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측 "뉴욕 상장 미국 법인, SEC에 직접 보고" 반박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미국 집단소송 첫 심리에서 미국 법원의 재판 관할권을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쿠팡 측은 "한국인을 위해 한국에서 사업하는 플랫폼"이라며 관할권을 부인했다. 반면 피해자 측은 모회사가 뉴욕 증시에 상장된 미국 법인이라는 점을 들어 맞받았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은 현지시각 1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집단소송의 첫 사전 변론회의를 열었다. 사전 변론회의는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재판부가 쟁점과 심리 일정을 정리하는 절차다. 재판장인 앤 M. 도넬리 판사는 심리 내내 사건을 뉴욕 동부연방법원에서 다뤄야 하는 이유와 한국 법원이 아닌 미국으로 가져온 배경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쿠팡 측 대리를 맡은 미국 로펌 커클랜드앤드엘리스는 즉각 소송 기각을 요구했다. 지주사인 쿠팡Inc는 델라웨어주에 설립된 법인이며, 한국 쿠팡은 별개의 실체라는 논리다. 대리인은 "뉴욕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 낭비"라며 "한국 감독기관들이 이미 조사에 착수한 만큼 원고 측이 유리한 재판지와 준거법을 고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쿠팡의 기존 대미 행보와 배치된다. 쿠팡은 그동안 워싱턴 정가에서 현지 일자리 창출과 수출 확대를 내세워 왔다. 미 의회 일각에서도 쿠팡을 '한국 정부로부터 차별받는 미국 기업'으로 비호해 왔다. 정작 거액의 손해배상이 걸린 법정에 들어서자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원고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륜과 미국 로펌 SJKP는 즉각 반박했다. 쿠팡Inc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미국 기업인 데다, 모회사 경영진이 한국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을 지휘한다는 점을 짚었다. 쿠팡Inc가 자회사의 정보 유출 사고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직접 공시한 사실도 관할권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원고 측은 쿠팡 법인과 김범석 의장 등을 상대로 500만달러(약 68억원)의 배상을 청구했다. 현재까지 소송 참여 의사를 밝힌 피해자는 7800여명이다. 지난해 11월 쿠팡 이용자 3370만명의 이름, 연락처, 배송지 주소,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이 유출된 데 따른 조치다.
도넬리 판사는 양측에 다음 달 6일까지 관할권 관련 추가 서면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법원이 관할권을 인정하면 징벌적 손해배상과 함께 강도 높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절차가 시작된다. 반면 관할권 문턱을 넘지 못할 경우 주의 의무 위반 등 본안 심리는 열리지도 못한 채 소송이 각하될 수 있다.
ccbb@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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