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해소 실효성·국민 논의 없어 비판
기준중위소득 기준 재추진 주목...대상 축소 우려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정부가 내년 저소득층에 기초연금을 3만원 더 지급하고 사정이 나은 노인 기초연금액은 동결한다. 차등지급해 저소득층 소득 지원을 강화한다는 취지지만 정작 극빈층인 78만명은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에서 자동삭감돼 효과가 없다. 차상위 계층 인상폭도 미미해 '아래를 두텁게(하후)' 하겠다는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민들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도 국민과 사전 논의 없이 정부 주도로 기초연금 제도를 바꿨다는 비판도 거세다.
1일 보건복지부는 2027년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밝혔다. 대상자는 기존과 같이 노인 소득 하위 70%다. 다만 소득을 3구간으로 나눠 차등지급한다. 소득 하위 0~30% 노인은 내년 38만원으로 올해 35만원보다 3만원 더 지급한다. 소득 하위 30~45% 노인에는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내년 35만9000원을 지급한다. 소득 하위 45~70%에는 올해와 같은 35만원을 지급한다.
또한 현행 부부가구 수급자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각각 20% 감액하던 것을 저소득층(0~45%)은 감액비율을 10%로 축소한다. 대상자는 234만명이다. 소득하위 0~30% 부부가구는 내년 올해보다 12만원 가량 더 받게된다. 하위 30~45% 부부가구는 8만원 가량 더 받는다.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는 소득·재산이 낮아도 원천적으로 기초연금 지급 대상에서 배제했던 것을 내년에는 저소득층(0~45%) 직역연금 수급자에도 기초연금을 지급한다. 11만명이 해당된다. 내년 기초연금 예산액은 25조7000억원이다. 올해 23조1000억원보다 11% 늘었다. 정부는 이같은 내년 기초연금 개편안을 연내 입법해 내년 4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정부는 신규 대상자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꿔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구상했지만 시민사회 등에서 넉넉하지 않은 노인들이 제외될 수 있다며 반발하자 이 부분은 개편안에 반영하지 않고 차등지급 내용만 담았다. 정부는 소득 하위 층을 두텁게 지급해 노인 빈곤을 해소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정부 취지와 달리 빈곤해소 실효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우선 극빈층에 해당하는 생계급여 수급자 노인 대부분은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가 자동삭감돼 기초연금액 인상 효과 없다.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에 포함돼 기초연금액만큼 다음달 생계급여액이 자동으로 줄어든다. 기초연금액 만큼 생계급여에서 자동삭감되는 노인은 지난해 기준 약 78만명이다.
생계급여 수급자 바로 위 차상위층도 기초연금액 인상분을 지급받지만 인상액이 최대 3만원으로 미미해 빈곤 해소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이재명 대통령 문제 의식과 실제 정책이 안 맞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노인 빈곤 문제 관련 저소득층에 기초연금을 더 주는 방식을 언급했지만 정작 극빈층 노인인 생계급여 수급자들은 줬다뺏는 기초연금 문제로 인상 효과가 없다. 3만원 더 받는 일부 노인들도 인상액이 미미해 빈곤해소에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다수 국민에 영향을 주는 정책인데도 불구하고 국민들과 논의없이 정부 주도로 기초연금 제도를 개편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민단체와 노조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초연금 수급자가 내년이면 8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개편 필요성과 목표, 목표달성 대안, 노후보장수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숙의, 이해당사자들과 소통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하지만 의사결정이 비민주적이었으며 어떠한 전망치 제공 없이 깜깜이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은성진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정부는 기초연금 개편안을 철회하고 국민과 공론화를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초연금 개편안은 차등지급액 변화를 내년에 한정해 밝혀 국민들의 예측가능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대상자들은 내후년부터 자신이 받는 금액을 알 수 없다. 은성진 국장은 "정부는 최소 5년 정도의 기초연금 차등지급액 변화와 재정 전망치를 내놔야 했다"고 언급했다.
참여연대도 "정액급여와 물가연동이라는 기존 원칙을 깨고 수급자별로 서로 다른 기준연금액을 지급하는 것은 기초연금의 성격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이라며 "게다가 현행 기초연금법은 기초연금액이 전년도 소비자물가변동률을 감안해 매년 고시하도록 돼 있는데 정부가 기초연금법을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변동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예산안부터 제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기초연금 제도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숙의가 먼저다"고 밝혔다.
정부가 향후 기초연금 수급자 선정 기준을 바꿔 대상자를 줄일지 관심이다. 당초 복지부는 기초연금 신규 대상자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 90% 이하인 자로 바꾸고 점차 80%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창률 교수는 "정부가 1년짜리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선정 기준을 기준중위소득으로 바꿔 대상자를 줄이려는 시도를 다시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정부가 이번 개편안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선정기준 기준중위소득 연동을 철회했으나 언제든 다시 기준중위소득 연동 방안을 꺼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기초연금 수급자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성숙도와 급여수준, 노인빈곤율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기준중위소득으로 산정 기준 변화가 필요하지만 노인에 미치는 영향이 커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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