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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배터리 철거" 명령에…배터리3사, '기회의 땅' 공략 본격화
LG엔솔, 미국 현지서 소재 공급망 확보
삼성SDI, 4.5조 현금 확보…투자 본격화
SK온, 전기차 이어 ESS까지 추가 수주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 속도를 낸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 속도를 낸다. 사진은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공장 / LG에너지솔루션

[더팩트 | 박성호 기자]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향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온전히 받기 위해 소재 공급망까지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모습이다.

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3사는 미국 시장에서 생산 능력 및 소재 공급망을 확장하고 있다.

국내 3사 중 북미 CAPA(생산능력)가 가장 뛰어난 LG에너지솔루션은 7번째 공장인 '미시간 렌싱 공장'을 본격 개소했다.

단독으로 운영하는 미시간 렌싱 공장은 연간 CAPA 35GWh 이상을 목표로 한다. 또한 ESS(에너지저장장치)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전기차용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함께 생산하는 복합 제조 거점으로 운영한다.

북미 최대 규모인 애리조나 퀸크릭 공장이 준공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CAPA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활용해 미국에서 급격히 수요가 늘고 있는 ESS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북미 기준 ESS 연간 CAPA 목표는 50GWh이며 이에 따른 수주 목표는 90GWh로 확대했다. ESS 매출 목표를 지난해 대비 3배 끌어올린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IRA 보조금 확보를 위한 공급망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리튬 전문 개발업체 '스맥오버 리튬'과 오는 2029년부터 10년간 총 8만t 규모의 탄산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는 한 번 충전에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고성능 전기차 18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스맥오버 리튬은 미국 현지에서 탄산리튬을 직접 공급할 뿐만 아니라, DLE(직접리튬추출) 기술 기반 친환경 공법을 적용해 IRA 보조금 수령 요건을 충족했다. 향후 미국 정부가 IRA 규제를 강화하더라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SDI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 중 약 5%를 삼성디스플레이에 양도했다. 이를 통해 마련한 현금 4조4500억원은 미국 인디에나 주 합작 공장 '시너지셀즈' 지분 매입에 활용한다.

앞서 삼성SDI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 측 지분 전량인 49.99%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단독 공장은 지분 구조가 명확해 배터리 생산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번 지분 인수로 삼성SDI는 북미 지역에 첫 배터리 단독 공장을 마련했다. 증권가는 삼성SDI가 미국에서 최대 20GWh의 ESS CAPA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온 또한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와 협력한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미국 테네시 공장을 단독 법인으로 전환했다.

이에 최근 미국 ESS 기업 '네오볼타 파워'와 9GWh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의 협력 규모는 최대 18GWh까지 확대될 수 있다.

게다가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 공장 'HSBMA'의 가동률 개선 가능성도 커졌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생산을 본격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SK온의 배터리를 탑재한다.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 속도를 낸다. SK온 테네시 공장 / SK온
국내 배터리3사가 미국의 반중국 제재가 강화된 틈을 타 시장 공략 속도를 낸다. SK온 테네시 공장 / SK온

◆"더는 중국 독점 시장 아니다"…북미 지역 경쟁 본격화

북미 ESS 시장은 배터리 3사에 '기회의 땅'으로 분류된다. 성장 속도가 빠른 데다가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배터리 기업의 진출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북미 ESS 시장은 AI 데이터센터 확대, 전력망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우드 맥킨지'에 따르면 미국 ESS 시장은 2031년까지 약 4배 규모로 성장하며, 신규 설치규모도 499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반중국 제재 방침도 분명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대형 전력 시스템과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행정명령 14420호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대형 전력 시스템에 적대적 외국 세력과 연관됐다고 판단한 제품은 철거까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 겨냥한 것이다.

현재 북미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기업의 점유율은 20% 수준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중국이 독점하던 미국 ESS 시장에서 국내 배터리 3사가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일반 가정, 상가용 로컬 배전망은 행정명령 적용 제외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배터리가 원천적으로 배제된 건 아니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물러나면 이같은 행정조치가 변경될 가능성도 있어 안심하기엔 이르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3사가 기회를 잡으려면 국내 배터리사의 기술력과 소재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배터리사는 ESS 시스템 통합(SI)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정부는 배터리 및 소재 산업 세제 지원을 통해 중국에 버금가는 가격경쟁력을 갖추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전략산업분석실장은 "중국이 LFP 제조원가에서 여전히 상당한 우위를 가지고 있어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중국산에 대한 높은 관세와 미국 현지 생산에 대한 AMPC 유지, PFE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 중국산 수입제품과 한국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제품 간 가격 격차가 크게 줄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p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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