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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닉스 반도체 '성과급' 어디에 썼나…"차 뽑고 집 샀다"
한은, "차·가전·백화점 고가소비 늘고 일부는 주택시장 유입"
반도체 수혜지역 소비 최대 4%↑…내년 성과급 올해의 5배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 반도체 호황 이후 이천, 화성, 청주 등 주요 수혜지역에서 자동차와 가전 등 고가 소비가 늘어나고 주택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조사한 결과, 반도체 호황 이후 이천, 화성, 청주 등 주요 수혜지역에서 자동차와 가전 등 고가 소비가 늘어나고 주택시장으로도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뉴시스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반도체 호황으로 불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이 자동차와 가전 등 고가 소비를 넘어 주택시장으로도 흘러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에서는 성과급 지급 이후 거주자들의 수도권 주택 매입이 크게 늘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기업 실적 개선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소득 증가를 거쳐 소비와 자산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반도체 수혜지역의 소비는 어떻게 될까: 지역 미시데이터로 살펴본 파급효과'에 따르면 반도체 호황 이후 이천·화성·청주 등 주요 수혜지역에서 성과급 지급에 따른 소비 확대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은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종사자의 거주지역과 카드결제액, 부동산 등기자료 등을 활용해 반도체 호황의 파급경로를 분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주택시장이다. 한은이 주택매수자 거주지별 등기신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과급 지급 직후 이천시 거주자의 수도권 주택 매입이 크게 증가했다. 매입 지역은 화성·용인·수원 등 경기 남부 반도체 벨트를 비롯해 성남과 하남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집중됐다. 이 가운데 화성 동탄 지역의 월평균 매입 건수는 전년의 약 2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은은 이들 지역이 이천 등 주요 반도체 사업장과 접근성이 좋고 정주 여건도 양호한 데다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기대까지 더해지면서 주택 취득 유인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등기자료를 통해 개별 근로자의 성과급이 실제 주택 매입 자금으로 직접 사용됐는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이천지역의 소비 흐름에서도 추가 소득 일부가 부동산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나타났다. SK하이닉스 공장이 위치한 이천과 청주 흥덕구 모두 성과급 지급 이후 소비가 비교군보다 늘었지만 이천의 전체 소비 증가폭은 청주보다 상대적으로 작았다. 대신 이천에서는 가구·가전과 주방용품, 부동산중개서비스 등 주택 취득과 연관성이 높은 소비가 반도체 수혜지역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성과급 규모가 커진 올해 초를 전후해 더욱 뚜렷해졌다.

반도체 성과급은 주택뿐 아니라 자동차와 백화점 등 고가 소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현재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늘어난 소비는 생활비 전반보다는 자동차와 백화점, 가전·가구 등 고가 재량소비에 집중됐다. 지난해에는 여가·문화 소비와 외식 등이 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동차 소비의 비중이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소비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온라인 소비 증가 역시 상당 부분 자동차 구매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했다. 온라인으로 판매되는 테슬라의 인도량이 주요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생활소비나 의료·교육 지출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성과급이 실제 지역 소비를 끌어올린 효과도 확인됐다.

한은은 성인 인구에서 반도체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기준으로 지역별 '반도체 노출도'를 산출했다. 이천시가 6.8%로 가장 높았고 화성시 4.6%, 청주 흥덕구 3.6%가 뒤를 이었다.

성과급 지급 전후를 비교한 결과 이들 반도체 고노출 지역의 월별 소비는 비노출 지역보다 최대 약 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천·화성·청주 흥덕구 등 상위 3개 지역의 소비 증가폭은 지난해 성과급 지급 이후 최대 1.6%까지 확대됐다. 이후 다소 둔화됐지만 올해 성과급 규모가 커지면서 다시 상승해 지난 6월에는 비노출 지역보다 3.7%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효과는 적지 않다. 한은은 지난해 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반도체 수혜지역에서 발생한 누적 소비 증가액을 약 1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현재까지 나타난 소비 패턴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누적 증가액은 약 1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성과급 가운데 소비로 이어진 정도를 나타내는 소비파급률은 지난해 27%, 올해 21%로 추산됐다.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제고 효과는 지난해 0.01%, 올해 0.03% 수준이다.

내년에는 반도체 성과급의 규모 자체가 올해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한은은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2027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 규모를 총 21조9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올해 4조4000억원의 약 5배다. 2025년 정부 소비쿠폰 지급액 13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약 1.6배에 달한다.

한은 추정치를 기업별로 보면 내년 즉시 현금화 가능한 세후 성과급은 삼성전자 DS부문 약 9조1000억원, SK하이닉스 약 12조8000억원이다. 1인당으로 환산하면 각각 약 1억2000만원과 3억20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이는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 등을 토대로 한 연구진의 추정치다.

성과급 규모가 이처럼 확대되면 내수에 미치는 영향도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소비파급률에 따라 내년 반도체 성과급이 GDP 수준을 0.08~0.12% 높이고, 연간 경제성장률을 0.06~0.09%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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