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메오네 공격축 새 조합 주목

[더팩트 | 박순규 기자] 길었던 유럽축구의 여름 이적시장 문이 닫히면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공격수 훌리안 알바레스의 잔류도 최종 확정됐다. 바르셀로나 이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잡음과 진통을 겪었으나, 9월 1일 이적시장 마감과 함께 주사위는 던져졌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적 파동은 흔한 통과의례일 수 있다. 하지만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은 순간부터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길은 하나다. 그라운드에서 골과 승리로 증명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좋은 패서는 좋은 공격수를 만나야 비로소 완성된다. 아무리 정확한 패스라도 받아줄 선수가 움직이지 않으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 반대로 아무리 뛰어난 골잡이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공이 오지 않으면 골을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축구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공보다 빠른 선수는 없다." 그러나 그 공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아는 선수와, 공이 오기 전에 어디로 뛰어야 하는지를 아는 선수가 만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아틀레티코에서 가장 기대되는 조합 가운데 하나가 이강인(25)과 훌리안 알바레스(26)다. 바르셀로나 이적설로 여름 내내 스페인 축구계를 달군 알바레스는 결국 마드리드에 남았다. 2026 북중미월드컵 기간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다는 뜻을 드러내면서 갈등의 불씨가 커졌고, 아틀레티코 이사회는 바르셀로나와의 협상을 거부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적시장 막판에는 아스널행 가능성까지 거론됐지만 결국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다.

훈련 불참까지 겹치면서 분위기는 더욱 험악해졌다. 다만 구단은 알바레스의 훈련 불참 사유를 ‘컨디션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훈련을 거쳐 다시 팀 훈련에 합류했다. 여름 이적시장이 닫힌 지금 중요한 것은 더 이상 ‘떠날 것인가’가 아니다. ‘어떻게 다시 아틀레티코의 공격을 이끌 것인가’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이강인이 등장한다. 알바레스의 가장 큰 장점은 흔히 생각하는 ‘골 결정력’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2024년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아틀레티코에 입단한 뒤 107경기에서 49골 17도움을 기록했다. 단순 계산으로 1.62경기마다 하나의 공격포인트를 생산했다.
아틀레티코 역시 그를 처음 영입하면서 빠르고 기술이 뛰어나며 동료와의 연계 능력이 좋고, 플레이메이커 역할까지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공격수라고 평가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이강인과 궁합이 맞는다.
알바레스는 전형적인 ‘박스 안 대기형 9번’이 아니다. 수비수 사이에 머물다가 순간적으로 뒷공간을 파고들고, 때로는 2선까지 내려와 공을 받은 뒤 다시 문전으로 침투한다. 상대 센터백 입장에서는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유형이다. 따라 나오면 뒤 공간이 열리고, 자리를 지키면 알바레스에게 공을 받을 공간을 내주게 된다.
이런 공격수에게 필요한 선수가 바로 수비라인 뒤의 공간을 읽는 패서다. 이강인은 이미 세비야전에서 그런 능력을 보여줬다. 정통 스트라이커가 없는 상황에서도 알렉스 바에나, 아데몰라 루크먼 등과 유기적으로 위치를 바꾸며 3-1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강인은 전반 4분 바에나의 선제골을 도왔고, 72분 동안 공격의 연결고리를 맡았다.
당시 아틀레티코는 알바레스와 알렉산데르 쇠를로트가 모두 빠진 상태였다. 제대로 된 ‘9번’ 없이도 공격을 설계했던 이강인 앞에 이제 알바레스가 다시 선다.
그렇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첫째, 이강인의 킬패스가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강인의 장점은 단순히 높은 패스 성공률에 있지 않다. 상대 수비가 움직이는 찰나를 읽고 왼발로 수비라인 사이를 찌르는 능력에 있다. 패스를 하기 전에 이미 다음 장면을 그린다.
알바레스 또한 공이 들어온 뒤 움직이는 공격수가 아니다. 패서가 고개를 들기 전부터 수비수의 시야 밖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보는 선수’와 ‘먼저 뛰는 선수’의 만남이다.
둘째는 하프스페이스 활용이다.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출발하더라도 터치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앙으로 파고들어 왼발 패스와 슈팅 각도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이 벌어진다. 알바레스가 그 틈을 대각선으로 파고들 경우 이강인은 스루패스와 컷백, 얼리크로스 등 다양한 선택지를 확보한다.
수비수에게는 일종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게 된다. 이강인을 막으러 나오면 알바레스가 뛰고, 알바레스의 침투를 막기 위해 수비라인이 내려가면 이강인이 전진할 공간이 열린다.
셋째는 압박이다. 알바레스가 ‘라 아라냐(La Araña·거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데에는 넓은 활동 반경과 집요한 움직임도 한몫한다. 최전방 공격수가 상대 빌드업의 출발점부터 압박하면 이강인의 수비 부담도 줄어든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축구에서는 공격수가 골만 넣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상대 빌드업의 첫 단추부터 흔들어야 한다. 맨체스터 시티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방 압박을 경험한 알바레스는 이런 점에서도 시메오네 축구에 적합한 공격수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적시장 마지막 날 아틀레티코는 조너선 데이비드를 한 시즌 임대로 영입했다. 데이비드는 릴에서 5시즌 동안 232경기 109골 31도움을 기록한 득점 자원이다.
따라서 알바레스에게 최전방 자리가 자동으로 보장됐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데이비드의 합류로 알바레스가 정통 9번뿐 아니라 섀도 스트라이커와 2선까지 움직이는 장면이 더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강인에게 반드시 나쁜 변화는 아니다. 이강인-알바레스-데이비드가 동시에 뛰는 상황이라면 이강인은 오히려 패스의 출구를 하나 더 얻게 된다. 알바레스가 내려와 센터백을 끌어내면 데이비드가 뒷공간을 파고들 수 있고, 데이비드가 수비수들을 박스 안에 묶어두면 알바레스가 세컨드 스트라이커처럼 침투할 수 있다.
‘이강인→알바레스’라는 하나의 직선이 ‘이강인→알바레스·데이비드’라는 공격 삼각형으로 확장되는 셈이다. 그래서 알바레스의 잔류는 단순히 공격수 한 명이 팀에 남은 사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비야전에서 이강인은 정통 9번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공격을 설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제 그 앞에 아틀레티코에서 이미 49골을 넣은 공격수가 돌아왔다.
특히 앞으로 이강인의 경기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이강인은 직접 슈팅을 많이 하지 않고도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공간을 찾고, 동료의 움직임을 읽고, 가장 위험한 곳으로 공을 전달했다. 여기에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알바레스의 움직임이 더해진다면 이강인의 패스는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골’이라는 결과물과 연결될 수 있다.
알바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공격수에게 가장 반가운 존재는 자신이 움직이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패서다. 페널티지역 주변에서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알바레스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이강인의 왼발이 어느 공간을 겨냥할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올 시즌 아틀레티코 경기를 보는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강인의 도움 숫자가 늘어날수록 알바레스의 득점도 늘어날 수 있고, 알바레스의 침투가 위협적일수록 이강인이 활용할 공간 역시 넓어진다. 두 선수에게는 전형적인 ‘상호 증폭 효과’가 가능한 구조다.
고사성어 수어지교(水魚之交)는 물과 물고기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뜻한다. 축구에서도 최고의 조합은 단순히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상대의 장점을 이전보다 더 크게 만들어주는 데 진정한 가치가 있다.
알바레스는 이강인의 패스를 ‘기록’으로 만들어줄 수 있는 공격수다. 이강인은 알바레스의 움직임을 ‘골’로 바꿔줄 수 있는 패서다.
이제 남은 것은 시메오네 감독이 두 개의 퍼즐을 어떻게 맞추느냐다.
올여름 아틀레티코를 가장 시끄럽게 했던 알바레스의 잔류가 역설적으로 이강인에게는 자신의 축구를 가장 화려하게 증명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알바레스가 돌아온 뒤 펼쳐질 이강인의 다음 경기가 이전보다 더 궁금해졌다.
이적시장의 문은 닫혔다. 이제 열려야 할 것은 이강인의 왼발 패스를 따라 알바레스가 질주하는 상대 수비의 뒷공간이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