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대웅제약·JW중외제약·올릭스 등 파이프라인 확대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비만 치료제의 뒤를 이어 '탈모 치료제'가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피나스테리드와 미녹시딜 승인 이후 약 30년간 혁신 신약이 부재했던 시장에 자본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개발사들의 파이프라인 가치도 함께 재조명받는 분위기다.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새로운 작용기전을 겨냥한 항체·RNA 치료제까지 개발 방식이 다양해진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탈모 치료제가 핵심 테마로 부상하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단기 급등하는 등 높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 포천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월가 투자자들이 탈모 치료제 시장을 아직 개척되지 않은 '금광'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탈모 인구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10억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스트레이츠리서치에 따르면 탈모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7억7000만달러로, 2034년 52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반해 기존 치료제는 부작용과 복약 불편함이라는 한계를 가진 데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새로운 탈모 치료제가 승인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새로운 기전과 제형을 앞세운 신약 후보물질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고 있다. 서방형 경구 미녹시딜을 개발하는 미국 베라더믹스는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최대 500% 가까이 폭등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로 프로락틴 수용체를 표적하는 항체 주사제를 개발 중인 앱사이 역시 올해 들어 주가가 2배 이상 뛰었으며 일라이 릴리 등으로부터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스위스의 코스모 파마슈티컬스는 국소 부위 호르몬 차단제 '클라스코테론'의 임상 3상을 마치고 2027년 1분기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탈모 치료제의 성장 가능성을 비만 치료제의 사례와 비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탈모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 못지 않은 거대한 소비 잠재력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에서만 남성 약 5000만명, 여성 약 3000만명이 유전성 탈모를 겪는 것으로 추정된다. 탈모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와 달리 건강보험 적용이 어려워 제약사 입장에서는 시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신약 개발에 성공하기 전까지 임상 실패 위험이 크고 실제 상업적 성공 여부도 별로도 따져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국내에서도 탈모 치료제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근본적인 치료를 목표로 하는 혁신 신약 연구도 이뤄지지만, 국내 기업들의 주요 개발 전략은 장기지속형 주사제다. 종근당은 두타스테리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CKD-843'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CKD-843은 한 차례 투약하면 3개월동안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도록 설계돼 매일 복용해야 하는 기존 경구제의 투약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대웅제약과 인벤티지랩 역시 피나스테리드 기반 장기지속형 주사제 'IVL3001'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호주 임상 2상 단계로, 글로벌 임상 3상 진입을 위한 적정 용량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위더스제약은 최근 종근당과 10년간 최대 400억원 규모의 위탁개발생산 계약을 마쳤는데, 대웅제약·인벤티지랩의 'IVL3001' 생산에도 참여하고 있어 국내 탈모 치료제의 핵심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
새로운 작용기전을 겨냥한 혁신 신약 분야에서는 JW중외제약이 모낭 줄기세포의 수용체를 활성화해 모발 성장을 직접 유도하는 바르는 신약 'JW0061'의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올릭스는 RNA 간섭 기술로 두피의 남성호르몬 수용체 발현을 억제하는 'OLX104C'의 호주 임상 1b상을 마치고 연내 2a상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니아 역시 RNA 간섭 기술을 기반으로 한 탈모 완화 제품군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탈모 신약 개발의 리스크를 경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상 단계에서는 실패 가능성이 존재하는 데다, 현재 개방 중인 후보물질 상당수가 임상 초기거나 허가 신청 준비 단계"라며 "시장 출시 이후에도 가격 경쟁력 확보와 환자들의 투약 편의성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단순한 기대감에 편승하기보다는 임상 데이터와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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