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선감학원·복지 예산 복원…추미애 "정치적 해석 경계"

[더팩트ㅣ수원=이승호 김선우 기자] 경기도의회 제393회 임시회 3일 차 본회의에서도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 대응을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면 본회의장을 달궜다.
4선의 최다선 박옥분 의원(더불어민주당, 수원2)부터 최연소 초선 서인하 의원(민주당, 비례)까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긴축 일변도의 재정 대응을 지적하며 기조 변화를 주문했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의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의원들의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박옥분 의원은 3일 제393회 임시회 도정질의에서 추 지사를 향해 "위기를 말하는 행정에서 해법을 제시하는 행정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재정 혁신은 예산을 줄이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도민의 이익을 기준으로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만으로 도지사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며 "위기를 선언했으면 그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물가와 경기침체로 힘겨운 도민들의 현실도 함께 봐야 한다"며 "도민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을 키우는 위기 선언이 아니라 이를 극복할 구체적인 해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감액된 민주시민교육과 어린이 건강과일 사업을 언급하며 "재정이 어려울수록 무엇을 지킬 것인지에 도정의 철학과 우선순위가 드러난다"며 "무엇을 줄였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지켜냈는지로 경기도의 재정 혁신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원은 "재정과 조직, 주요 정책처럼 도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집행부가 먼저 결정하고 의회가 나중에 설명을 듣는 방식은 안 된다"며 "방향을 정하는 과정부터 의회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세출 구조조정을 한다며 대폭 삭감한 주요 사업을 두고도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김영훈 의원(민주당, 화성3)은 이날 5분 발언에서 "청년·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이 전액 삭감됐다"며 "재정이 어려울수록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청년의 정착을 돕는 주거 사다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혼부부의 전세대출 금액은 평균 1억 4000만 원으로, 연 4%만 잡아도 매달 47만 원, 1년에 560만 원을 오로지 이자로 내는 실정"이라며 "더 큰 문제는 결혼하면 대출 문턱이 오히려 높아져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발생한다. 사업 복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청년·신혼부부 임차보증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은 경기도와 시군이 3대 7로 비용을 분담하는 청년 정책으로, 도비 100억 원을 투입하면 모두 333억 원의 재원을 마련해 가구당 최대 200만 원씩 1만 6000여 가구를 지원한다.
이철형 의원(민주당, 안산8)은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 배상과 생활 지원, 옛터 역사문화공간 조성사업 예산 삭감을 문제 삼았다.
이 의원은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을 일반사업과 같은 기준으로 감액해서는 안 된다"며 "선감학원 피해자 지원은 단순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경기도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라고 주장했다.
국은주 의원(국민의힘, 비례)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더는 사회복지종사자 처우개선과 지원 확대를 미룰 수 없다"며 "이제는 말이 아니라 예산으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물가와 생활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10년 가까이 월 5만 원에 묶인 사회복지종사자들의 처우개선비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2001년생 최연소인 서인하 의원(민주당, 비례)은 AI와 미래산업 분야 예산 삭감을 질타하며 "다른 지방정부는 AI에 새로운 투자를 시작하고 AI 시대에 앞으로 나아가는데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의 선거 공약도 겨냥해 "지난 선거에서 AI를 선도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고 도민께 약속하지 않았느냐.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미래 투자부터 줄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서 의원은 "코로나19와 윤석열 정부의 긴축재정과 무책임한 경제 운영 속에 민생경제와 내수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경기도가 재정을 확대했다"며 "어려울 때 적극적 재정을 위해 늘린 부채를 재정난과 한데 묶어 평가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도 했다.
답변에 나선 추미애 지사는 의원들의 5분 발언 내용까지 언급하면서 "재정위기의 실상을 정치적 목적에 초점을 맞춰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여야, 진영 논리를 떠나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법인지방소득세 등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세원을 확보하는 서울과 달리 경기도는 부동산 거래에 민감한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실정"이라며 "지방소비세율을 현재 25%에서 이재명 정부 임기 동안 4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중앙정부가 걷는 법인세 일부를 경기도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지사는 "재정위기 대응을 위해 3년 이상 지속된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유사·중복사업과 대규모 사업의 추진 방향도 재검토하겠다"면서도 "지금 어렵다고 해서 미래세대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재정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무엇이 급한지 명확히 살피겠다"고 말했다.
앞서 추 지사의 취임 후 첫 도정질의가 열렸던 전날에도 추 지사의 '재정 비상' 선언의 실체와 책임 소재를 놓고 의원들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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