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항만 자율성 훼손"…법 개정 저지 예고

[더팩트ㅣ부산=손연우 기자] 정부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항만공사를 하나로 통합하기로 확정하면서 지역 항만의 독립성과 의사결정권을 둘러싼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3일 제11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이 같은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개혁 추진 방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울산항만공사(U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는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된다. 기존 4개 항만공사는 독립 법인에서 통합 공사 산하 지역지사로 전환된다.
정책과 기획 기능은 통합 본사로 일원화하고, 지역지사는 항만별 특화사업을 맡는 구조다. 정부는 항만공사 간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줄이고 해외 물류거점 공동 조성 등 항만 간 연계를 강화해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울산·경남·여수광양·인천 등 5개 지역 시민사회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과 항만산업계의 거듭된 반대에도 통합을 강행한 정부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개편이 단순한 공공기관 조직 정비를 넘어 항만별 전문성과 지역의 경제적 자율성,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항만마다 담당하는 기능과 배후산업이 다른데도 정책과 투자 결정권을 하나의 조직에 집중하면 현장 중심의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와 환적화물을 중심으로 세계 항만과 경쟁하는 글로벌 물류거점이고, 인천항은 수도권의 국제물류 관문 역할을 맡고 있다. 울산항은 에너지와 액체화물, 여수광양항은 철강·석유화학 등 국가기간산업을 지원하는 산업항만의 기능을 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기능과 배후산업, 발전전략이 전혀 다른 항만공사를 하나의 중앙집중형 조직으로 묶는 것은 항만별 전문성과 자율성,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경쟁력을 확보를 위해선 획일적인 통합이 아니라 항만공사의 독립성과 전문성, 책임경영 강화"라며 "지역의 핵심 성장거점인 항만의 정책·투자 결정권을 중앙에 집중하면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통합을 둘러싼 갈등은 관련 법률 개정 과정에서 국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행 항만공사법은 공사를 원칙적으로 항만별로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부의 개편안만으로 4개 항만공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합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항만공사를 출범시키려면 공사의 설립과 관할구역은 물론 기존 공사의 자산·부채와 인력, 권리·의무 승계 등을 담은 항만공사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민사회는 국회를 향해 "정부안을 그대로 추인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공론화와 지역 의견수렴, 항만산업계와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국가 항만경쟁력과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4대 항만공사 통합 결정 철회와 항만별 독립성·자율성·전문성 및 책임경영 강화를 촉구하고 국회에는 졸속적인 항만공사법 개정에 동의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5개 지역 시민사회는 정부가 통합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국회와 항만업계 등으로 연대 범위를 넓혀 법 개정 저지와 전국적인 공동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newsb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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