국제 미술축제의 이미지 추락으로 이어지는 걸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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