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만화·게임 속 세계관을 현실로
테마파크 입장객 정체…공간 변화로 승부

[더팩트 | 손원태 기자]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오면서 테마파크 업계가 새 단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스릴 넘치는 어트랙션(놀이기구)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체험형 전시와 퍼레이드를 앞세우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머무르며 쉬어갈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추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 테마파크인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가을을 앞두고 자연 친화적 콘텐츠와 유명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공간 연출로 나들이객 유치에 나섰다.
에버랜드는 이달 사파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와일드 사바나 익스페디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오는 12일 가을 축제 개막에 맞춰 운영을 시작한다. 버스를 타고 둘러보던 기존 방식 대신, 관람객이 사파리 초원을 직접 걸으며 야생동물과 교감하는 도보 탐험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별미는 물길 위에 조성된 부교다. 관람객은 리버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기린 등 초식동물은 물론 사자와 하이에나 등 맹수를 코앞에서 마주한다. 에버랜드는 대자연의 풍경을 온전히 감상하도록 탐험로를 정교하게 연출했고, 동물별 특성에 맞는 최적의 포토존도 배치했다. 사육사가 동행해 각 동물의 습성, 특징, 멸종위기종에 대한 이야기도 세세하게 들려준다.
롯데월드는 일본의 유명 만화가 이토 준지와 협업해 '기묘한 세계의 초대'를 전개한다. 협업은 이토 준지 컬렉션의 작품들을 테마파크에 구현하는 것으로,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점이 특징이다. 이토 준지의 '토미에', '소이치' 등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콘텐츠도 만들었다. 롯데월드는 이토 준지 작품 속 캐릭터와 대표 장면을 활용한 공간 연출과 굿즈 식음 메뉴도 준비했다.
롯데월드 부산은 넥슨의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활용 가을 축제를 꾸몄다. 게임 속 세계관을 테마파크로 고스란히 옮겼으며, 시공간의 균열로 메이플스토리 캐릭터들이 예상치 못한 소동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다. 축제 기간 퍼레이드 '메이플스토리 : 댄스 투게더!'도 진행되며, 게임 속 주황버섯과 슬라임 몬스터들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 테마파크들도 가을 콘셉트에 맞춰 색다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대구 이월드는 가을 축제 '레드퀸즈 해피할로윈'을 개막하며, 동화 속 분위기로 테마파크를 연출했다. 낮에는 온 가족이 즐기는 동화 축제, 밤에는 할로윈에 걸맞게 죽은 자들이 돌아다니는 호러 공간으로 변신한다. 특히 어린이 관람객을 겨냥한 '레드퀸즈 해피할로윈' 퍼레이드도 눈길을 끈다. 공연은 단순히 앉아서 관람하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이 직접 무대 위 동화 속 주인공으로 참여한다.
강원 레고랜드는 '브릭 오어 트릿' 시즌을 선보여 각종 몬스터 캐릭터들을 끌고 왔다. '모으고 꾸미고 춤추고 맛본다'를 주제로, 테마파크 곳곳에서 모험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놀이기구와 시설을 색다르게 경험할 수 있으며, 레고를 활용한 체험 이벤트도 별도로 준비했다.
한국민속촌 역시 이번 주말을 끝으로 막을 내리는 '파전&막걸리 페스티벌'로 축제 분위기가 한창이다. 민속촌의 고즈넉한 풍경과 어울리는 파전과 막걸리, 전통주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 또한 막바지 무더위를 날리는 이색 물놀이 행사 '마른 하늘에 물벼락'도 마련했다.

국내 테마파크들이 놀이기구 대신 휴식과 문화 콘텐츠로 눈을 돌리는 배경에는 정체된 입장객 지표가 자리 잡고 있다. 청년층의 스릴 추구형 방문만으로는 성장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위기감이다.
실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버랜드의 지난해 연간 입장객은 472만7000명으로 전년(559만8000명) 대비 15.5% 감소했다. 롯데월드도 505만5000명으로 3.8% 빠졌고, 대구 이월드 역시 294만명으로 6.5% 줄었다.
업계는 우리나라가 만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점에 주목한다. 저출산 여파로 테마파크의 주력 고객층이던 청년층 인구가 급감함에 따라, 타깃 고객을 전 연령대로 확장하는 생존 전략이 필수가 된 것이다. 이에 어트랙션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자연 조망 공간을 넓히고 체험형 전시를 꾸리는 등 가족 단위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내수 시장이 다소 정체된 것은 사실"이라며 "기존의 젊은 층 위주 마케팅만으로 한계가 있어 고령층까지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자연 친화적 나들이 공간으로 테마파크 개념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즌별 다채로운 축제나 체험형 전시 콘텐츠를 강화하면 테마파크가 단순한 놀이시설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다가갈 수 있어 기획 단계부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tellm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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